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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도 '전세가 > 매매가' 수두룩…역전세난 우려 지역은 어디?

    입력 : 2023.05.03 07:51

    [땅집고] A씨는 지난달 1일 충남 천안시 서북구 백석동 ‘백석마을아이파크’ 전용 84㎡ 매물을 2억6900만원에 사들이고, 2주 뒤 매매가보다 약 4000만원 비싼 3억1000만원에 전세 계약을 체결했다. 이는 기존 세입자의 갱신 계약으로, 전세금은 2021년 5월 맺은 전세 계약 보증금을 그대로 적용했다. 이처럼 매매가보다 전세가가 비싸진 이유는 아파트 가격이 급락해서다. 첫번째 계약 시점이던 2021년 5월 당시에는 전세가(3억1000만원)보다 매매가가 비쌌지만, 집값이 하락하면서 전세가보다 매매가가 저렴해진 것이다.

    최근 집값이 가파르게 하락한 수도권 외곽이나 지방 아파트를 중심으로, 갭투자(전세를 끼고 주택을 매수하는 것)가 성행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그런데 무리한 갭투자는 자칫 전세사기 사건으로 이어질 수도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지난해 8월 인천 미추홀구를 시작으로, 강서구 화곡동, 최근 동탄신도시까지 그야말로 전국에서 불거진 전세사기 사건은 모두 집주인들의 무리한 갭투자에서 촉발했다. 이에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그간 오피스텔이나 빌라 등에서 발생한 ‘전세사기’ 사건이 아파트에서도 충분히 일어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땅집고] 최근 6개월간 갭투자 일어난 주요 단지의 전세가와 매매가, 차액. /김서경 기자

    ■전세가 대동소이 매매가 아파트 전국서 수두룩

    부동산 빅데이터 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지난 6개월간 갭투자가 가장 많이 증가한 지역은 경기도 화성(3572건)으로, 총 거래 중 6.1%(220건)가 갭투자였다. 같은 기간 세종(171건)과 경기 평택(155건), 인천 연수구(142건), 수원 영통구(127건) 등에서도 갭투자가 많았다. 아실은 아파트 매입 후 직접 거주하지 않고 3개월 이내에 임대 목적으로 신규 임대차 계약을 맺으면 갭투자 거래로 분류한다.

    화성은 최근 전세 사기 사건으로 수백명의 피해자를 양산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갭투자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화성시 병점동 ‘병점역 에듀포레’ 전용면적 74㎡(12층) 매수자는 올해 2월 3억원에 집을 산 뒤, 이튿날 2억7000만원에 세입자를 들였다. 실제 주택 구입비로 3000만원을 들인 것이다.

    평택에서는 매매가보다 전세가를 높게 받은 사례도 있었다. 올해 2월 경기도 평택시 포승읍 ‘더스위트하버’ 전용 25㎡는 5500만원에 팔렸는데, 다음 날 전세보증금 7000만원에 세입자를 들였다. 매수자가 자기자본을 들이지 않는 ‘무자본 갭투자’를 한 것. 평택에서는 이처럼 무자본이나 소액으로 이뤄진 갭투자 계약이 상당했다. 최근 6개월간 이뤄진 갭투자(159건) 중 20건은 갭이 5000만원 미만이다.

    이런 갭투자는 지방에서도 속출했다. 경남 창원시 성산구 대방동 ‘대방그린빌’ 전용 39㎡은 4가구가 각각 1억3000만원에 팔린 뒤, 이보다 400~700만원 비싼 1억3400~1억3700만원에 전세 계약을 체결했다.

    [땅집고] 최근 6개월간 전국 갭투자 매매거래 증가지역. /김서경 기자

    ■새 세입자 보증금에 주인 돈 보태야 하는 ‘역전세’…전문가 “아파트도 위험”

    문제는 이러한 갭투자가 늘어나면 보증금을 제때 돌려받지 못하는 세입자들이 증가할 수 있다는 것이다. 갭투자로 주택을 매입한 집주인이 기존 세입자에게 전세 보증금을 돌려주기 위해서는 새로운 세입자와 전세 계약을 맺어야 하는 경우가 많은데, 전세가가 점차 낮아지는 추세라서다.

    실제로 최근 부동산 시장에서는 기존 전세가보다 새 세입자의 전세가가 낮은 ‘역전세’ 현상이 많아졌다. 이 경우, 집주인은 나가는 세입자의 보증금을 온전히 돌려주기 위해, 새 세입자 보증금에 자신의 돈을 보태야 한다. 또한 갱신 계약을 할 때는 차액만큼 세입자에게 돈을 돌려줘야 한다. 관련 지표도 이러한 분위기를 반영한다. 부동산 중개업체 집토스가 올해 1분기 전국의 국토교통부 전월세 실거래가를 분석한 결과, 전월세 갱신 계약 중 종전 계약보다 감액한 계약 비율은 25%에 달했다. 이는 국토부가 갱신 계약 데이터를 공개한 2021년 이후 최고치다.

    이에 전문가들은 아파트에서도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상황이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전세 사기’가 오피스텔이나 빌라 등 주택 형태에서만 일어나는 게 아니라는 것. 특히 화성과 천안, 창원 등은 산업단지를 품고 있어, 전세 수요도 높은 편이다.

    [땅집고] 전세사기피해자전국대책위원회 및 시민사회대책위원회 구성원들이 20일 오전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세사기 대책 관련 윤석열 대통령과의 면담을 촉구하고 있다./뉴스1

    한문도 연세대 정경대학원 금융부동산학과 교수는 “아파트 역시 갭투자가 가능한 만큼, 전세사기 안전지대가 아니다”며 “갭투자가 많은 지역 내 아파트를 중심으로, 전세대출 금액이 확대된 2016년부터 갭투자가 이미 성행해 왔다”고 말했다. 이어 “산업단지 내 기업의 채용 시점과 규모에 따라 움직이는 세력이 있을 정도”라고 했다.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 역시 “갭투자가 두드러진 지역들은 산업단지 근로자들을 배후 수요로 둔 지역으로, 예로부터 전세가율이 높았던 곳”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업계에선 최근 논의된 ‘분양 아파트 실거주 의무’가 폐지되면 갭투자가 더욱 심화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왔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만약 분양가상한제 아파트의 실거주 의무가 사라지면, 입주 대신 전세를 택하는 경우가 늘어날 것”이라며 “기존 주택이 안 팔려서 입주를 못 하거나 줍줍(무순위 청약)에 당첨됐더라도, 실거주 의무 때문에 입주했으나, 앞으로는 세를 놓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이어 “최근 줍줍이 많았던 소형 주택형을 중심으로 갭투자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고 했다. /김서경 땅집고 기자 westseoul@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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