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3.05.04 07:39
[땅집고] “대우건설 ‘푸르지오’ 브랜드 믿고 분양받았는데, 7억8500만원짜리 새 아파트가 이렇게 흙에 푹 파묻혀 있을 줄 알았겠느냐고요.”(경기 수원시 ‘영흥공원 푸르지오 파크비엔’ 수분양자 A씨)
“일부 동 저층이 비탈진 공원과 맞붙어 있어 나온 시공인데, 설계상 전혀 문제가 없으며 이미 입주자모집공고를 통해 공지가 된 사안이기도 합니다. 입주예정자들이 걱정하는 것처럼 흙산이 무너져 내리는 등 안전과 관련한 문제 또한 없을 겁니다.”(대우건설 관계자)
올해 6월 말 입주를 앞둔 경기 수원시 영통구 ‘영흥공원 푸르지오 파크비엔’. 본격 집들이를 하기도 전에 시공사인 대우건설과 수분양자 간 갈등이 격해지고 있다. 총 13개동 가운데 3개동(102·104~105동) 저층부가 바로 옆 경사진 흙산에 푹 파묻혀 있는 모습에 안전 문제를 지적하는 수분양자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수분양자들은 토압으로 인한 아파트 붕괴나 토사 유출에 따른 피해 등을 우려하고 있다. 하지만 대우건설은 이 같은 설계·시공이 절차상 전혀 문제가 없으며 안전성 측면에서도 결함이 없다고 맞서고 있어 갈등 봉합이 어려운 상황이다.
■‘합벽’으로 흙산에 푹 파묻힌 집이라니…숲세권 새 아파트 기대감 ‘와르르’
‘영흥공원 푸르지오 파크비엔’은 최고 25층, 13개동, 총 1509가구 규모 대단지다. 지하철 수인분당선 청명역까지 도보 15분 거리로, 84㎡(이하 전용면적) 기준 최고 분양가가 6억5000만원 수준이었다. 2020년 분양 당시 청약 경쟁률이 평균 15대 1을 웃돌 정도로 인기가 뜨거웠다.
이 단지는 여의도공원의 두 배에 달하는 59만여㎡ 규모 영흥숲공원 내에 짓는 ‘민간공원 특례사업’ 아파트다. 민간공원 특례사업은 민간기업이 기존 공원 부지의 30% 이내에 아파트·상가를 짓고, 나머지 70%는 놀이터·숲·체험시설 등을 포함하는 공원으로 조성해 지자체에 기부채납하는 개발 방식이다. 도심이지만 입주민들이 마치 숲속에 있는 것 같은 주거 환경을 누릴 수 있는 점이 특징으로 꼽힌다.
그런데 이 아파트가 숲을 끼고 지어지는 바람에 문제가 불거졌다. 경사가 유독 가파른 흙산 바로 옆에 최고 25층 높이인 102동이 들어섰는데, 이 건물 벽면이 흙산과 딱 붙어있는 ‘합벽’ 형태로 설계·시공된 것. 이 때문에 102동 중 4층 아래 저층부가 흙산에 푹 파묻혀 있는 것처럼 보인다. 매설된 부분은 일반 주택이 아닌 피트층(설비·배관 등을 설치하는 공간)이다. 104~105동 역시 3층 높이까지 비슷한 형태로 합벽 시공됐다.
수분양자들은 입주를 두 달여 남기고 ‘날벼락’이 떨어졌다고 입을 모은다. 건물과 흙산 사이에 보행·산책로를 두거나, 옹벽을 설치해 두 구조물 간 어느 정도 간격을 두는 것이 일반적인데, 이런 식으로 아파트가 지어질 줄은 꿈에도 몰랐다는 것. 더구나 나머지 10개 동은 숲공원과 건물 경계에 통행로나 산벽(조경석을 쌓아 올려 만든 벽) 등을 조성하면서 3개동만 ‘흙산 합벽 건축’으로 지었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102동 117㎡ 아파트를 7억8500만원에 분양받은 A씨는 “1군 건설사인 대우건설이 시공하는 대규모 숲세권 아파트라길래 가족들과 큰 기대를 안고 거액을 들여 청약했다”며 “그런데 난생 듣도 보도 못한 아파트를 보고 까무러칠 뻔했다. 장마철에 비가 쏟아지면 흙산을 이루는 토사가 주택 방향으로 유출되거나, 건물 저층부가 토압 영향을 받아 심한 경우 붕괴 사고가 터질까 봐 걱정이 태산”이라고 호소했다.
■시공사측 “이미 입주자공고로 고지…안전 전혀 문제없어”
‘영흥공원 푸르지오 파크비엔’ 시공을 맡은 대우건설은 A씨 등 수분양자들의 반발이 당황스럽다는 입장이다. 단지가 숲공원 안에 지어지는 만큼, 인근 녹지로 인한 설계·시공상 특이점에 대해 이미 고지를 마쳤다는 것.
입주자모집공고에 따르면 ‘토목 옹벽으로 일부 동 저층은 영구 음영이 발생할 수 있고, 일조와 조망에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101~105동 저층 세대는 영흥공원 경사 지형 사면부에 접하고 있으며, 시야가 차단될 수 있다’는 등의 내용이 적혀 있다.
토압이나 토사 유출로 인한 사고 가능성에도 선을 그었다. 102동 구조 설계도에 따르면 토층과 맞 닿아있는 부분에 설치한 내력벽 콘크리트 두께가 ▲ 기초~1층 바닥 80cm ▲ 1층~3층 바닥 40cm ▲ 3층~4층 바닥 20cm에 달한다. 이 정도 두께면 건물이 토압을 받더라도 안전에는 전혀 문제가 없다는 설명이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이 밖에도 흙산에서 토사가 유출되는 것을 막기 위해 그물망 형태의 매트를 이중으로 설치하고, 강우시 빗물을 흘려보내는 우수관 역시 이중으로 확보했다”며 “흙산에는 시드 스프레이(seed spray)를 뿌려뒀는데, 앞으로 종자들이 자리를 잡으면 이곳이 현재의 황토가 아닌 울창한 조경공간이 되면서 ‘숲세권’ 아파트가 되는 구조”라고 전했다.
■수분양자들 “재시공해 달라”…대우건설 ‘난색’
이 같은 대우건설 해명에도 102동과 104동, 105동 예비입주자들은 다른 동과 차별하는 ‘흙산 합벽 시공’을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들은 대우건설에 흙산을 어느 정도 깎아내 아파트 건물과 이격시킨 뒤, 그 사이에 옹벽을 설치하는 방식으로 전면 재시공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대우건설 측은 난색을 표하고 있다. 수분양자들 요구사항은 재설계가 선행되어야 하는 사안인 데다, 이 아파트가 영흥숲공원 훼손을 최소화하는 방식으로 설계·시공된 점, 완공을 코 앞에 둔 시점에서 아파트 형태를 바꾸는 것은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더군다나 특례사업과 관련한 조례 및 규정이 까다로워 옹벽은 물론이고 성인 키 높이만 한 산벽조차도 마음대로 설치하지 못하는 제한적인 상황이란 설명도 덧붙였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저층 가구를 가리는 방식으로 추가 옹벽을 설치하는 경우 또 다른 민원 소지가 발생할 여지가 있다”며 “또 공사 시간 등을 감안하면 아파트 전체 입주까지 지연될 수 있어 현재로선 설계·시공 변경이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했다. /수원=이지은 땅집고 기자 leejin05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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