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3.04.08 00:19
[땅집고] “대구가 지하철이든 버스든 교통은 아주 으뜸입니다. 담당 직원 노고에 박수를 보냅니다!” (대구 시민 A씨)
서울 지하철에는 없지만, 대구 지하철에서만 볼 수 있는 ‘특별한 배려’가 있다. 바로 지하철역 스크린도어에 부착된 ‘스티커’다. 이 스티커에는 도착역명이 큼지막하게 적혀 있다.
스크린도어에 역명을 크게 써둔 스티커를 붙여둔 건 안내 방송을 듣지 못했거나 종착역을 깜박 놓친 시민이 쉽게 확인할 수 있도록 하려는 조치에서다.
대구교통공사에 따르면 지하철 스크린도어에 역명을 크게 붙이자는 기획을 하게 된 건 2017년이다. 당시 스크린도어를 설치하고 나서 지하철 역명이 잘 보이지 않는다는 민원이 들어왔는데, 이에 역명 확인이 쉽도록 승강장 스크린도어에 역명을 붙여두자는 시민 아이디어가 있어 이를 반영하게 된 것이다.
서울 지하철역 스크린도어에도 역명과 역 영문명을 함께 표기하고 있다. 하지만 글씨가 워낙 작고 스크린도어 한쪽에만 붙어 있어 확인이 어렵다. 대구 지하철역은 눈에 띄는 위치에 큰 활자체로 스크린도어 양쪽에 표기해둬 쉽게 역명을 알아볼 수 있다. 이름이 긴 역사의 경우 두 개까지 표기하고, 짧은 역은 네 개를 넣어 시야에 확 들어올 수 있도록 했다.
이렇게 스크린도어에 역명 스티커를 붙인 곳은 대구 3개 노선 총 90개 역사 모두에 해당한다. 스티커 부착 비용은 총 2000만원 수준으로 의외로 적다. 이렇게 비용이 적게 들 수 있었던 까닭은 지하철 운행이 멈춘 새벽에 직원들이 수작업으로 하나하나 붙였던 노고 덕분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구교통공사의 특별한 아이디어와 배려에 대구 시민은 높은 만족도를 드러냈다. 대구 시민임을 밝힌 A씨는 “대구 교통은 타 지역과 비교해서도 최고 수준”이라면서 “시민 편의를 위해 직접 발로 뛰며 고생한 직원들에게 정당한 보상이 돌아갈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대구교통공사는 ‘국가고객만족도(NCSI)조사’ 도시철도 서비스 부문에서 지난해까지 14년 연속 1위(올해 조사결과는 아직 미발표)를 차지했다. 비대면 역사 구축을 위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성범죄 시설 개선에 힘을 쏟는 등 서비스 품질을 높였다는 평가다.
대구는 지하철뿐 아니라 시민 친화형 버스 정류장 이름으로도 화제가 되기도 했다. 대구에는 유독 ‘~건너’ 로 끝나는 정류장이 많다. 대구를 포함한 경산 등 경북 일부 지역에서만 사용하는 ‘~건너’ 정류장은 상하행 정류소를 구분하기 위해 사용하는 명칭이다. 정류장이 목적지 바로 앞에 있을 경우 ‘~앞’, 길 건너에 있으면 ‘~건너’로 끝나는 식이다. /배민주 땅집고 기자 mjbae@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