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3.04.12 13:24 | 수정 : 2023.04.13 09:05
[땅집고] "밀린 방학숙제를 끝내는 학생들처럼 입주 막바지에 다다르면서 전세 세입자를 구하지 못한 집주인들이 잔금을 치르기 위해 대출을 받고 보증부 월세로 돌려 세입자를 맞췄습니다."(서울 동대문구 청량리동 신동수 미스터홈즈 공인중개사사무소 대표)
지난 1월부터 입주를 시작한 서울 동대문구 용두동 해링턴플레이스. 이 단지는 지난 달 입주 지정 기간 만료를 앞두고 보증부월세 거래가 빈번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말부터 전세금 시세가 하락하면서 분양가와 전세금 간 차액을 감당하기 어려운 집주인들이 잔금을 치르기 위해 전세 세입자를 들이는 대신 주택을 담보로 대출을 받고 보증부 월세로 세입자를 들이는 방법을 택한 것이다. 현지에서는 오는 5월과 7월 청량리동·용두동 일대에 롯데캐슬SKY L-64, 청량리역 한양수자인의 입주가 예정돼 있는만큼 전세 매물 적체 현상이 지속하면서 보증부 월세 거래가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보증부 월세는 전세금의 일부를 보증금으로 걸고 나머지를 월세로 내는 임대 방식이다. 서울 동대문구 청량리동 현지 공인 중개사들에 따르면 최근 청량리 해링턴 플레이스 수분양자들 중 전세 세입자를 들이는 대신 보증부 월세 계약을 한 사례가 늘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아직 국토교통부 실거래가에 등록되지는 않았지만 최근 이 단지에서만 보증금 5000만원 월세 200만~250만원의 거래가 4~5건 정도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 단지 인근 계약의신 부동산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현재 포털 매물 사이트에는 전세 매물이 5억5000만~9억원까지 시세가 형성돼 있지만 실제 거래되는 금액은 5억5000만원 정도”라며 “당초 분양가가 8억2000만~8억7800만원이었는데 현재 전세금과의 차액인 2억7000만~3억3000만원 정도의 자금여력이 없는 사람들은 대출을 받아 잔금을 치렀다”고 했다.
수분양자들이 보증부 월세로 계약을 할 수 있었던 이유는 최근 대출 규제가 완화된데다 감정가가 상승해 분양가 이상으로 대출을 받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해링턴 플레이스의 입주지정기간이 지난 3월 31일까지였기 때문에 이때까지 세입자를 맞추지 못했거나 실입주 하지 않은 집주인은 고육지책으로 대출을 받아 잔금을 치른 것이다. 집주인은 서울 최우선 변제금액인 5500만원 이하 수준으로 보증금을 설정하고 월세를 받아 잔금에 대한 대출을 받은 이자를 지불하는 방식으로 자금계획을 변경하게 된 것. 신동수 미스터홈즈공인중개사사무소 대표는 "입주지정기한 마감을 앞두고 잔금에 대한 연체 이자를 낼지 대출이자를 낼지 기로에 놓인 집주인들이 잔금 대출을 받고 이자를 지불하기로 결정한 것"이라며 "실제 한 시중은행에서는 보존등기가 나오기 전까지 보증금 3억 이하에 한해 후순위 대출을 실행할 수 있게 해줬기 때문에 세입자도 안심하고 입주했다"고 했다.
보증부 월세로 거래를 하게 된 것은 전세금 시세가 하락한 탓이 크다. 수분양자 중 자금 여력이 크지 않은 경우 전세를 놓고 세입자를 맞아 자금을 충당해야 하는데 최근 시세가 하락하면서 분양가에서 전세금을 제외한 금액을 마련하기 어려웠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현지 공인중개사는 "지난해 10월부터 포털사이트에서 매물 광고를 시작했는데 당시 집주인들이 전세금을 84㎡ 기준으로 7억~8억원 수준으로 세입자를 들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며 "하지만 작년 10월부터 대출 금리가 인상하면서 동대문구 일대 오래된 아파트 중심으로 전세 매물이 적체되자 새 아파트 전세금도 함께 끌어내렸다"고 했다.
분양권 전매제한 규제가 완화됐지만 양도세 부담에 팔기도 어려운 상황이라는 점도 보증부 월세 거래를 부추긴 요인으로 꼽힌다. 현재 분양권은 취득 후(보존 등기가 난 후) 1년 내 팔면 양도세율이 77%이고 1년~2년 내 팔면 66%로 중과된다. 서울 동대문구가 조정대상지역에서 해제됐기 때문에 입주 후 2년 보유만 해도 집값 12억원까지 양도세를 내지 않아도 된다. 때문에 당장 잔금을 치르기 어려운 집주인을 제외하고는 팔지 않는 경우가 대다수다.
현지에서는 앞으로 입주를 앞두고 있는 단지에서 보증부 월세 거래가 더 활발해질 것이라고 보고 있다. 신동수 대표는 “올해 하반기 서울 신축 아파트 입주 물량이 상반기보다도 많아서 지금보다 전세 매물이 더 많이 쌓일 가능성이 높다”며 “최근 전세사기 사건을 비롯해 역전세난 우려 등 때문에 전세를 선호하지 않는 현상이 지속되면서 입주 마무리 시점에 보증부 월세 거래가 증가하는 현상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전현희 땅집고 기자 imhe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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