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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타' 수학강사였던 그, 지금은 떡볶이로 30억씩 법니다

    입력 : 2023.04.27 08:25 | 수정 : 2023.04.27 09:41

    [땅집고] 김용준 금미옥 대표. 김 대표는 '떡볶이는 원래 이런 맛이었다"가 금미옥의 캐치프레이즈라고 설명했다. /김용준 대표

    [땅집고] “메뉴 하나를 개발하는데만 1~2년이 걸린다. 들어가는 재료의 양을 조금씩 조절하거나 식재료를 바꾸면서 수십 번의 시도 끝에 내 입에 만족스러운 결과물을 개발할 수 있었다. 이 과정을 예비 소비자들에게 보여주면 구매를 하라고 말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우리 메뉴를 찾게 된다.”

    이커머스 업체 마켓컬리에서 2년째 판매량 1위를 달리고 있는 품목이 있다. 금미옥 떡볶이다. 할인 행사 당일에는 0.1초에 한 개씩 팔려 2만개의 물량이 동나는 등 품절대란을 일으켰다. 지난해에는 연매출 32억원을 달성했다. 김용준 금미옥 대표는 “미식 경험을 공유하기 위해 개설했던 SNS에 금미옥 론칭을 준비하는 과정을 보여준 것이 기대하지 않았던 마케팅 효과를 불러일으켰다”며 “트위터 계정 팔로워가 2만명 정도 있었던 덕에 인플루언서가 될 수 있었고 마케팅 비용을 들이지 않고 상품을 입소문 내기가 수월했다”고 했다.

    김 대표는 공대생 출신으로 '일타' 수학강사로 이름을 날리다가 돌연 2012년 카페 ‘홀드미커피’를 창업한다. 홀드미커피가 성업을 이루자 직영으로 3호점까지 확장했다. 카페를 운영하던 김 대표는 2020년 분식 가정간편식(HMR) 브랜드 ‘금미옥’을 론칭하면서 일약 요식업계의 스타로 주목받고 있다.

    땅집고가 김 대표를 만나 HMR 상품 개발 과정과 소비자들이 궁금해하는 이야기들을 들어봤다.

    - 학원강사를 그만두고 요식업계로 진출하게 된 계기는
    “수학강사로 일했을 때 수입은 컸지만 정작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내가 정말 좋아하는 일이 무엇인지 곰곰히 돌이켜보니 내가 좋아하는 것은 음악 감상, 사진 찍는 일, 음식을 먹고 요리하는 일이었다. 그러면서 이 모든 일을 함께 할 수 있는 카페나 식당을 언젠가 차려야겠다는 생각을 막연하게 했다.“

    - 카페는 3호점까지 확장했다. 카페 사업은 잘 됐나
    “광화문 오피스 지하에 2012년 ‘홀드미 커피’를 개업했다. 매장이 지하에 있는 대신 1층에 있는 카페를 제치고서라도 우리 매장에 찾아올 이유를 만들어야 했다. 그래서 일주일 중 5번을 아침마다 과일시장에 가서 신선한 과일을 공수해 왔고 나중에는 냉장 숙성하는 방법을 익혔다. 새 메뉴를 개발해 사람들을 끌었고 이 메뉴가 흥해 다른 매장이 따라 하면 또 다시 새로운 메뉴를 개발했다. 그러면서 단골들이 생겼고 이들이 자연스럽게 금미옥의 팬으로 이어졌다.”

    - 카페 사업을 하다 떡볶이 장사를 한다는 게 잘 매칭이 안 된다
    “카페 3호점을 전주 한옥마을에 오픈했을 때였다. 전주에는 관광객들을 위한 ‘이벤트성’ 음식은 많았지만 일상적으로 먹을 만한 음식을 파는 곳은 거의 없었다. 그래서 직원들을 위해 매일 간식을 만들어줘야겠다고 생각했다. 메뉴는 떡볶이, 자장면, 닭볶음탕, 탕수육 등 우리가 손쉽게 접하는 것들이었다. 30년 동안 쌀가게를 했던 어머니와 잘 알던 방앗간에서 직접 떡을 가져와 떡볶이를 만들었다. 매장에서 만드는 음식 사진을 찍고 해시태그 ‘스텝밀’을 붙여 SNS에 올리기 시작했다. 당시 음식을 먹어본 직원들, 주변 지인들이 음식점을 차려도 될 것 같다고 얘기했는데 거짓말처럼 만우절인 2020년 4월 1일 떡볶이집 하겠다고 SNS에 선언했다. 그리고 같은 해 7월 오픈했다.”

    - 금미옥 떡볶이의 인기 비결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당시 엽기떡볶이, 신전떡볶이 등 MZ세대 사이에서 매운 떡볶이가 트렌드였다. 하지만 내가 생각한 주요 수요층은 30~50대로 나와 동시대를 살았던 사람들로, 이들이 기억하는 ‘학교앞’ 떡볶이를 만들고 싶었다. 실제 ‘떡볶이는 원래 이런 맛이었다’가 금미옥의 캐치프레이즈다. 그 옛 맛을 구현하기 위해 8개월간 시행착오를 겪었다. 인공 감미료가 아니라 재료 본연의 단맛을 내기 위해 9가지 채소·건어물을 넣고 끓인 채수를 사용해 양념을 만들었고 수십 번 레시피를 수정했다.

    [땅집고] 마켓컬리 추천상품에 업로드 된 금미옥 떡볶이. /마켓컬리

    그렇게 대기업에서 내놓는 레토르트 떡볶이와는 조금 다른 맛의 떡볶이를 출시하게 됐다. 금미옥 떡볶이가 가장 맛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우리는 시판 공장 떡볶이맛과는 좀 다르다는 평을 듣는다. 사람마다 지문이 다른 것처럼 상품도 자기만의 개성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했고 그래서 탄생하게 된 것이 지금의 금미옥 쌀떡볶이다.”

    - 다른 플랫폼이 많은데 마켓컬리를 선택한 이유가 있나
    “마켓컬리가 떡볶이가 가장 많이 팔리는 유통채널이었던데다 마켓컬리 유저가 내가 원하는 고객층과 맞아떨어졌다. 좀 더 깐깐하게 식재료를 고르고 비용이 좀 더 들더라도 심혈을 기울인 상품에 소비할 수 있는 사람들이 나의 ‘유난스러움’을 알아 줄 것이라고 생각했다.”

    - SNS 홍보는 의도적이었나
    홍보 목적으로 SNS를 운영하던 것은 아니었다. 다만 홀드미커피에서 음료를 팔 때 우리가 이만큼 열심히 메뉴를 개발하고 차별화해 판매를 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고 싶어서 운영했다. 특히 웨딩촬영을 6년간 했던 경험이 있어 예쁜 사진을 찍는 데 자신이 있었다.

    [땅집고] 김용준 금미옥 대표는 인스타그램과 트위터를 통해 고객들과 소통한다. /김용중 대표 SNS

    - SNS 홍보 노하우가 있다면
    “가장 무서운 게 가랑비 옷 젖듯 스며드는 거다. 신메뉴를 출시하겠다고 SNS를 통해 몇 개월동안 준비한다고 알린다. 그러면 사람들 머릿속에 해당 제품이 각인되고 제품이 출시됐을 때 사먹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줄어든다. 현재 트위터에 2만여명의 팔로워가 있기 때문에 따로 음식 관련 인플루언서들을 통해 마케팅 비용을 들이지 않고도 게시물을 올리면 13만회의 조회수가 나온다. 실시간 검색어 트렌드에도 자주 노출된다.”

    - 성수동에 오프라인 매장을 냈는데
    “오프라인 매장은 사실 온라인으로 제품을 판매하기 위한 브랜드 홍보용 쇼룸 정도의 역할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인테리어 비용에만 1억5000만원을 썼고 일부러 ‘핫플’이 모인다는 성수에 매장을 냈다. 이슈몰이를 했던 것이다.”

    [땅집고] 서울 성동구 성수동에 오픈한 금미옥 오프라인 매장. /김용준 대표

    - 위드코로나 이후 매출은 어떤가
    “코로나 확산여부에 상관없이 매년 매출이 조금씩 상승 중이다. 우리 상품은 애초에 트렌드를 반영해 개발한 것이 아니라 다양한 밀키트, HMR 떡볶이를 먹어본 사람들이 그 중에서도 맛있는 우리 상품을 꾸준하게 주문하고 있다. 오히려 코로나 덕에 밀키트나 가정 간편식HMR이 각광받으면서 사람들이 우리 상품을 접하게 된 셈이다.”

    - 다음 목표는 뭔가
    “현재 신규 상품인 짜장면을 준비중이다. 2021년 9월부터 준비중인데 아직 맛이 맘에 들지 않아 출시를 못 하고 있다. 또 고객과의 접점을 늘리고 소통을 강화할 계획이다. 특정 플랫폼에 입점하면 고객들이 우리 상품에 어떻게 반응하는지 등을 알기가 어렵다. 그래서 자사몰을 준비중이다. 외국시장도 개척할 예정이다. 현재 미국, 싱가포르에 수출하는 중이다. FTA 때문에 가금류 다시다를 사용할 수 없는데 맛 차이 없이 메뉴를 개발해 수출하는 것이 목표다.”

    /전현희 땅집고 기자 imhe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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