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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사상 초유 '붕괴 참사' 날벼락에도…계약 취소는 단 2건

    입력 : 2023.04.14 07:43 | 수정 : 2023.04.14 13:55

    [땅집고] HDC현대산업개발이 광주광역시 서구에 분양한 '화정 아이파크' 아파트 외벽이 휴지조각처럼 무너진 현장. 이달까지 이 아파트 분양 계약 취소를 요구한 수분양자가 단 2가구 뿐인 것으로 확인됐다. /연합뉴스

    [땅집고] 지난해 사상 초유의 아파트 붕괴 사고가 터졌던 광주광역시 ‘화정 아이파크’ 분양계약을 취소한 수분양자가 단 2명인 것으로 알려졌다. 오피스텔을 제외한 전체 705가구 중 0.2%에 불과한 것이다. 이 아파트 계약 취소건이 무더기로 쏟아질 것이란 건설업계 예상을 뒤엎는 결과다.

    HDC현대산업개발 관계자는 13일 땅집고와의 통화에서 “지금까지 분양 계약 취소를 요구한 집이 단 2가구 뿐”이라고 확인하면서 “회사 측 예상보다 계약 취소율이 매우 낮은 만큼, 철거 후 재시공에 총력을 다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아파트 포기하면 6600만원 생기는데…분양 계약 취소는 단 2명

    HDC현대산업개발이 시공을 맡은 ‘화정 아이파크’는 2019년 분양한 최고 38층, 14개동, 총 847가구 규모 단지다. 2022년 11월 입주가 목표였는데, 지난해 1월 공정률을 60% 정도 채운 시점에서 201동 23~38층 대부분이 무너져내리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에 모든 가구를 전면 철거한 뒤 재시공하기로 했다.

    단지는 붕괴사고 발생 1년 3개월만인 이달 철거 작업에 돌입한다. 2025년 상반기까지 철거를 마치고 다시 신축하는데 추가로 3년 정도가 걸려, 이르면 2028년께 입주할 수 있을 전망이다. 수분양자들이 당초 안내받은 입주일보다 5년 이상 미뤄진 것이다.

    [땅집고] 지난해 광주광역시 '화정 아이파크'에서 붕괴 사고가 발생하자 고용노동부과 경찰 관계자들이 서울 용산구 HDC현대산업개발 본사를 방문한 모습. /연합뉴스

    ‘화정 아이파크’ 분양계약서에는 사업 주체의 귀책으로 입주가 3개월 이상 지연되는 경우 수분양자가 계약해지를 요구할 수 있는 정당한 사유로 인정한다는 내용이 기재돼있다. 이 아파트 입주예정일이 2022년 11월 말이어서, 이로부터 3개월 후인 올해 2월 말부터 분양 계약 해지가 가능했다는 얘기다.

    분양 계약을 취소하는 수분양자들은 그동안 납입했던 분양대금은 물론, HDC현대산업개발로부터 분양가의 10%에 해당하는 위약금과 그동안 납부한 금액에 대한 이자 비용까지 챙길 수 있다. 예를 들어 이 단지 주력 주택형인 전용 84㎡(34평)를 최고분양가인 5억7600만원에 분양받은 수분양자가 계약을 취소한다면, 단순 계산으로 위약금 5760만원과 이자 900여만원(4차 중도금까지, 금리 약1% 적용)을 더한 6600만원 정도를 받아낼 수 있다.

    이에 ‘화정 아이파크’ 계약 해지가 적지 않을 것이란 예상이 나왔다. 하지만 HDC현대산업개발은 이달 13일까지 접수된 분양 계약 취소건이 단 2건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시공사에 대한 신뢰가 무너진데다 붕괴사고에 대한 낙인 등을 이유로 분양 계약을 취소하는 수분양자들이 적지 않을 것이란 의견이 지배적이었는데, 이 같은 예측이 완전히 빗나간 것이다.

    ■광주 핵심 입지 포기 못해…HDC현산 보상책도 매력적

    [땅집고] 광주광역시 서구 '화정 아이파크' 입지. 광주종합버스터미널과 복합문화시설인 유스퀘어가 가까운 도심 핵심지다. /HDC현대산업개발

    업계에선 ‘화정 아이파크’ 계약 해지율이 이처럼 낮은 이유를 두고 다양한 해석을 내놓고 있다. 이 단지가 광주에서도 핵심 입지에 들어서는 데다가, HDC현대산업개발이 지난 1년 넘게 협의를 통해 마련한 보상책에 대해 대부분의 수분양자들이 만족감을 느끼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화정아이파크’는 복합문화시설인 유스퀘어 및 광주종합버스터미널과 6차선 도로를 하나 사이에 두고 마주 보고 있다. 인근에 신세계백화점, 이마트, CGV 등 대형 상업시설이 몰려있고 기아자동차·일신방직 공장까지 출퇴근이 가까워 광주 도심에서도 핵심 입지로 꼽힌다. 이 때문에 2019년 분양 당시 84㎡ 기준 분양가가 4억8600만~5억7600만원으로 광주에 분양한 아파트 중 역대 최고가였는데도, 청약 경쟁률이 최고 108대 1에 평균 67대 1로 높았다.

    광주시 서구 화정동 A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이 아파트가 충격적인 붕괴사고를 겪긴 했지만, 재시공으로 잘만 짓는다면 입지와 상품성 등을 고려했을 때 장기적으로 차익까지 기대해볼 수 있을 것이라 판단한 집주인들이 꽤 있다”며 “게다가 현재 광주시 일대 34평 아파트 분양가가 6억~7억원대까지 오른 상태라, 과거 ‘화정 아이파크’ 수준의 금액으로 새아파트를 분양받기 어려워진 영향도 있다”고 전했다.

    [땅집고] HDC현대산업개발이 마련한 '광주 화정 아이파크' 수분양자 주거 지원책. /이지은 기자

    HDC현대산업개발이 제공하기로 한 보상책도 수분양자의 마음을 움직였다는 평가가 나온다. HDC현대산업개발은 입주일 지연에 따른 보상으로 한 가구당 1억1000만원 정도의 전세금을 지원하기로 했다. KB부동산 시세 기준으로 광주 서구 일대 84㎡ 아파트 평균 전세보증금이 2억4500만원인 점을 감안할 때, 수분양자들이 이 지원금에 잔금(분양가의 30%) 1억6500만원을 더하면 이 일대에서 전셋집을 구하기 충분할 것이라고 보고 산정했다.

    입주가 밀린 데 대한 배상금도 준다. 분양가 5억5000만원인 84㎡를 분양받았다면, 그동안 납부한 계약금 및 중도금에 대한 보상금 9100만원과 중도금 이자 면제 격인 1100만원을 제공하기로 했다. 한 가구당 보상금이 1억200만원에 달한다.

    [땅집고] 외벽 안정화 작업을 마치고 본격 해체를 앞둔 '광주 화정 아이파크' 현장. /HDC현대산업개발

    한편 ‘화정 아이파크’는 이달부터 사전작업을 거쳐 오는 6월 본격적인 구조물 철거에 들어간다. ‘다이아몬드 와이어쏘’(Diamond Wire Saw)라는 절단기를 이용해 아파트를 위에서부터 한 층씩 두부 모 자르듯 철거한다.

    HDC현대산업개발 관계자는 “지난 1년 넘게 철저하게 준비한 만큼 철거 및 신축 공사 모두 안전하게 진행할 것”이라며 “수분양자는 물론이고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기회로 삼고 회사의 모든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했다. /이지은 땅집고 기자 leejin05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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