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3.04.03 11:47
[함현일의 미국&부동산]부동산 투자자를 사로잡은 마트의 매력
미국에서 한인타운 부동산 개발의 법칙이 하나 있다. 무조건 한인 마트를 부동산의 중심 시설로 넣는 것이다. 어떤 식료품점이 들어오느냐가 개발의 성패를 결정할 정도다. 필자가 거주하는 달라스도 예외는 아니다. 캐롤톤 한인타운의 역사가 2008년 죽어가던 상가에 들어선 H마트에서 시작됐다. 지금은 이곳이 달라스에서도 가장 장사가 잘되는 상권으로 꼽힌다.
미국에서 한인타운 부동산 개발의 법칙이 하나 있다. 무조건 한인 마트를 부동산의 중심 시설로 넣는 것이다. 어떤 식료품점이 들어오느냐가 개발의 성패를 결정할 정도다. 필자가 거주하는 달라스도 예외는 아니다. 캐롤톤 한인타운의 역사가 2008년 죽어가던 상가에 들어선 H마트에서 시작됐다. 지금은 이곳이 달라스에서도 가장 장사가 잘되는 상권으로 꼽힌다.
이런 법칙은 비단 한인타운에만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대형 마트가 핵심 점포로 있는 상가들이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어느 때보다 주목받고 있다. 투자할 만하고, 투자한 만큼 수익이 돌아오는 자산이란 인식이 퍼져있어서다. 최근 어려운 경제 상황에서도 다른 부동산 자산보다 거래와 투자가 활발한 식료잡화점 중심 상가(grocery-anchored retail)를 살펴본다.
■펜데믹 이후 더 주목받는 식료품 상가…“투자할 만한 자산”
리테일은 2022년에 전년보다 유일하게 거래가 늘어난 영역이다. 이런 리테일 부문의 성장을 이끈 것이 식료잡화점 상가다. 2022년 이 부문의 부동산 거래는 2년 연속 역대 기록을 경신했다.
JLL의 연간 미국 식료잡화점 추적 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전체 부동산 거래량은 147억 달러로 2021년보다 16% 성장했다. 하지만 상반기와 하반기 격차가 크다. 상반기에는 평균 월별 15억 달러의 거래가 있었던 반면 하반기에는 이자율이 크게 오르면서 월별 거래량이 8억 5200만 달러로 반토막이 났다. 하지만 오피스 등 다른 자산보다는 훨씬 낫다.
올해 악화한 부동산 시장 상황에서도 대형 거래가 성사됐다. 글로벌 부동산 투자회사인 하인즈(Hines)는 최근 뉴욕주 화이트 플레인스에 있는 26만 2000제곱피트(ft2) 상가를 1억 1200만 달러에 인수했다.
하인즈가 이런 큰 배팅을 한 이유는 상가의 중심 시설이 고급 마트인 홀푸드(Whole Foods)였기 때문이다. 지난해 9월 이후 미국에서 가장 큰 식료품 상가 거래였다. 하인즈는 “식료품점이 중심 시설인 쇼핑센터들은 최근 경기 침체 상황에서도 잘 버텨내고 있다”며 “하인즈는 앞으로 주거 및 상업용 부동산과 함께 이 부분에 집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거래를 보도한 월스트리트저널은 팬데믹이 끝나가고 개인의 직접 쇼핑이 다시 활기를 띠면서 마트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마트가 인기를 끄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최근 경제의 가장 큰 걸림돌인 이자율과 인플레이션에 면역력이 높다는 점이다. 인플레이션이 있어도 여전히 사람들은 햄, 치즈, 계란, 우유 등 기본적인 식재료를 사기 위해 마트에 가야 한다. 온라인 쇼핑이 좀처럼 비중을 높이지 못하는 곳이 식료품 부문이기도 하다. 여전히 많은 사람이 신선한 재료를 고르기 위해 직접 마트에 가는 것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또 박리다매라는 산업의 특성도 한몫한다. 물건 당 마진이 작아 회사나 소비자나 높은 배달 비용을 감당하기 어렵다.
■주식시장서도 ‘식료품 상가’ 관련주 강세…올해도 안정적 성장 전망
주식시장에도 식료품 상가와 관련한 주들이 힘을 받고 있다. 캐나다에 상장된 식료품 중심 상점에 투자하는 ‘슬레이트 그로서리 리트’(Slate Grocery REIT)의 경우 2022년에 임대 수익과 순수익이 각각 15%와 58.8% 상승했다. 시장의 변동성과 불확실성에도 불구하고 안정적인 성장과 실적을 유지하고 있다. 슬레이트 그로서리는 2023년에도 식료품점에 대한 거래가 안정적이고 임대 수요도 강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올해 불안한 경제 상황에도 식료잡화점 상가가 안정적인 성장을 보일 것이란 전망이다.
하지만 어떤 부동산 자산도 이자율 상승에 대한 영향을 완전히 피해 갈 수는 없다. 하인즈의 화이트 프레인스의 상가 거래가 역대급 규모지만, 여전히 높은 가격인지는 의문이다. MSCI에 따르면 전 상가 소유주인 UBS 리얼티 인베스터즈는 2005년 이 상가를 올해 매각가보다 4100만 달러 높은 가격에 인수했다. 상가 자체의 가치는 지난 18년 사이 낮아진 것이다. JLL도 현재의 대출 환경 아래서는 대형 거래를 성사시키기 어렵기 때문에 식료품점 상가 부문의 평균 거래 규모는 줄어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글=함현일 美시비타스 애널리스트, 정리=김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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