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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라? 1억이 더 떨어졌네" 1기 신도시 특별법에도, 분당·일산 집값 하락세

    입력 : 2023.05.09 07:48 | 수정 : 2023.05.10 09:16

    [땅집고] 올 초 재정비 사업을 위한 특별법이 발의되는 등 재건축 기대감으로 들떴던 1기 신도시 아파트 가격이 침체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부동산 규제 완화로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지역의 급매물 거래가 늘고, 일부에서는 반등 조짐을 보이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지난 3월 정부의 노후계획도시 정비에 관한 특별법 발표 이후 1기 신도시는 오히려 집값의 우하향화가 가속화하고 있다.

    [땅집고] 1기 신도시 분당 아파트 전경. / 김지호 기자

    업계에선 최근 1기 신도시인 분당과 일산에서 연거푸 발생한 지반 침하, 다리 붕괴 등 재난에 가까운 사고가 집값 하락에 한몫을 하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분당의 경우 지난달 5일 성남 분당구 탄천을 가로지르는 정자교가 붕괴해 주민 1명이 사망하는 사고가 벌어졌고, 일산에서도 마두동과 백석동 일대 지반 침하 사고가 잇따랐다. 재정비 사업이 필요한 이들 지역의 문제가 단순히 주택 노후화가 아니라 기반 시설 자체가 안전하지 않다는 인식을 심어준 셈이다. 1기 신도시는 계획도시여서 재정비를 하려면 도시 전체를 탈바꿈하는 수준의 비용이 투입된다. 일반 재정비 사업보다 시간이 더 걸릴 것으로 관측되면서 재정비 사업을 벌이기에 이미 타이밍을 놓친 것 아니냔 이야기도 나온다.

    ■ 특별법까지 발의했지만…분당·일산 집값 계속 하락세

    정부는 지난 2월 발표한 1기 신도시를 비롯한 노후 계획도시 정비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안은 의원 입법으로 발의돼 있는 상태다. 법안에는 1기 신도시와 같은 노후 계획도시에 대규모 광역교통시설 등 기반시설을 확충해 공공성을 확보할 경우 재건축 안전진단을 면제하고 종(種)상향을 통한 용적률을 최대 500%까지 허용하는 내용을 담았다. 사실상 수혜지에 해당하는 1기 신도시 100만 노후 아파트가 본격적으로 사업을 추진할 동력을 얻게 돼 주민들이 환영하는 분위기였다.

    통상 이런 호재에는 수혜 예상지역의 집값이 들썩이기 마련이다. 하지만 법안이 발의된 이후 2개월 동안 1기 신도시 집값은 크게 하락했다. 특히 분당과 일산의 경우 특별법이 발표된 이후 거래량은 폭증했지만 대부분이 하락 거래였다.

    [땅집고] 1기 신도시 분당, 일산 주요 아파트 실거래가 변화.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
    8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분당 서현동 시범 우성아파트 84㎡(이하 전용면적)는 지난해 5월 16억5000만원에 실거래됐으나 현재는 12억9500만원까지 하락했다. 지난 3월까지 13억6000만원에 거래된 시범한양 84㎡는 4월 들어 12억1500만원에 팔려 1억원 넘게 떨어졌다. 작년 최고가였던 16억3000만원에선 4억원 넘게 하락한 셈이다.

    일산 신도시 지난해 5억2000만원에 팔렸던 백송마을5단지 59㎡는 지난 4월 3억2000만원에 거래돼 2억원 떨어졌다. 일산에서 리모델링을 추진하고 있는 주엽동 문촌마을16단지 뉴삼익 아파트 84㎡는 지난해 개발 기대감에 8억8500만원에 거래됐지만 올해 시공사 선정 등 속도를 내고 있음에도 4월 6억3700만원에 팔렸다.

    성남시 서현동의 한 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1기 신도시는 고령자가 소유주인 경우가 많아서 최근 전국 하락장 틈을 타 시세보다 낮춰 거래하는 증여 등이 많았다, 또 지난 2월 이후부터는 특별법안 계획이 발표되면서 값이 싼 급매 위주로 소진된 측면도 있다”며 “여전히 수요는 많은데, 매수자들이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로 대출 여력이 감소한 데다 금리 인상 등으로 자금 여유가 충분하지 않아 꼭 팔고자 하는 집주인 매물 위주로 하락 거래가 이어지는 상황”이라고 했다.

    ■‘다리 무너지고 땅 꺼지고’…1기 신도시 안전 ‘경고등

    업계에선 최근 분당과 일산 지역에서 벌어진 인프라 안전사고 문제가 집값 하락에 영향을 주고 있다고 평가했다. 특별법 통과가 시급한 문제로 다가왔지만, 막대한 비용이 투입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실현 가능성이 더 불투명해졌단 의견도 나온다.

    지난달 5일 경기 성남시 분당구 탄천 위에 놓인 다리 정자교의 보행로가 무너져 내리면서 1명이 숨지고 1명이 다쳤다. 사고 이후 성남시는 탄천을 가로지르는 20개 교량을 전수조사했고, 그 결과 17개 교량을 재시공한다고 결정했다. 재시공에만 1500억원이 소요될 것으로 추산됐다. 시공 기간 동안 통행 불편은 주민이 감수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땅집고] 최근 1기 신도시 기반 시설 안전사고가 잇따라 발생했다. 분당신도시에서는 탄천 위를 가로지르는 정자교가 붕괴하는 사고(위 사진)가 났고, 일산신도시에서는 지반침하가 잇따라 한 상가 건물이 현재까지 폐쇄된 상태로 안전점검이 진행 중이다. /조선DB, 김리영 기자

    고양시의 경우 최근 수 년간 땅 꺼짐 현상이 지속하고 있다. 지하안전정보시스템(JIS)에 따르면 2018년부터 2022년까지 5년간 고양시에서 발생한 지반침하 건수는 30건으로 경기도 전체 12%를 차지했다. 2018년 온수관 파열로 백석동 요진와이시티에 지반침하가 발생했고, 2019년에는 백석동 알미공원 앞 5개 차로 약 50m가 내려앉았다. 2021년에는 지하철 3호선 마두역 근처에 있는 상가 지반이 내려앉아 주민 300여 명이 대피하는 사고도 벌어졌다.

    이에 일단 경기도는 지난 1일 1기 신도시 특별법안에 기반시설 안전 점검·관리 등의 내용을 추가할 것을 정부에 건의했다. 특별법이 노후 계획도시 아파트에만 초점이 맞춰져 인프라 시설 안전까지 보장하기 충분치 않다는 이유에서다.

    서진형 공정주택포럼 공동대표(경인여대 교수)는 “신도시 기반 시설은 도시 계획에 맞춰 짜였는데, 이런 노후한 시설을 함께 개선해 나갈 만한 전략이 부족하다 보니 특별법의 실현 가능성이 피부로 와닿지 않게 된 것”이라며 “개발 호재가 나오면 경기 침체 속에서도 가격이 반등하거나 하락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주민이 원하는 수준보다 정부가 할 수 있는 조치에 한계가 있어서 실망 매물도 많았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했다. /김리영 땅집고 기자 rykimhp2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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