입력 : 2023.05.09 17:30
[땅집고] 6월말 입주를 앞둔 수원 영통구에 있는 영흥공원 푸르지오 파크비엔 단지가 ‘흙산에 파묻힌 아파트’로 설계돼 논란이다. 102동을 포함한 일부 동 저층부가 인근 흙산과 합벽 형태로 시공돼 안전을 우려한 입주민들의 반발이 커지고 있다. 수분양자 이모(53)씨는 “딸이 아파트가 왜 산 속에 묻혀있냐고 물어보는데 저도 생전 처음보는 아파트 설계라 할 말을 잃었다”며 “아파트가 마치 산을 받치고 있어 장마철에 산사태로 이어질 수 있다. 아파트 건물과 산 사이 일정 간격을 띄어야 한다”고 했다.
이 단지는 여의도공원의 두 배에 달하는 59만여㎡ 규모 영흥숲공원 내에 짓는 ‘민간공원 특례사업’ 아파트다. 최고 25층, 13개동, 총 1509가구 규모 대단지다. 84㎡ 기준 최고 분양가가 6억5000만원이었다. 구축 단지가 밀집한 영통구에 분양한 신축 단지여서 2020년 청약 경쟁률이 평균 15대 1을 웃돌 정도로 화제가 됐다. 민간공원 특례사업은 민간기업이 기존 공원 부지의 30% 이내에 아파트와 상가를 짓고, 나머지 70%는 공원으로 조성해 지자체에 기부채납하는 개발 방식이다. 도심이지만 입주민들이 마치 숲속에 있는 것 같은 주거 환경을 누릴 수 있는 점이 특징으로 꼽힌다. 문제는 이 아파트가 숲을 끼고 지어지는 바람에 옹벽 아파트가 생긴 것이다.
입주민들이 요구하는 것은 산과의 이격이다. 일정 간격을 떨어뜨려 옹벽을 쌓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장마철에 빗물을 머금은 토사가 아파트 방향으로 유출되고, 건물 저층부가 토압 영향을 받으면 심한 경우 붕괴 사고가 발생할 수도 있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입주민들은 옹벽 때문에 일부 저층부의 경우 일조권과 조망권과 침해를 받을 수 있다고 설명을 들었을 뿐, 합벽 형태로 설계가 될 줄은 아예 몰랐다며 ‘상식을 벗어난 설계’라고 주장한다.
반면, 시공사 측은 설계·시공상 특이점에 대해 사전 고지를 마쳤다고 밝혔다. 일조권과 조망권의 영구음영과 함께 아파트가 사면부와 접할 수 있다고 모집공고에 충분히 안내를 했다고 주장한다. 게다가 102동 같은 경우 내력벽 콘크리트 두께를 훨씬 두껍게 설계해 안전에도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박기홍 땅집고 기자 hongg@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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