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3.04.06 13:26 | 수정 : 2023.04.06 13:47
[땅집고] “4일 국토교통부 발표 이후 매물을 등록했는데, 바로 매수 문의 전화가 왔습니다. 상당히 반응이 빠른 편이죠. 이런 분들은 이미 청량리역 일대 임장을 수차례 다닌 분들이에요. 물건이 나오기만 기다린 겁니다. 하지만 이 매물을 제외하면 계약은 뜸할 겁니다.”(서울 동대문구 청량리동 한석수 홍익공인중개사사무소 대표)
7일부터 아파트 입주권(분양권) 전매 제한 기간이 대폭 단축된다. 최장 10년이던 수도권 아파트 분양권 전매제한 기간은 최대 3년으로 줄어든다. 2020년 당시 수도권 규제지역이나 분양가 상한제 적용지역 아파트 분양에서 당첨된 수분양자라면 올해 입주권 매매가 가능하다는 얘기다.
분양시장의 목줄을 죄던 입주권 전매제한 규제가 완화되면서 시장이 꿈틀대고 있다. 해당 내용을 담은 주택법 시행령 개정안이 지난 4일 국무회의를 통과한 직후 서울 동대문구 청량리역 일대 초고층 단지, 위례신도시 등에서는 억대 프리미엄 금액이 붙은 입주권이 매물로 나왔다.
■전매제한 풀리자마자 ‘억대 프리미엄’ 입주권 등장
분양권 전매제한 기간 단축에 대한 반응은 서울 곳곳에서 나타났다. 먼저 5월 입주 예정인 ‘청량리역한양수자인그라시엘’(1152가구)이 대표적이다. 이 단지 전용면적 84㎡ 일반분양권은 13억5000만원~22억7100만원에 매물로 나왔다. 이 단지는 청량리역 일대 분위기를 바꾼 초고층 3대장 중 하나로 평가받으면서, 당시 ‘고분양가’ 논란에도 완판을 기록했다.
13억5000만원은 분양가 9억6500만원에 프리미엄 3억8500만원을 더한 가격이다. 억대 프리미엄이 붙었는데도 불구하고 매물 등록 직후 인근 부동산에는 매수 문의가 제법 들어왔다. 이 매물을 중개하는 한 대표는 “이 매물 매도자는 전매제한 축소 발표 이전부터 매물을 내놓으려 했다”며 “양도소득세가 상당하지만, 이를 감수하고 팔기로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동구 천호동 ‘중흥S클래스밀레니엄’(999가구) 47㎡ 입주권도 등장했다. 이 단지는 2020년 7월 분양했으며, 내년 9월 입주 예정이다. 천호역 인근 부동산 중개업소 관계자는 “‘전매제한 금지’단지였는데 (이번에 전매제한이 풀리면서) 중개사이트에 올릴 수 없었던 것”이라고 말했다.
위례신도시에서도 ‘송파위례리슈빌’(494가구) 전용 116㎡가 16억7000만원부터 매물로 나와 있다. 이 단지 역시 원래대로라면 전매제한 4년에 걸려 매물로 나올 수 없는 물건인데, 규제가 풀리면서 시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 “일시적으로 거래량 늘겠지만 시장 활성화에는 제한적”
분양권 전매제한이 풀리면서 서울 강남3구(강남·서초·송파구)와 용산구 등 규제지역(분양가상한제 적용 지역 포함)은 3년, 서울 전역이 포함된 과밀억제권역은 1년, 그 외 지역은 6개월로 단축된다. 전매제한 기간이 최대 4년이던 비수도권은 공공택지와 규제지역은 1년, 광역시 도시 지역은 6개월로 줄었다. 그 외 지역은 전면 폐지다.
일선 공인중개사들은 이번 조치로 새로운 움직임이 보인다면서도, 입주권 매매가 활성화 될 지는 기대하지 않는다고 했다. 전매제한 규제 완화가 효과를 보려면 실거주 의무 규제도 풀려야 하는데, 실거주 의무 폐지를 골자로 하는 주택법 개정안은 여전히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법안이 통과되지 않으면 분양가상한제 적용대상 아파트 분양권을 구입하더라도 다시 전세나 매매는 불가능하고 2년간 실거주해야 하는 부담을 떠안아야 한다
막대한 양도소득세도 걸림돌이다. 분양권 취득세율은 취득 후 2년 이내에 팔면 시세차익의 60%를 양도세로 내야 한다. 분양가보다 1억원 프리미엄을 얹어 팔면 차익인 6000만원에 대한 양도세를 물어야 한다.
전문가들 역시 전매제한 기간 완화로 거래량이 일시적으로 늘겠지만, 침체된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기는 제한적이라는 입장이다. 함영진 직방 데이터랩장은 “규제 완화로 인해 지난해 말보다는 입주권 거래량이 조금 살아나는 경향이 보인다”면서도 “양도세율이 여전히 높아서 차익의 상당 부분을 반납해야 하고, 실거주 의무가 남아 있어 평년 수준의 거래량 회복을 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진단했다.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 역시 “단기매도를 하기엔 세율이 부담스러운 상황”이라고 했다. 이어 “그렇다고 입주권에 높은 프리미엄을 붙이면 가격 경쟁력이 떨어져 거래 성사가 쉽지 않다”며 “이 시장 역시 금리 인상에 따라 오르내림세가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서경 땅집고 기자 westseoul@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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