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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급 오피스 공실률…美 부동산 시장 뇌관 터지나

  • 함현일 美시비타스 애널리스트

    입력 : 2023.04.29 23:40

    [함현일의 미국&부동산] 미국 오피스 빌딩, 공실률 치솟고 가치 하락해 재융자 시장 ‘얼음’

    격세지감(隔世之感). 그리 오래되지 않은 동안에 상당히 달라져서 전혀 다른 세상 혹은 세대가 된 것 같은 느낌을 말한다. 최근 한 부동산 자산군을 보면 이 말이 떠오른다. 한때 기관 투자자들이 가장 좋아하는 물건, 세계 최대 부동산 회사는 이 자산을 얼마나 많이 소유하는지로 판가름 났다. 은행, 보험사, 사모펀드 등이 대출에 앞장섰다. 불과 3~4년 전 일이다. 팬데믹과 높아진 이자율, 은행 부실이 다른 세상을 만들어 냈다. 이 격세의 주인공은 바로 오피스 빌딩이다.

    [땅집고] 미국 맨하탄에 있는 오피스 빌딩들. / 게티이미지뱅크

    미국 오피스 공실률 20% 육박…올해 대출만기 200억 달러 규모

    현재 미국 부동산 시장의 뇌관은 오피스 빌딩 대출이다. 부동산 정보회사인 트렙(Trepp)에 따르면 올해 2700억 달러 상당의 부동산 담보 대출 만기가 돌아온다. 이 중 800억 달러는 오피스 빌딩 담보 대출이다. 모기지은행연합에 따르면 2023년에 오피스 빌딩 담보 대출의 약 4분의 1이 만기가 돌아온다. 재융자 물량이 터진다. 하지만 현재 시장에서 이를 소화하기가 만만치 않다.

    눈에 띄는 문제는 공실률. 빌딩 소유주들이 기대하는 만큼 사람들이 재택근무에서 돌아오지 않고 있다. 그만큼 오피스 수요가 줄어 빈 사무실이 늘어간다.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Cushman & Wakefield)에 따르면 2022년 말 오피스 빌딩 공실률은 18.2%로 역대급 수준이다. 맨해튼, 실리콘 밸리, 애틀랜타 등의 주요 시장은 공실률이 20%를 넘어섰다. 여기에 이자율도 크게 올랐다. 공실률로 수입은 줄었는데, 높은 이자로 비용은 늘었다.

    이에 따라 부채상환배수(DSCR)가 낮아지고 있다. 대출 이자 및 원금 상환 비용 대비 영업 수익의 비율이 낮아지는 것이다. DSCR이 1보다 낮아져 영업 수익으로 이자도 내지 못하는 수준이면 대출 불이행, 즉 디폴트로 이어진다. 오피스 빌딩의 적정 가격에 대한 의문도 커지고 있다. 부동산 분석회사인 그린스트리트(Green Street)는 올해 3월 기준 오피스 빌딩 가치가 작년 동기 대비 25% 하락했다고 추정했다.

    [땅집고] 미국 상업용 부동산 가격 변화. 오피스빌딩 변동률이 -25%로 가장 낮았다. /그린스트리트, 조선DB

    누구도 오피스 빌딩에 신규 대출을 하기가 어렵다. 특히 최근 실리콘밸리은행과 시그니처은행의 붕괴로 인해 은행들이 극도로 몸을 사리기 시작하면서 대출 시장이 더 얼어붙었다. JP모건 체이스는 지난 3월 24일 내놓은 보고서를 통해 오피스 대출의 21%가 부실화하고, 대출 원금의 평균 41%를 잃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은행이 오피스 담보 대출에서 380억 달러의 손실을 보면서 잠재적으로 8.6%의 손해가 발생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오피스 빌딩 대출의 큰손으로 불리는 생명보험사들이 등을 돌리고 있다. 무디스 애널리틱스(Moody’s Analytics)에 따르면 생명보험사들은 상업용 부동산을 담보로 하는 미국 전체 대출 4조5000억 달러의 약 15%를 보유하고 있다. 골드만삭스 자산운용이 지난 2월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상업용 부동산에 대출하는 보험사들의 15%는 올해 이 사업을 줄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는 작년 같은 설문에서보다 3배나 높아진 비율이다. 또 343명의 보험회사 재무 및 투자 책임자들은 자사의 투자 포트폴리오에서 상업 부동산 대출, 주택저당증권(MBS), 직접 부동산 소유가 가장 나쁜 성적을 기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불과 5년 전 같은 설문에서 응답자들은 부동산 담보 대출을 투자 포트폴리오에서 늘리고 싶은 최고의 3개 자산 중 하나로 꼽았었다.

    ■“우린 괜찮다고 말하는 빌딩 소유주, 자신을 속이고 있는 것”

    오피스를 제외한 다른 자산의 경우는 큰 어려움에 처해 있는 것은 아니다. 사실 반대로 건강을 되찾고 있다.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에 따르면 물류창고와 산업 부동산의 공실률은 어느 때보다 낮다. 온라인 쇼핑의 강세에도 평균 미국 소매점 공실률은 5.7%에 그치고 있다. 호텔 리서치 회사인 STR에 따르면 호텔 객실 점유율과 일일 호텔 가격이 오르면서, 사용 가능 객실당 매출은 크게 높아지고 있다.

    연방준비은행에 따르면 임대 아파트 공실률은 5.8%다. 최근 호텔과 임대 아파트 모두 건물 가치는 하락했지만, 객실 요금과 임대료는 인플레이션 수해로 계속 상승하고 있다. 연방준비은행이 전체 상업 부동산 시장은 건강하다고 보는 이유다. 연준은 최근 은행들의 붕괴가 부동산과는 관계가 없다며 은행들의 상업 부동산 부문이 잘 관리되고 있다고 밝혔다.

    무디스 애널리틱스의 경제 연구 책임자 토마스 라살비아는 “‘우리는 괜찮다’고 말하는 (오피스) 부동산 소유주들은 약간은 자신을 속이고 있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만큼 누구도 안전을 장담할 수 없단 이야기다. 글로벌 부동산 회사가 소유한 코어 자산도 채무 불이행에서 자유롭지 않다. 최근 이런 자산들의 디폴트 뉴스가 들려오고 있다. 특히 최근 많은 기업이 경기 침체를 걱정해 비용을 줄이고 있어 공실률이 더 높아질 수도 있다. 재택근무와 이자율의 극적인 감소. 이 두 가지가 따르지 않는 한 오피스 빌딩의 겨울은 꽤 길어질 듯하다. /글=함현일 美시비타스 애널리스트, 정리=김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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