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3.04.06 11:57
[땅집고] “헐, 학교 등굣길이 저렇게 가파르면 매일 무섭고 힘들어서 어떡하나요? 정말 부산 학생들 대단하네요 @-@”
최근 부산 금정구에 있는 부곡중학교 등굣길이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1969년 동네 산자락에 문을 연 이 학교에 가려면, 교정 오른편으로 나 있는 오르막 경삿길을 올라야 한다. 이 통학로가 직선 145m 정도여서 긴 거리는 아니다. 하지만 경사가 너무 심한 탓에 평지라면 2분 정도 걸릴 것을 5분 이상은 걸어야 정문에 비로소 닿는다.
부곡중 통학로 사진에서 보는 것처럼 통학로 경사도가 거의 수직으로 서 있는 것처럼 보인다. 안전을 고려해 경사로 인도에는 철제 손잡이가 달려 있고, 바로 옆 아스팔트에는 빨간색 미끄럼방지 페인트가 발렸다. 이 사진을 접한 네티즌들은 “학생들이 등교할 때마다 너무 힘들겠다”, “눈이나 비가 오는 날 미끄러지기라도 하면 어쩌나. 아이들 안전이 걱정된다”는 등의 반응을 쏟아내고 있다.
그런데 정작 부산에서 학창시절을 보낸 사람들은 “원래 부산 학교들은 다 산에 들어서있다. 이 때문에 대부분 학교 등굣길도 가파르다”며 대수롭지 않다는 분위기다. 다른 지역과 달리, 산지가 많은 부산에선 신도시나 해안가를 제외하면 평지에 있는 학교가 드물다. 실제로 부산시는 전체 면적의 절반이 산으로 이루졌다. 2019년 산림청 통계에 따르면 부산시 총 면적 769.89㎢ 중 산지가 347.15㎢로, 약 45%를 차지한다.
자연 지형을 감안하더라도 학교가 급경사를 끼고 있는 경우 학생들 등하굣길 안전이 심각하게 저해될 수 있어 개선이 필요해보인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국토교통부가 1999년 제정한 ‘도로의 구조·시설 기준에 관한 규칙’에 따르면, 통학로 경사도는 최대 16%를 넘기지 말아야 한다는 조항도 있다.
하지만 부산시 일대에선 규칙이 생기기 전인 1970~1980년대에 개교한 탓에 경사도가 20~30% 이상으로 가파른 통학로를 감수해야 하는 학교가 전체의 80%를 넘는다. 실제 아찔한 통학로로 인해 인명 피해가 발생한 사건도 있다. 2008년 통학로 경사도가 33%에 달했던 대덕여고에서 승합차 한 대가 하굣길 학생들을 친 뒤 언덕 아래로 추락해, 여고생 3명이 숨지고 22명이 다치는 참사가 발생했다.
부산시교육청 관계자는 땅집고와의 통화에서 “부산시 지형 자체가 산악지대인 상황에서, 도시계획법이나 국토·건축과 관련한 법이 전무했던 1970~1980년 지어진 학교들은 통학로가 가파를 수밖에 없다. 이런 옛 학교에 규칙을 통학로 경사도와 관련한 규칙을 소급 적용하기에는 현실적으로 무리가 있는 데다가, 대부분 사립 학교라 재단 측에서 땅값이 비싼 평지를 매입해 학교를 이전하기도 비용 부담이 큰 상황”이라며 “대신 최근 짓는 학교는 최신 법을 적용받아 모두 평지에 들어서고 있다”고 했다.
이어 그는 “부산시 일대 학교가 산자락에 들어선 덕분에 학생들이 다른 지역에서 경험할 수 없는 특별한 추억을 쌓기도 한다”며 “고지대에 있는 예원여중·고 학생들은 매년 10월 야간자율학습 시간대에 인근 광안대교에서 진행하는 불꽃축제를 한눈에 바라볼 수 있다고 한다”고 했다. /이지은 땅집고 기자 leejin05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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