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3.04.21 14:19 | 수정 : 2023.04.21 14:24
[땅집고] 전국적으로 전세사기 피해사례가 속출하고 있는 가운데 전셋값이 매매가격에 육박하는 '깡통전세' 우려 지역이 전국적으로 25곳이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21일 한국부동산원이 공개한 ‘임대차 사이렌’ 정보에 따르면 올해 1∼3월 전국 시·군·구에서 연립·다세대 전세가율(집값 대비 전세보증금 비율)이 80%를 넘는 곳은 총 25곳으로 집계됐다. 임대차 사이렌에 제공되는 전세가율은 해당 월 기준 최근 3개월간의 임대차 실거래 자료를 바탕으로 산정된다.
광역 시·도 단위는 제외한 것으로, 실거래 사례가 적어 공개되지 않는 기초자치단체까지 포함하면 실제 전세가율이 80%를 넘는 곳은 이보다 더 많을 것이라는 게 부동산원의 설명이다.
실거래가를 토대로 한 전세가율이 80%를 넘으면 전셋값이 매매가격에 가까워져 집주인이 집을 팔아도 세입자에게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하는 ‘깡통전세’의 위험이 커진다.
여기에 조직적인 전세사기 행각을 벌인 ‘건축왕’ 사례처럼 건물을 신축하면서 금융기관 대출을 받아 선순위 근저당권까지 있는 경우를 포함하면 깡통전세 위험 지역은 이보다 훨씬 많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3월 조사 기준 연립·다세대의 전세가율이 가장 높은 지역은 대전시 대덕구였다. 전세가율이 무려 131.8%에 달했다. 매매가격이 1억원이라고 가정할 때 전셋값이 1억3000만원이 넘는다는 뜻이다. 대전시 중구의 전세가율도 85.8%를 기록하는 등 대전시 전체 연립·다세대 평균 전세가율(100.7%)은 100%를 넘었다.
연립·다세대를 비롯한 집값 전체가 전반적으로 크게 하락한 가운데 전셋값은 매매가보다 상대적으로 덜 내리며 전셋값이 매매가에 육박하거나 웃도는 주택이 늘고 있다.
경기 평택시의 연립·다세대 전세가율은 100.4%다. 평택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일대를 중심으로 대기업 직원들의 임차 수요가 뒷받침되며 전셋값이 비교적 높게 형성됐기 때문이다.
대기업 생산시설이 있는 전남 광양(90.4%), 충남 당진(83.6%) 등도 전세가율이 높았고, 최근 반도체 국가산업단지 후보지로 선정된 경기 용인 처인구 역시 전세가율이 88.1%로 나타났다.
경기 수원 팔달구(95.1%)와 경기 파주시(94.5%)는 전세가율이 90%를 넘어섰다. 인천 미추홀구는 지난 2월 조사에서 전세가율이 96.9%로 100%에 육박했지만 3월 조사에선 89.9%로 떨어졌다.
서울에서는 영등포구(86.3%), 도봉구(85.2%), 강북구(84.9%), 구로구(84%) 등 9개 구의 전세가율이 80%를 웃돌며 깡통전세 위험군으로 분류됐다.
전문가들은 최근 빌라로 불리는 연립·다세대에 대한 불안심리 확산으로 전세 수요가 감소한 가운데 집값과 전셋값이 계속해서 하락할 경우 깡통전세 피해자는 더 늘어날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의 정의당 심상정 의원이 국토교통부로터 받은 주택자금 조달계획서(2020년~2022년 8월) 161만건을 분석한 결과, 전세가율이 80%를 넘어 '깡통주택' 고위험군으로 분류되는 경우는 12만1553건이다.
계약갱신청구권, 전월세 상한제 등 임대차2법 시행 이후 전셋값 폭등기인 2021년에 계약한 전세의 2년 만기가 올해 본격적으로 돌아오면서 보증금을 제대로 돌려받지 못하는 임차인들의 피해가 더욱 증가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현재 임차인 주택의 경매로 보증금을 떼일 위기에 처한 인천 미추홀구 ‘건축왕’ 사건 외에도 화성 동탄과 구리, 부산 등에서도 전세사기 의심 피해사례가 줄줄이 나타나는 상황이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2년 전 전셋값과 매매가격의 동반 상승으로 무자본 갭투자 환경이 조성되면서 이 시기에 조직적으로 나타난 전세사기의 후폭풍이 본격화되는 모습”이라며 “실질적인 임차인 보호 대책이 절실하다”고 했다. /서지영 땅집고 기자 sjy3811@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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