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3.04.19 08:11
[땅집고] “점포가 작으니 임대료도 낮고, 알바생을 쓰지 않아 인건비도 줄일 수 있다고 해서 무인점포를 창업했는데 골치 썩는 일이 이만저만이 아니에요. 계산 안하고 물건만 훔쳐가는 도둑들은 흔하고요, 취객이 와서 구토도 하고, 어떤 매장에선 똥 싸고 도망가는 사람도 겪었다하고…. 그렇다고 24시간 CCTV만 들여다보고 있을 수는 없잖아요.”
코로나19가 창궐한 2020년쯤 비대면이 일상이 되면서 빠른 증가세를 보인 업종이 ‘무인(無人) 점포’다. 통상 10평 이하 작은 공간에 창업하는데, 점주가 매장에 상주하지 않아 소비자가 물건을 고른 뒤 직접 계산하는 방식으로 운영한다. 무인 매장은 직원을 고용할 필요가 없고, 매장 규모도 일반 카페·식당보다 작기 때문에 임대료를 절감할 수 있다는 것이 큰 장점으로 꼽힌다. 이에 월 100만~200만원 이상 부수입을 올리려고 무인점포에 눈독을 들이는 직장인들도 많다.
그런데 정작 무인 매장을 운영하고 있는 점주들은 “임대료, 인건비 아끼려고 창업했는데 일반 매장과는 또 다른 어려움이 꽤 많다”며 “기본적으로 매장에 관리자가 상주하지 않기 때문에 악성 고객으로 인한 피해가 제일 크다. 절도는 기본이고 매장을 토사나 배설물로 더럽히는 사례도 적지 않아 굉장한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입을 모은다.
■‘도난·노숙자·취객·배설물’에 시달리네…골칫거리로 전락한 ‘무인점포’
무인매장이 처음 등장한 2018~2019년 당시 국내 상권은 물론이고 부동산 시장에는 새로운 지각 변동이 예고됐었다. 점주가 매장을 하루종일 지키고 서있어야 한다는 기존 상식을 뒤엎는 창업 형태였기 때문이다. 기존에 편의점·카페 등을 운영하던 점주들이 운영 방식을 무인으로 전환하고, 무인 매장 업종도 점점 확장하면서 상권 생태계를 크게 혁신할 것이라는 긍정적인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창업 문턱이 낮다 보니 추가 수입을 원하는 직장인들이 너도 나도 뛰어들면서 ‘1인 1무인 매장’ 시대가 열릴 것이라는 말까지 나왔다.
하지만 정작 사람 없이 매장을 운영한다는 점이 양날의 검으로 작용하고 있다. 점포를 지키는 사람이 없다보니 물건을 도난당하는 일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실제로 경찰청에 따르면 국내 무인매장에서 발생하는 절도 사건이 매년 급증하는 추세다. 2019년 203건, 2020년 367건에 그쳤던 범죄 횟수가 ▲2021년 3~12월 3514건 ▲2022년 1~6월 2830건 등으로 증가했다. 오죽하면 경찰청이 2021년 3월부터 무인 매장에서 발생한 절도 통계를 수기로 취합·관리하기 시작했을 정도다.
노숙자나 취객이 점포를 공짜 쉼터처럼 쓰는 것도 골칫거리다. 이들로 인해 매장 청결도가 떨어지는 것은 물론이고, 다른 손님들이 방문했다가 공포심에 발길을 돌리기 때문에 매출 감소로 직결된다. 생활 쓰레기를 버리거나 배설물로 매장을 더럽히는 경우도 종종 발생한다. 지난해에는 경기 김포시에 있는 무인 인형뽑기방에서 한 고객이 가게 안쪽에 대변을 본 후 달아나는 황당한 사건도 벌어졌다.
■무인 점포라고 쉽게 보면 안돼…수시로 방문·관리해야
전문가들은 무인 점포 운영에도 노하우가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일반 매장에 비해 임대료와 인건비가 적게 들고, 창업 문턱이 비교적 낮다고 해서 운영까지 수월할 것이라고 착각하는 것은 금물이라는 것.
무인 점포는 꼭 대형 상권에 진입할 필요는 없다. 상권이 유명할수록 권리금이나 임대료가 비싸 초기 투자 비용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다만 작은 상권이라도 최대한 유동인구가 많은 입지를 선점하는 것이 중요하다. 상권 동선을 파악한 뒤 사람들이 자주 지나다니거나 눈에 잘 띄는 길목에 들어서야 적정 매출을 확보할 수 있는 것은 물론이고, 절도 등 범죄 예방에도 도움이 된다. 투자금을 줄이려는 목적으로 후미진 이면도로에 있는 점포나 무조건 임대료가 싼 상가를 골랐다간 실패할 확률이 높다.
무인 점포라고 해서 매장을 방치해두면 안된다. 점주가 매장 관리에 신경쓰지 않으면 청결도가 급격하게 떨어져 방문객들의 재방문율은 낮아지고, 절도범의 타깃이 되기도 쉽다. 매장 안에 비치한 물품을 수시로 정리하고, 판매량에 따라 수급 계획을 꼼꼼하게 세워야 한다. 이 때문에 무인 점포일수록 집이나 직장 등 생활권과 많이 멀지 않은 곳에 창업하는 것이 유리하다.
권강수 상가의신 대표는 “최근 무인 점포 창업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가운데 악성 고객 때문에 골머리를 앓는 점주들이 적지 않다. 막상 창업해보면 일반 매장 못지 않게 관리에 신경을 써야한다는 사실을 체감할 수 있을 것”이라며 “기성품을 판매하는 만큼 매장 차별화가 어렵기 때문에 매출 성장에 한계가 있다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고 했다. /이지은 땅집고 기자 leejin05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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