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매제한 규제 풀려도 잠잠…"양도세 무서워 안 팔아요"

[땅집고] 지난 7일부터 정부가 전매제한 규제를 완화하면서 분양권 거래 물꼬가 트였지만, 실제 거래 활성화로는 이어지지 않고 있다. 아직 실거주 의무가 남아있고, 양도 차익에 대해 최대 77%에 해당하는 양도소득세를 내야 하는 점이 부담이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에 불가피한 상황에서 진행하는 급매거래가 아니고서는 매매에 나서기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정부가 지난 7일 주택법 시행령 개정안을 시행하면서 수도권 기준 최대 10년이던 분양권 전매제한 기간을 공공택지·규제지역과 분양가 상한제 적용지역은 3년, 과밀억제권역은 1년, 그 외 지역은 6개월로 완화했다. 광역시 도시지역의 전매제한 기간은 3년에서 6개월로 줄었다. 이번 전매제한 완화로 분양권 거래가 가능해진 단지는 수도권에서만 120곳이다.

하지만 급매로 추정되는 일부 거래와 특수거래를 제외하고는 분양권 거래가 활발하게 이뤄지지 않는 상황이다. 17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7일 전매제한 기간이 완화된 이후 서울에서 거래된 분양권 매매 신고건수는 총 11건이다. 직거래 7건, 중개 거래 2건으로 전체의 80% 이상이 특수 거래인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서울 동대문구 청량리 롯데캐슬 SKY-65 전용면적 84㎡ 의 경우 총 4건의 거래가 신고됐다. 이 중 1건은 직거래고 3건이 중개거래로 확인됐다. 총 3건이 신고된 서울 중구의 힐스테이트세운센트럴은 모두 직거래다.

청량리 롯데캐슬 SKY-65 중개거래 3건(13·54·62층)의 거래 금액은 10억9000만~11억6670만원이다. 2019년 분양 당시 해당 층수 분양가가 9억3000만~10억6000만원대였던 것과 비교하면 프리미엄(웃돈) 금액이 1억원 정도에 그쳤다. 이는 전매제한이 풀린 7일에 거래가 이뤄졌다는 점에서 매도인이 잔금을 내기 어렵고, 전세를 맞추기도 어려워 내놓은 급매물들로 추정된다.

청량리 롯데캐슬 SKY-65 분양권 거래가를 적용해 양도세를 계산해보면 매도인이 챙긴 실수익은 거의 없는 것으로 분석된다. 부동산 세금 계산 서비스 셀리몬 계산기로 취득가액 9억3000만원에 양도가액 10억9000만원을 가정했을 때 양도세(공시가격의 60% 적용)는 지방소득세 10%를 포함해 1억395만원으로 추산됐다. 프리미엄이 붙은 가격에 세금을 제한 차익이 5605만원이 나오는데, 그 밖의 금융비용을 고려해보면 사실상의 이익은 미미한 수준이다.

전매제한이 풀렸지만, 여전히 실거주 의무가 남아있는 분양권이 많고 양도세도 높은 상황이라 분양권 거래가 활성화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현재 분양권은 당첨 1년 내 팔 경우 시세차익의 70%, 2년 이내는 60%를 양도세로 내야 한다. 지방세 10%를 더하면 실질 세 부담은 66~77% 수준이다. 이로 인해 서울에서 당장 분양권 매도가 가능한 단지는 13곳이지만, 시장에 나와있는 매물은 거의 없다.

앞서 정부가 1년 미만 보유한 분양권 양도세율을 45%, 1년 이상 보유분은 일반세율로 과세하는 법안을 추진하고 있으나 여야간 입장 차이로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분양권상한제 주택에 대한 실거주 의무를 폐지하는 내용의 '주택법 개정안'도 국회 계류 중이다.

박민수 더스마트컴퍼니 대표는 “60~70%에 달하는 현행 단기 양도세율은 너무 과한 부분이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양도세율을 낮추겠다고 예고하기는 했지만 언제 시행될지 모르는 상황이기 때문에 실제 매도에 나서는 건 신중하게 결정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배민주 땅집고 기자 mjba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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