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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치 월세 드려요" 미분양 터진 지방 아파트 눈물의 파격 혜택

    입력 : 2023.04.20 11:18

    [땅집고] 나주 영무인더스 소호 오피스텔 분양 계약 현장. 시행사에서 파격적인 혜택을 내세웠다. /온라인 커뮤니티

    [땅집고] “계약금 150만원만 내시면 매달 월세 77만원을 지급받을 수 있습니다.”

    지난해 6월 전남 나주혁신도시에서 분양한 ‘나주 영무인더스 소호 오피스텔’. 이 오피스텔은 지하 2층~지상 13층, 총 324실 규모로 2024년 6월 입주 예정이다. 나주 영무인더스는 최근 계약자들을 대상으로 계약금 1400만원 중 1300만원을 환급해주겠다는 조건을 내걸었다. 부가세를 제외하면 실제 계약자가 내는 계약금은 150만~200만원 남짓이다.

    혜택은 이뿐만이 아니다. ‘월세 선지급 보장제’를 도입해 등기 시점 기준으로 기준금리 3% 초과시 계약자에게 1년치 월세 910만원(76만원 x 12개월) 또는 2년치 확정월세를 선지급한다. 시행사가 한국전력공사와 같은 공기업과 위탁계약을 체결해 사무실, 기숙사를 제공하기 때문에 계약자의 공실 걱정없이 계약을 할 수 있다. 분양 계약자에게 시행사가 운영하는 운동시설이나 호텔을 이용할 수 있는 수백만원대 '마일리지'도 제공한다.

    최근 지방 부동산 시장에서 시행사들이 수분양자들을 대상으로 파격적인 혜택을 내세우고 있다. 누적된 미분양 물량을 감당하기 어려워 시행사들이 내놓은 자구책이라는 분석이다.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2월 주택통계'에 따르면 전국 미분양 주택은 7만5438가구로 전월보다 0.1%(79가구) 증가했다. 지난해 11월과 12월 1만 가구씩 늘고 지난 1월 7211가구 증가에 비해 둔화하기는 했지만 지속적으로 우상향하고 있다. 공사가 끝난 뒤에도 주인을 찾지 못해 악성 미분양으로 분류되는 '준공 후 미분양'은 증가세가 더 가파르다. 전월보다 13.4%(1008가구) 늘어난 8554가구로 집계됐다. 대구 후분양 단지에서 700가구가량 미분양이 발생한 영향이 크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과거 유행했던 ‘미분양 털어내기’ 마케팅 방식도 등장하고 있다. 지난해 상반기 분양한 단지가 모두 완판에 실패한 대구에서는 대부분의 단지에서 일명 'MGM(Members get Members) 마케팅'이 성행하고 있다. MGM이란 고객이 고객을 끌어온다는 뜻의 약자로 기존 고객이 다른 고객에게 권해 판매가 이뤄지면 기존고객과 신규고객 모두에게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마케팅 방식이다. 최근 분양 업계에서는 중개사가 계약체결시 시행사에서 수수료를 중개사에게 제공하고 중개사는 시행사로부터 받은 중개 수수료를 다시 계약자에게 돌려 주는 방식으로 MGM 마케팅이 성행하고 있다.

    [땅집고] 대구에서 미분양이 발생한 대다수 단지에서 MGM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네이버

    향후 분양 조건이 바뀌면 이를 모두 소급 적용해주는 '안심보장제'를 실시하는 단지도 있다. 충남 아산 권곡동 ‘아산한신더휴’(603가구)는 지난해 8월 분양한 아파트 단지다. 일반분양 당시 574가구 모집에 442개의 청약통장이 접수돼 미분양이 났다. 이 단지는 ‘계약조건안심보장제’를 실시해 추후 발생할 수 있는 조건 변경 및 할인 분양을 최초 계약자에게도 동일하게 적용할 예정이다.

    대출 금리 인상을 사업 주체가 전적으로 부담하는 '금리 안심보장제'를 내건 곳도 있다. 인천 영종국제신도시에 지난해 10월 분양해 선착순 지정계약을 진행 중인 ‘영종 오션파크 모아엘가 그랑데’는 영종국제신도시 A61블록에 총 560가구 규모로 조성되는 아파트다. 이 단지는 1차 계약금은 정액제로 실시하고 2차 계약금은 3.5% 고정금리로 대출을 시행해주기로 했다.

    지난 1월 입주를 시작한 대구 수성구 ‘만촌 자이르네'는 최대 25% 할인분양을 실시하는 동시에 등기형 전세인 '스마트리빙' 방식을 도입한다. 스마트리빙이란 분양가의 34%를 내고 살아본 뒤 2년 뒤 분양 여부를 결정짓는 식이다. 거주한 지 2년이 되는 시점에 매수 거부의사를 밝히면 선지급한 34%의 분양가를 돌려받는 대신에 퇴거시 원상복구 비용이 발생한다. 향후 스마트리빙이 매수로 이어지지 않는다면 새집이 아니기 때문에 부동산 가치가 낮아질 수 있는 위험을 감안하고도 어떻게든 미분양 물량을 털어내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풀이된다.

    과거에 한번도 시행하지 않았던 방식으로 미분양 대책을 추진하는 곳도 있다. 오는 6월 입주를 앞둔 대구 수성구 욱수동 '시지삼정그린코아포레스트'(667가구)는 당초 후분양을 하기로 예정했으나 기존 분양 계약자와의 계약을 해지하고 최근 10년 장기 일반임대 방식으로 전환했다. 대구에서 후분양 단지가 사업 방식을 '10년 장기 일반 민간임대'로 방향을 돌리는 것은 최초 사례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시행사들의 ‘미분양 털어내기’ 작전에도 불구하고 워낙 많은 미분양 물량이 쌓여있어 효과는 제한적일 것으로 보고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최근 지방에서 다량으로 발생한 미분양 사업장은 주택시장이 호황이었을 때 추진돼 사업을 취소하거나 보류하면 손실이 더 큰 경우가 대다수”라며 “궁여지책으로 각종 혜택을 내놓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 투자 수요 외의 지역 자체 수요가 충분하지 않거나 해당 지역에 공급물량이 많으면 경기가 회복되기 전까지 미분양 해소는 당분간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전현희 땅집고 기자 imhe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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