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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탄 전세사기 의혹' 부부는 왜 '소유권 이전' 문자를 남겼을까

    입력 : 2023.04.20 13:48 | 수정 : 2023.04.20 15:15

    [땅집고] 경기 화성시 동탄신도시에서 수백채에 달하는 오피스텔 전세사기 의심사례가 발생해 피해 확산이 우려되고 있다. 피해가 예상되는 임차인의 상당수가 2030 사회초년생으로 알려져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땅집고] '동탄 전세사기' 의심신고가 접수된 오피스텔 계약이 이뤄졌던 부동산 중개사무소. 이 곳은 지난달 명의가 바뀌었다. 19일 오전엔 영업을 하지 않고 있었다./배민주 기자

    ■잠적 임대인 “소유권 이전 해 가라” 문자…‘사기’ 혐의 회피 위한 꼼수?

    동탄 전세사기 의혹을 받는 임대인은 동탄·병점 등에 오피스텔 250채를 소유한 A씨 부부로 알려져 있다. 부부는 현재 잠적한 상태다.

    피해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A씨 부부는 법무사를 통해 세입자들에게 ‘소유권 이전’을 제안한 것으로 확인됐다. L법무사 사무소 측은 이달 18일 임차인들에게 “임대인의 사정으로 인해 6월10일까지 소유권 이전 등기를 접수해야만, 국세 체납으로 인한 보증금의 순위가 보존되지 않는 불이익 최소화할 수 있다”며 “소유권이전등기 진행할 분은 연락바란다”는 메시지를 보냈다. 오피스텔이 경매에 부쳐지면 세입자들의 피해가 더 커질 것이라면서, 선제 조치를 취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점이 미추홀구 전세사기와 다르다. 미추홀구 피해자 대부분은 주택 우편함에 법원경매 전문 공인중개사무소의 홍보 전단이 꽂힌 걸 보고서야, 전세사기 피해 사실을 인지했다. 더 이상 손쓸 방도가 없는 상황에서 전세보증금 돌려받기 어렵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

    [땅집고] 최근 동탄전세사기 관련 피해자들 중 일부가 받은 '소유권 이전' 관련 메시지. /독자 제공

    문제는 이 대목이 ‘사기’ 혐의를 적용하는 데 있어 중요한 쟁점이라는 것이다. 형법상 ‘사기’ 혐의를 적용하려면 ‘고의성’(상대가 피해를 입을 것을 알고 하는 것)을 입증해야한다. A씨 부부의 행위는 세입자들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 자구적인 노력을 했다고 비춰질 소지가 있다.

    이에 대해 법조계에서는 “피해 사례를 모을 경우 사기 혐의 검토가 가능하다”고 했다. 경찰 출신의 이세일 법무법인 세일 변호사는 “개별 사건으로 접근하면 ‘기망할 의도’가 없었다고 볼 수 있으나, 여러 피해 사례를 모아 계약 당시 임대인의 자산 및 세금 체납 여부를 살핀다면 사기 혐의 적용이 가능하다”며 “시세보다 높은 가격에 전세 계약을 여러 건 체결했는지, 공인중개사와 담합 여부 등을 다각도로 수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즉, A씨 부부가 전세계약 당시부터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으려는 의도가 있었는지 증명하면 사기 혐의 성립이 가능하다는 의견이다.

    그러나 A씨 부부에 대해 미추홀구 사건 피의자들에게 적용한 ‘공인중개사법’ 19조(중개사무소등록증 대여 등 금지), ‘부동산실권리자명의 등기에 관한 법(부동산실명법) 3조(실권리자명의 등기의무 등)’를 적용하기는 어렵다. 이들이 개업 공인중개사가 아니며, 이들이 소유한 오피스텔 명의는 박모씨(A씨 부부 중 아내) 이름으로 돼 있어서다.

    다만, 이들 부부 임대차 계약 대부분을 맡은 B중개업소 이모씨는 해당 법으로 처벌받을 가능성이 있다. 이씨는 공인중개사법 위반으로 업무정지 행정처분을 받고도 A씨 부부 대리인으로 중개 계약을 했다는 의혹이 불거지고 있어서다. 또한 피해자들은 그가 임차인이 계약하려던 매물 대신 다른 매물로 계약서를 작성했다고도 입을 모았다.

    [땅집고] 최근 동탄전세사기 관련 피해자들이 집주인 A씨 부부와 주고 받은 메시지. /독자 제공

    ■피해자 대부분 2030 사회초년생…구제방법 없나

    그렇다면 피해자들이 전세보증금을 돌려받을 수 있을까. 현재로서는 마땅한 대책이 없다. 피해자들의 손해가 불가피하다는 것. 미추홀구 전세사건 이후 관련 대책이 쏟아졌지만, 이미 작성한 계약서와 그로 인해 발생한 피해에 대해 적용할 수 있는 부분은 사실상 없다. 결국 피해자로서는 A씨 부부가 제안한대로 오피스텔을 매수하거나, 경매를 통해 해당 주택을 낙찰받는 게 최선인 셈이다.

    먼저 오피스텔 매수는 임대인이 제안한 방법이자, 소송전 없이 법적 관계를 청산할 수 있는 길이다. 하지만 이 역시 부작용이 있다. 임차인이 해당 오피스텔 소유권을 넘겨받기 전에 A씨 부부 앞으로 체납된 세금이 있다면, 국세청이 이를 받아내기위해 ‘사해 행위 취소 소송’을 걸 수 있기 때문. 김예림 법무법인 심목 변호사는 ”A씨 부부가 세금 채권을 해하기 위해 소유권을 임의로 넘겼다는 정황이 있으면, 소유권 이전 계약이 무효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오피스텔 경매 낙찰은 경매는 단순 매수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낙찰받을 수 있으나, 세금 등 우선순위 변제금이 있을 경우 임차인이 지불해야하는 비용이 증가할 수 있다. 실제로 미추홀구나 화곡동 전세사기 피해자들은 해당 주택을 경매받는 상황에 놓였다. 단,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보증보험을 가입했을 경우에는 보증금을 돌려받을 수 있다.

    이에 김 변호사는 “현재로서는 피해자 중 사회초년생이 많은 만큼, 저리 대출을 지원하거나 낙찰가가 내려갔을 때 피해자가 우선 매수권을 활용하는 게 최선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우선매수권은 피해 주택에 대해 진행 중인 경매를 중단하고, 정부나 피해자가 해당 주택을 우선 사들일 수 있는 권리다.

    여당인 국민의힘과 관련 정부 부처는 20일 오전 긴급회의를 열고 전세사기 피해에 대한 추가 대책을 논의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전세사기 피해주택 경매시 임차인에게 우선매수권을 부여하는 방안과 해당 주택을 낙찰받은 임차인에게 저리의 구입자금을 지원하는 방안 등이 제시됐다. 또한 전세사기 범죄에 대해서는 ‘범죄단체 조직죄’를 적용해 엄벌하기로 했다. /김서경 땅집고 기자 westseoul@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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