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3.04.07 07:16
[땅집고] “다리가 설치된 구간 대부분이 경기 구리시 땅이니, 무조건 ‘구리대교’가 맞습니다”, “공사 초기부터 모두들 ‘고덕대교’라고 불러왔으니 당연히 그대로 이 명칭을 유지해야죠”
올해 한강에 33번째로 들어설 새 다리 이름을 두고 서울 강동구와 경기 구리시의 ‘기싸움’이 본격화하고 있다. 강동구는 ‘고덕대교’를, 구리시는 ‘구리대교’를 주장하며 한치 양보 없는 팽팽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이 다리는 서울 강동구 고덕동과 경기 구리시 토평동을 연결하는 한강 횡단 교량이다. 한국도로공사가 2016년부터 공사를 시작한 세종~포천 고속도로 중, 구리~안성 구간에 해당한다. 총 길이 1725m, 왕복 6차로 규모로 올해 말 완공 예정이다.
구리시가 새 교량의 이름을 ‘구리대교’라고 지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국토지리원이 정한 시·도 간 경계를 보면, 교량의 87% 이상이 경기 구리시에 들어선다. 교량 대부분이 구리시에 있는 만큼 명칭 역시 ‘구리대교’가 당연하다는 설명이다.
구리시는 형평성 문제도 들고 있다. 현재 수도권 제1순환고속도로 한강 교량 명칭이 이미 강동구 명칭을 딴 ‘강동대교’라는 것. 새 교량과 기존 강동대교 간 거리가 1㎞ 내외로 가깝기 때문에, 공평하게 새 교량의 이름은 강동구가 아닌 구리시 지역명을 사용하는 ‘구리대교’로 해달라는 입장이다.
지난달 27일 구리시의회는 이 같은 주장을 담은 건의문을 국회와 국무총리실, 국가지명위원회, 경기도, 한국도로공사 등에 전달했다.
반면 서울 강동구는 ‘고덕대교’로 이름 붙이는 것이 합당하다고 맞선다. 교량 건설 사업 명칭이 ‘고덕대교(가칭)’로 되어있는 만큼, 공사 시행 초기부터 사업 관계자들은 물론이고 국민들에게도 더 익숙한 이름을 써야한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또 새 교량으로부터 1.5㎞ 떨어진 곳에 이미 ‘구리암사대교’가 있는데, 통상 이 곳이 구리대교라고 불리는 만큼 새 교량 명칭은 혼란 방지를 위해서라도 구리대교 명명은 피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강동구는 서울주택도시공사(SH)가 교량 사업비를 충당했다는 점도 ‘고덕대교’ 명칭 정당성 근거로 삼고 있다. SH가 강동구 한강변 입지인 고덕강일공공주택지구를 조성하면서 한국도로공사에 교통개선대책분담금으로 532억원을 냈는데, 이 비용이 새 교량 건설에 쓰였다는 것. 더군다나 해당 지구에 서울 동남권 새 업무지구를 목표로 하는 ‘고덕비즈밸리’를 조성할 예정이어서, 이 곳과 연계하는 명칭인 고덕대교가 적절하다고 강조한다.
구리시와 강동구는 2014년 개통한 ‘구리암사대교’ 이름을 정하는 과정에서도 충돌했던 터라, ‘2라운드’에 해당하는 이번 명칭 싸움이 더 치열하다는 시각도 있다. 구리암사대교는 강동구 암사동과 구리시 아천동을 잇는 1.13㎞ 교량이다. 당시 강동구는 ‘암사대교’를, 구리시청은 ‘구리대교’를 제안했으나 서울시 지명위원회가 양측 주장을 절충해 ‘구리암사대교’로 명명했었다.
한국도로공사는 각 자치구 의견을 들어본 뒤 새 교량 명칭을 정할 계획이다. 이 과정에서도 양측 입장 차이가 극명하다면, 오는 6월 국토교통부 국가지명위원회를 거쳐 이름을 결정하게 된다.
이 같은 두 지자체 간 기싸움을 접한 네티즌들은 “싸우지 말고 한 글자씩 따서 이름 붙여라. 지하철역도 석계역(석관·월계)이나 미금역(구미·금속) 등으로 정한 사례가 있지 않느냐”, “뭣이 중하다고 싸우냐. 한강에 33번째 들어서는 다리니까 차라리 ‘삼삼대교’라고 해라” 등의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지은 땅집고 기자 leejin05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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