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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물산 시공능력 9년째 1위' 만든 희한한 평가 기준

    입력 : 2023.04.11 15:29 | 수정 : 2023.04.12 07:29

    [땅집고] 국토부가 발표하는 시공능력평가는 ▲경영평가액 ▲실적평가액 ▲기술평가액 ▲신인도평가액 총 4가지를 기준으로 평가액을 산정해 발표한다./그래픽= 임금진 기자


    [땅집고] 국토교통부가 매년 7월 발표하는 건설사 ‘시공능력평가’는 건실한 시공능력을 갖춘 건설사를 소비자(발주자)가 판단하고 고를 수 있도록 돕는 중요한 지표다. 시공능력평가 순위를 바탕으로 발주자는 시공사를 정하고, 이는 건설사 수주 실적에 직간접적으로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 이 때문에 건설사 입장에서는 순위권을 두고 치열한 자리 싸움을 벌이기도 한다.

    하지만 이 시공능력평가 순위를 매기는 기준을 두고 ‘변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현행 시공능력평가가 자본금 등 사업체 규모와 경영 능력에 초점을 두고 있어 공사 실적이나 건설 기술 등 실질적인 건설업계의 경쟁력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시공평가 항목 중 ‘경영평가’ 비중 지나치게 높아… ‘기울어진 운동장’

    시공능력평가 순위는 건설사업자의 공사실적(실적평가액), 경영·재무상태(경영평가액), 기술능력(기술평가액), 신인도(신인도평가액) 총 4가지 기준을 가지고 정량적으로 평가해 발표한다.

    4개의 기준은 평가 비중에 차이가 있다. 전체 평가항목 중 경영평가액이 40.4%, 실적평가액 36.3%, 기술평가액 16.3%, 신인도 평가액 7.0% 등으로 경영평가액이 차지하는 비중이 가장 높다. 기술평가액과 비교해 2배가 넘는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다. 즉 경영이 안정적이고 자본금이 많으면 시공 능력과 무관하게 평가 점수가 높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경영평가가 차지하는 비율이 가장 높아진 건 2014년부터다. 당시 국토교통부는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해 건설업체 부도와 법정관리가 줄을 잇자 경영 안정성을 강화하기 위해 경영평가 반영 비중을 40%까지 올렸다.


    [땅집고] 국토교통부는 매년 7월 전국 건설업체를 대상으로 시공능력을 평가한 '건설업체 시공능력평가'를 발표한다. 삼성물산은 9년째 연속으로 시공능력평가 1위에 이름을 올렸다. /그래픽=임금진 기자

    경영평가액 비중이 오르면서 가장 수혜를 많이 입은 건설사는 삼성물산이다. 삼성물산은 지난해 7만개가 넘는 전국 건설업체 중 시공능력평가 1위를 차지했다. 삼성물산의 지난해 시공능력평가액은 21조9472억원이다. 2위를 차지한 현대건설의 12조6041억원과 비교해 2배 가까이 많은 수준이다.

    삼성물산의 경우 특히 경영평가액에서 타사와 압도적인 차이를 보였다. 삼성물산 경영평가액은 13조9472억원이고, 이 부문 2위인 현대엔지니어링의 경영평가액인 5조1437억원과 비교해 8조원 이상 많다. 경영평가액은 실질자본금에 경영평점을 적용해 산정하는데, 경영평점은 차입금의존도평점, 자기자본비율평점, 매출액순이익률평점 등을 종합해 계산한다.

    그룹사 발주물량 싹쓸이 몸집 키운 삼성물산, 9년째 시공능력 1위

    삼성물산 경영평가액이 높은 이유는 삼성물산이 수주한 먹거리 상당 수가 그룹 내 발주분이라는 데 있다. 삼성물산이 지난해 12월 발표한 사업보고서를 보면 현재 매출이 발생하는 사업은 삼성전자, 삼성디스플레이 등 삼성그룹 내에서 발주한 사업과 해외플랜트 사업이 대부분이다.

    지난해 말 기준 삼성물산 건설부문 수주총액 83조3006억원 가운데 주택사업은 8조38억원 규모다. 이를 제외한 나머지 건설사업 도급액 75조2623억원 중 약 37%를 차지하는 27조8700억원은 삼성전자, 삼성디스플레이, 삼성생명보험, 호텔신라, 삼성서울병원, 성균관대학교와 같은 국내 삼성그룹 관계사와 삼성물산이 지분을 가진 해외법인 발주분이다.

    도급액이 가장 높은 공사는 올해 9월 완공을 목표로 하는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건설 사업인 ‘평택 FAB 3기 신축공사’다. 이 사업의 기본 도급액은 4조6701억원에 이른다. 이외에도 삼성물산이 지난해 삼성전자로부터 발주한 도급액은 ‘11조3142억원’으로 그룹사 전체 도급액의 40%에 달한다. 이 밖에도 도급액 2조4717억원 규모인 ‘미국 Taylor FAB1 신축공사’ 또한 삼성전자 해외법인이 발주한 해외 플랜트 공사다.

    특히 삼성전자 평택 반도체 공장 건설과 관련한 수주분의 경우 도급액 자체가 클 뿐만 아니라 짧은 기간에 높은 매출이 나는 사업이다. 전체 수주분 중 49%가 건축 및 주택사업에 집중한 현대건설과 비교해봐도 기간 내 실적 차이가 크게 벌어질 수밖에 없다. 현대건설 수주분 중 기본도급액이 가장 높은 건 ‘둔촌주공 주택재건축정비사업조합’ 공사로 도급액은 1조2229억원 규모다.

    이런 이유로 삼성물산 건설부문의 지난해 주택사업 규모가 전체 건설 사업 중 10%가 안 될 정도로 비중이 작지만, 시공능력평가 1위 자리를 9년째 지킬 수 있었다. 지난해 삼성물산 건설부문이 일반 분양을 진행한 단지는 부산 동래구 온천동 ‘부산 래미안 포레스티지’ 단 한 곳 뿐이다. 공급 규모로는 2331가구에 불과하다.

    반면 시공능력평가 2위에 이름을 올린 현대건설은 전국 33개 단지에서 일반 분양으로 총 2만 20가구를 공급했다. 이는 삼성물산 공급 물량의 10배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국토부, 시공평가 기준 수정 용역 착수…전문가들도 “시대상황 맞게 개선 필요”

    2014년 시장 상황을 기준으로 경영평가 비중을 늘린지 10년이 넘었고, 이에 시공능력평가 기준을 재정비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자 지난해 국토부는 건설사 시공능력평가 기준을 수정하는 용역에 착수했다. 국토부는 현행 평가 방식에서 평가 항목 배점을 조정하고, 금액 합산 대신 점수제로 전환하거나 기존 항목별 합산 방식을 폐지하고 공사 실적 및 기술 능력을 각각 공시하는 방안을 검토 중에 있다.

    전문가들도 기준을 바꿨던 당시로부터 많은 시간이 흐른만큼 현행 평가 방식에 있어 변화가 필요하다는데 한목소리를 낸다.

    나경연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현재 시공능력평가 기준은 실질적 시공 능력을 평가하는 지표로서는 일부 부족한 점이 있다”면서 “2014년 당시엔 시공 자체도 중요하지만 준공까지 가는 게 중요했기 때문에 자본금이 많은 회사에 높은 점수를 줘야 한다는 판단으로 경영평가 기준을 올렸지만, 지금 기준으로 바라보면 경영평가 비중이 과도한 측면이 있다. 근본적으로 건실한 시공능력을 판단하는 게 평가 취지이므로 현 시대 상황에 맞게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최은정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 또한 “일본은 시공능력평가 기준에 있어 선제적으로 안전 및 기술 등에 대한 평가 항목을 올렸다. 최근 들어 우리나라 건설 업계에서도 스마트 안전장비, 기술 이런게 중요해졌기 때문에 이런 부분을 반영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면서 “신인도평가 세부 항목을 고치고 해당 비중을 더 높이는 식으로 조정해볼 수 있다. 다만 급격한 제도 변화는 혼란을 초래할 수 있으므로 단계적으로 변화를 이뤄나갈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배민주 땅집고 기자 mjba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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