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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시가는 떨어지고, 보증보험 문턱은 높아져…"전세 사고 양산 정책"

    입력 : 2023.05.08 11:50 | 수정 : 2023.05.08 13:28

    [땅집고] “2018년 주택임대사업자에 등록하면 혜택을 주겠다는 정부 말을 믿고 했습니다. 제집은 1000만원도 오르지 않았지만 저희 집 공시가는 1400만원 내려가 세입자에게 전세금을 돌려주려면 당장 5000 만원을 마련해야 합니다. 제가 전세사기꾼인가요? 정부가 되려 역전세를 일으켜 전세사고를 양산하고 있는 꼴입니다.”

    정부가 전세 사기 대책으로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전세보증금반환보증보험(보증보험) 가입요건을 강화하자 임대사업자들이 반발하고 나섰다. 부동산 경기 침체로 주택 매매가와 전세보증금이 동반 하락하면서 정부의 전세 사기 대책이 역전세난을 부추긴다는 이유에서다. 임대사업자들은 전세금 반환을 위한 대출 제한을 완화해 주는 등 퇴로를 열어 달라고 주장을 하고 있다.

    현재 국회 국민동의청원 사이트에는 전국임대사업자 400여명이 가입한 ‘전국임대인연합회’ 명의로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문제점 지적 및 대안제시에 관한 청원’이 진행 중이다. 8일 기준 830여명의 임대사업자가 청원에 동의했다.
    [땅집고] 지난 19일 국회 국민동의청원에는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문제점 지적 및 대안제시에 관한 청원'이 올라왔는데 5일 기준 약 800여명의 임대사업자가 청원에 동의했다./국회국민동의청원

    정부가 ‘전세사기’ 대책의 일환으로 전세보증보험 가입 요건을 강화해 이달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국토부는 지난 2월 HUG 보증보험 가입 기준이 무자본 갭투자나 깡통전세(전세금이 매매가에 육박하는 경우) 계약 유도에 악용된 측면이 있다는 이유로 전세금 반환 보증보험의 가입기준을 변경했다. 기존에는 아파트의 경우 전세보증금 또는 융자가 있다면 선순위 채권최고액과 전세보증금의 합이 KB부동산시세의 100%일 때, KB시세가 없는 다세대주택(빌라)의 경우에는 공시가격의 1.5배(공시가격의 150%·전세가율 100%) 이내일 때 가입이 가능했다. 하지만 지난 1일부터 아파트는 보증금이 KB부동산 시세의 90% 미만이어야 하고, 빌라는 보증금이 공시가격의 1.26배(공시가격의 140%× 전세가율 90%) 미만일 때 전세금 반환 보증보험에 가입할 수 있다.

    문제는 전세보증보험 가입 요건 강화가 전세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하는 임대인을 양산하는 대책이 될 수 있다는 것. 주택임대사업자의 경우 보증보험 가입이 의무화되어 있다. 통상 전세보증금 반환은 새로운 임차인의 전세금으로 기존 임차인에게 돌려주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임대사업자가 새 임차인을 들이면서 보증보험에 가입하려면 공시가격 대비 요율(126%)을 만족시켜야 하기 때문에 보증금을 이전에 비해 낮출 수밖에 없다. 공시가격이 1억원인 빌라의 경우 전세보증금 1억5000만원까지만 보증보험가입이 가능했는데 이번 개정으로 전세보증금 1억 2600만원까지만 보증보험 가입이 가능해진 셈이다.

    전세사기 우려로 전세 수요가 급감한 데다 공시가 하락·보증보험 가입요율 인하 등으로 전세금이 하락하면서 역전세가 발생하면 임대인이 전세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임대사업자가 여러 채를 갭투자를 한 경우라면 이 금액을 전부 감당하지 못해 전세보증금 채무불이행으로 인해 파산할 가능성이 높다.

    예를 들어 A씨가 보유하고 있던 서울 관악구 신림동 다세대주택은 지난해 공시가격이 2억700만원이었는데 올해 1억9500만원으로 공시가격이 1200만원 하락했다. 현재 이 집의 전세금은 2억9000만원이지만 올해 공시가격이 하락해 보증보험을 가입할 수 있는 최대 전세금은 2억4570만원이다. A씨가 새로운 세입자를 구하더라도 기존 세입자에게 전세보증금을 돌려주려면 4430만원이 추가로 필요하다. A씨 소유 다세대 주택 세입자 중 5월 중 계약 만기는 총 5가구. 새로운 세입자를 맞이한다고 하더라도 A씨가 기존 세입자에게 전세보증금을 돌려주려면 2억6333만원의 현금이 추가로 필요하다는 계산이다.

    [땅집고] 전국임대인연합회에서 정부의 전세 사기 대책이 역전세난을 부추긴다는 지적을 하고 있다. /전국임대인연합회

    임대인이 현금 부자라면 문제가 없겠지만 이 큰돈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결국 은행의 문을 두드릴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 또한 주택담보인정비율(LTV),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로 돈줄이 막혀 있다.

    이에 임대인연합회는 임차인에게 전세보증금을 돌려줄 수 있도록 한시적으로라도 DSR 등의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임대사업자 B씨는 “등록임대사업자를 말소시키고 싶지만 의무로 가입해야 하는 기간이 있어 말소를 시킬 수도 없고 그렇다고 2년 전만큼 전세금을 받을 수도 없는 상황”이라며 “주택을 담보로 퇴거대출을 받아 보증금 반환이라도 할 수 있게 정부의 전향적인 대책이 나왔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했다./전현희 땅집고 기자 imhe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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