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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가 > 매매가' 오피스텔 수두룩…또 다른 '전세 사기' 뇌관 되나

    입력 : 2023.04.25 07:52 | 수정 : 2023.04.25 09:42

    [땅집고] “매매가와 전세가가 큰 차이가 없으니, 일산에서도 ‘전세사기’ 터지는 것 아니냐면서 월세를 택하는 세입자들이 부쩍 늘었습니다. 전세보증금반환보증보험(보증보험) 가입이 안되는 집은 아예 거들떠도 안 봐요. 그래도 오피스텔 매매하는 사람은 없어요. 전세는 취득세도 없는 데다, 대출 제한도 안받으니까요.”(경기도 고양시 일산동구 장항동 T부동산 관계자)

    최근 동탄신도시에서 오피스텔 250여채를 사들인 집주인이 세입자들의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고 잠적한 사건을 계기로 제2, 제3의 오피스텔 전세사기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수도권 지역 오피스텔 중 매매가와 전세가가 같거나 차이가 미미한 경우가 많아서다. 일부는 깡통전세(전세가율 80% 이상)를 넘어 역전세(매매가보다 전세가가 높은 경우)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땅집고] 경기도 고양시 일산서구 장항동, 성남시 분당구 정자동, 서울 영등포구 당산동5가 오피스텔의 매매가와 전세가 현황. /네이버부동산캡쳐

    ■ “매매가 1억2300만원인데, 전세가 1억3000만원”

    일산신도시와 분당신도시 등 역세권 오피스텔 중에는 매매가와 전세가 차이가 수백만원에 불과하거나, 아예 없는 경우가 다수였다. 경기도 고양시 일산동구 장항동 ‘웨스턴853’ 오피스텔 전용 25㎡(10층)는 지난달 1억2300만원에 매매 계약을 체결했다. 2주 뒤 같은 층, 동일 면적은 보증금 1억3000만원에 세입자를 들였다. 매매가보다 전세가가 비싼 상황이 됐다.

    이 오피스텔 6층 전용 25㎡ 2개 호실은 지난해 10월 각각 1억3000만원, 1억2450만원에 팔렸다. 그런데 3월 동일면적에서 1억2500만원에 전세 계약을 맺었다. 500만원 갭이나, 역전세가 된 것이다. 옆 오피스텔도 사정은 비슷하다. ‘양우드라마시티’ 전용 33㎡의 매매가와 전세가 시세는 모두 8000만원~1억원 선이다.

    장항동 A부동산 관계자는 “오피스텔의 경우 투자 목적으로 매수한 경우가 많아서 월세 매물이 많고, 전세 매물이 귀하다”며 “전세 가격이 비쌀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전세가가 매매가가 같다고 해서 매매하는 사람은 없다”면서 “오피스텔 취득세가 비싸고 대출 제한을 받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매매가와 전세가가 비슷한 경우는 분당에서도 볼 수 있다. 역세권 오피스텔인 ‘정자역엠코헤리츠1단지’ 전용 58 ㎡(3층)는 지난달 1억9000만원에 매매계약을 체결했다. 그런데 올해 2월 매매가 보다 2000만~3000만원 비싼 2억1000만원(3층), 2억2000만원(4층)에 세입자를 들였다. 서울도 예외가 아니다. 영등포구 당산동 ‘데시앙루브’ 전용 24 ㎡(11층)는 지난달 2억1900만원에 손바뀜했다. 그런데 현재 이 주택형 전세 시세는 2억2000만원부터다. 전세 낀 매물을 산다면 100만원을 남길 수도 있다.

    [땅집고] '동탄 전세사기' 의심신고가 접수된 오피스텔 계약이 이뤄졌던 부동산 중개사무소. 이 곳은 지난달 명의가 바뀌었다. 19일 오전엔 영업을 하지 않고 있었다./배민주 기자

    ■전세가율 100%, 전세사기 가능성 농후…“보증ㆍ전세 제도 고쳐서 전세가율 낮춰야”

    전문가들은 동탄처럼 오피스텔 수백채를 가진 임대인이 나타날 가능성은 낮으나, 언제든지 유사한 전세 사고가 터질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깡통주택’이나 ‘깡통전세’로 추정되는 오피스텔이 대다수기 때문이다. 깡통전세가 위험한 것은 보증금을 떼일 가능성이 높아서다. 만약 집주인이 다음 세입자를 못구했거나 보증금을 다른 곳에 써버렸다면 반환 가능성이 낮아진다.

    동탄신도시 오피스텔 ‘전세 사기’ 사건은 이러한 점을 악용한 대표 사례다. 최근 동탄에서는 오피스텔 수백채가 ‘깡통전세’였던 것으로 드러나 전국적으로 파장이 일었다. 소형 오피스텔 250여채를 사들이 A씨 부부가 세입자들에게 ‘(오피스텔) 소유권을 이전해가라’는 문자를 보낸 뒤 잠적한 것이다. 43채를 사들인 동탄의 또다른 임대인 B씨 역시 파산 신청을 했다.

    [땅집고] 올해 3월 전국 아파트(평균) 및 오피스텔 전세가율. /김서경 기자

    실제로 A씨 부부와 B씨가 자기 자본 없이 오피스텔을 마구잡이로 살 수 있었던 배경은 높은 전세가율 때문이다. 오피스텔은 전세가에 의지하는 비중이 다른 주거 유형보다 높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달 전국 오피스텔 전세가율(매매가격 대비 전셋값)은 84.84%다. 반면, 아파트의 전세가율은 67.5%였다. 이는 매매가격이 10억원이라면 오피스텔과 아파트의 전세가가 각 8억4840만원, 6억7500만원이라는 뜻이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사고를 막기 위해 전세와 보증제도를 획기적으로 손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보증보험 가입 시점을 계약 후가 아닌 계약 전으로 바꿔서, 보증금 미반환 가능성이 있는 전셋집을 걸러내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했다. 권 교수는 “보증가능 금액이 예상보다 적거나, 보증금 미반환 가능성이 제기되는 경우라면 임차인이 계약을 안할 것”이라며 “임대인 입장에서는 수요자가 없으니, 가격을 낮출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추후 전세금 보증제도를 운영하는 주택도시보증공사(HUG), 한국주택금융공사(HF), SGI 서울보증에서 관련 규정을 바꾸면 해결 할 수 있다는 게 권 교수의 설명이다.

    고준석 제이에듀투자자문 대표는 ‘전세 상한제’도입을 언급했다. 고 대표는 “오피스텔이나 아파트를 매수할 때는 주택담보대출비율(LTV)과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등 가계대출 규제를 받지만, 전세 계약은 사인 간 계약이라는 이유로 어떠한 규제도 받지 않는다”며 “주택임대차보호법을 개정해서라도, 전세 상한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서경 땅집고 기자 westseoul@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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