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3.04.27 08:51
[땅집고]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공공분양 아파트 브랜드인 ‘ANDANTE’(안단테)가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공공분양 입주예정자들이 안단테 대신 자체적으로 정한 브랜드를 사용하겠다고 반발해왔는데, 최근 LH가 주민 요구를 수용해 지침을 바꾼 것으로 알려졌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LH는 안단테 입주 예정자 모임인 전국안단테협회에 단지별 브랜드 선정 자율성을 보장하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 공문에는 입주예정자가 원하는 경우 안단테 브랜드 단독 표기 또는 입주 예정자들이 별도 적용한 브랜드(시공사 브랜드) 등을 혼용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안단테 입주 예정자 사이에선 이 같은 조치를 환영하고 있지만, 브랜드 이름 공모에 약 5억원의 세금을 쏟아부은 LH로서는 허탈함과 함께 ‘혈세낭비’ 비판에 직면하게 됐다. 공공분양 아파트값만 부채질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 신혼희망타운·공공임대·공공분양 아파트서 ‘LH’ 빠진다
안단테는 LH가 공공분양 아파트에 적용하기 위해 2020년 선보인 자체 브랜드다. 브랜드 개발에만 5억원 가까운 예산이 투입됐다. 하지만 정작 입주민들 사이에선 외면을 받았다. LH 브랜드를 삭제해달라는 요구가 지난해부터 거세졌다. 신혼희망타운과 공공분양 아파트에 사는 입주민들이 LH 주택에 산다는 이유만으로 ‘엘사’(LH 주택에 사는 사람), ‘휴거’(휴먼시아+거지) 혐오 대상이 되고, 각종 차별에 시달린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작년부터 LH는 공공분양과 신혼희망타운 등에서 로고를 제외하는 방안을 검토하기 시작했다.
지난해 7월에는 신혼희망타운에서 LH브랜드 삭제 조치가 이뤄졌다. 신혼부부 특화형 공공주택인 신혼희망타운에서 LH를 빼고 입주민들이 원하는 브랜드를 사용할 수 있도록 지침을 바꿨다. LH 또는 ‘LH+단지별 브랜드’ 2가지 방식만 적용하던 것에서, ‘단지별 브랜드’만 단독 사용이 가능해진 것이다. 예컨대 평택 고덕신도시에 분양한 단지의 경우 기존에는 LH에 입주자들이 작명한 ‘르플로랑’을 더해 ‘LH 르플로랑’으로 지었다면, 지난해 7월 이후부턴 ‘르플로랑’ 단독 사용이 가능해진 셈이다.
이후 전국 신혼희망타운들은 앞다퉈 단지명을 바꾸기 시작했다. 서울 강남 수서역세권 A3블록 신혼희망타운은 ‘디아크리온 강남’, 화성동탄 A104지구 신혼희망타운은 ‘디루체’, 아산탕정2지구 A2블록 탕정신혼희망타운은 ‘아산 탕정물빛도시 하늘채’로 변경했다.
앞으로는 신혼희망타운에 이어 공공분양 및 공공임대 아파트에서도 단독 브랜드 사용이 가능해진다. 지금까지 공공분양에선 안단테를, 공공임대 아파트는 LH로고를 반드시 사용해야 했다.
■ ‘공공분양 아파트값 부채질’ 우려도…“노브랜드가 차선책”
하지만 아파트 이름을 짓는데 수억원의 세금이 투입된데다, 입주자 모집공고에 명시된 부분을 바꾸는 것이어서 논란도 적잖다. 부동산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아파트 이름이 안단테인 것을 알고 신청해 당첨된 것인데, 당첨 후 모집공고에 명기된 내용을 집단 민원으로 뒤엎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의견이 나왔다. 결국 “공공분양 아파트 집값만 오르게 될 것”이란 지적이다. LH 역시 초반에는 “단지명을 바꾸고 싶다면 분양 후 소유권 이전 이후에 소유자들이 투표를 통해서 결정할 사안”이라고 선을 그었지만, 민원이 거세지자 내부 방침을 바꾼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애초부터 LH가 품질 좋은 아파트를 만들어 브랜드 이미지가 우수했다면, 이런 반응이 나왔겠느냐”는 지적도 나온다. 단순히 학생들 사이의 혐오 표현을 넘어 LH 주택의 품질 저하 문제, LH 임직원들의 집단 땅투기 사태 등 부정적 이미지가 쌓이면서 수분양자들조차 브랜드를 외면하게 됐단 이야기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예전엔 ‘주공’ 또는 ‘LH’ 등의 이름으로 공공분양 아파트 이름을 짓다가 ‘안단테’까지 오게 됐는데, 이름을 아무리 바꿔도 공공분양 주택이 민간이 지은 아파트 같은 고급스런 이미지를 얻기는 어렵다”며 “이름을 짓기 위해 혈세가 투입된 점은 아깝지만 공공분양 아파트에 대한 차별적인 인식, 낙인 등을 개선하기 위해선 여러모로 ‘노브랜드’로 가는 것이 사회적 비용을 줄일 수 있는 차선책이었을 것”이라고 했다. /김리영 땅집고 기자 rykimhp2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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