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3.04.07 07:23
[땅집고]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은 기차역’은 어딜까. 위상이나 활용도를 기준으로 하면 단연 서울역을 거론하는 사람들이 많겠지만, 해발고도를 기준으로 하면 강원 태백시 화전동에 있는 ‘추전역’이 꼽힌다.
추전역은 백두대간의 중심인 태백산 줄기, 해발 855m 높이에 들어선 외딴 기차역이다. 서울에서 가장 높은 산봉우리인 북한산 백운대가 835m인 점을 감안하면, 추전역이 얼마나 높은 곳에 지어졌는지 알 수 있다. 고지대에 들어선 만큼 우리나라 기차역 중 연평균 기온이 가장 낮고, 눈도 제일 많이 내리는 역으로 알려져 있다. 지금까지도 역사 내 적설량을 기록하는 간이 적설기록 막대가 설치돼 있을 정도다.
이토록 하늘과 가까운 곳에 기차역이 지어진 이유가 있다. 과거 1960~1980년대 석탄이 주요 에너지원이었던 시절, 석탄 광산 50여개가 몰려 있던 태백시는 국가 에너지 경제를 책임지는 지역이었다. 전국 석탄 생산량의 30%가 태백시에서 나왔다고 전해진다. 태백시는 산맥을 끼고 있어 별 다른 교통 인프라가 없었다. 이에 석탄을 최대한 많이, 빠르게 운반하려는 목적으로 태백산맥을 관통하는 태백선 기찻길이 생겼다. 이 노선에 1973년 추전역이 개통한 것이다.
1980년대 까지만 해도 추전역에는 비둘기호·통일호·무궁화호 등이 정차했다. 하지만 에너지 산업 구조가 석탄에서 석유 위주로 전환되면서 추전역 또한 쇠락의 길로 들어서게 된다. 폐광이 늘어나고 광부들 또한 사라지면서 지역 경기가 꺾이자, 태백시 인구도 따라서 줄어든 영향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1992년까지만 해도 8만여명이었던 태백시 인구가 올해 2월 기준 3만9000여명으로, 20여년 만에 반토막났을 정도다. 현재 추전역이 있는 화전동 인구는 3000여명을 밑돈다.
기차 수요가 바닥 수준으로 줄어들자 한국철도공사(코레일)는 1995년 추전역 여객 운영을 전면 중단했다. 추전역이 사실상 폐역 신세가 된 것이다. 이후 1998년 눈이 많이 내리는 태백시의 겨울 정취를 활용해 관광객을 끌어모으려는 목적으로 추전역에 환상선 순환열차, 소위 ‘눈꽃 열차’를 운행하기 시작했다. 현재 코레일은 눈이 많이 오는 12월에서 2월에 한해, 한 달에 1~2차례의 눈꽃 열차를 비정기적으로 운행하고 있다.
추전역을 지나는 열차 대수가 1년 중 손에 꼽을 정도여서, 현재 이 곳은 직원이 상주하지 않는 무인역으로 운영 중이다. 2021년 9월까지는 3조 2교대로 근무하다 같은해 10월 1명 근무 체제로 전환했는데, 올해 1월부터 완전히 무인역으로 전환했다. 추전역 안에는 관광객들이 역무원 제복을 입고 기념 사진을 찍을 수 있는 공간이 마련돼 있다.
태백시는 추전역에 생기를 불어넣기 위해 무던히 애를 쓰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은 곳에 지어진 기차역이라는 상징성을 살려서 관광지로 개발해 태백시 지역경제에 활로를 모색하기 위한 목적이다. 이달 이상호 태백시장은 “강원랜드에서 추전역, 통리 탄탄파크를 연결해서 만드는 ‘백두대간 루트’ 개발에 행정력을 집중하라”고 주문하며 “2027년까지 태백시를 강소도시로 만들 것”이라고 했다. /이지은 땅집고 기자 leejin05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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