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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어컨 실외기가 왜 다용도실에 있어?" 입주민들 분통

    입력 : 2023.04.29 08:35

    [땅집고] 인천유림노르웨이숲에듀오션의 모델하우스 내부의 다용도실(좌측)과 실제 다용도실. /독자 제공

    [땅집고] 지난 28일 입주를 시작한 인천 중구 신흥동 '인천유림노르웨이숲에듀오션'. 입주예정자들은 지난 3월 사전 점검일 단지 내부를 둘러보다 에어컨 실외기가 다용도실에 설치된 것을 발견했다. 입주예정자 A씨는 “2019년 분양 당시 입주자모집공고를 살펴봤을 때, 모델하우스를 둘러볼 때까지만 해도 실외기가 다용도실 외 별도의 공간에 설치됐다고 생각했는데 실제 확인을 해보니 다용도실에 실외기가 설치돼 세탁기·건조기 크기를 줄여야 하는 상황”이라며 “만약 다용도실에 실외기가 있는 줄 알았다면 분양 계약을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인천유림노르웨이숲에듀오션 수분양자들은 입주자사전점검일이 있던 지난 3월부터 시공사에 실내에 설치된 에어컨 실외기 위치를 변경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전용면적 56㎡~66㎡, 총 640가구(아파트 520가구, 오피스텔 120실) 규모인 이 단지는 66㎡ 104가구를 제외한 나머지 가구의 에어컨 실외기를 실내 다용도실에 설치했다. 입주자들은 “입주자모집공고에는 마치 실외기가 세탁기 등 열을 내는 다른 가전과 별도 공간에 마련된 것처럼 써놨지만 일부러 헷갈리게 만들어 분양을 받게 만들었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실외기가 보일러, 세탁기 등 열을 내뿜는 다른 전자 전자 기기와 분리되지 않을 경우 화재 발생 위험이 높아진다. 실제 울산 남구 달동 주상복합아파트 '삼환아르누보'에서는 2020년 10월 에어컨 실외기에서 발생한 열 때문에 화재 사고가 발생했다. 특히 무더위가 이어져 에어컨 가동 빈도가 높은 7~8월에는 사고 위험이 더 높아진다. 2021년 7월에는 수원 장안구 아파트 9층 다용도실 실외기가 과열돼 불이 났고, 같은 해 8월 전북 군산 아파트의 10층 베란다 실외기에서 과열로 인한 화재로 주민들이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인천유림노르웨이숲에듀오션 입주민들은 시공사를 상대로 다용도실에 설치된 에어컨 실외기를 외부에 설치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입주예정자 B씨는 “아파트 단지 바로 옆에 주유소가 4개나 있고 타이어 공장을 포함한 각종 공장이 밀집해 있어 화재가 나면 아파트 인근 학교 등 대형화재로 번질 가능성이 높다”며 “지금 이대로 입주를 하게 되면 화재 사고는 예정된 수순이나 다름없다”고 했다.

    실외기를 실내에 설치해도 현행법상 문제는 없는걸까. 국토교통부는 지난 2020년 1월 7일 ‘주택건설기준 등에 관한 규칙’을 개정해 공동주택 실외기실 세부기준을 마련했다. 하지만 관련 규정이 모호하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관련 규칙 제8조 ‘냉방설비 배기장치 설치공간의 기준’에 따르면 ‘냉방설비가 작동할 때 주거환경이 악화되지 않도록 거주자가 일상적으로 생활하는 공간과 구분하여 구획할 것’이라고 적시하고 있다. 여기서 ‘거주자가 일상적으로 생활하는 공간과 구분하여 구획할 것’이란 부분이 애매모호하다는 것. ‘별도 실외기실’이라고 구체적으로 명시해 시공사들이 임의로 해석할 수 있는 여지를 차단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 단지 시공사인 유림이앤씨 측은 입주민 요구를 들어줄 수 없다는 입장이다. 유림이앤씨 관계자는 “이 단지는 의무 규정이 생기기 전인 사업시행인가를 받은 단지로 시공사는 관할 구청에서 승인을 내준 설계도면에 따라 지었기 때문에 법적인 문제는 없다”며 “공정률 91%인 상태에서 주민들이 민원을 제기했는데 이미 마감공사까지 완료해 기존 설계도면대로 공사를 할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하지만 입주민들은 과거 국민권익위원회 등을 통해 실외기 위치가 조정된 사례를 들어 자신들의 입장을 관철시킨다는 계획이다. 실제 2019년 11월 입주한 전남 순천 조례동 영무예다음 아파트는 당초 실내 다용도실에 설치하려고 했던 실외기를 외부에 설치했다. 당초 순천시는 영무예다음 아파트가 아파트 실외기 설치를 위한 별도 공간 마련 의무 규정이 생기기 두 달 전에 입주가 시작돼 허가를 내주기 어렵다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입주민들은 2022년 12월 권익위에 집단 민원을 제기해 실외기를 외부로 이동시켰다./전현희 땅집고 기자 imhe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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