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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출·예금 금리 1년 만에 '3%대'로…더 떨어질까?

    입력 : 2023.04.02 14:34 | 수정 : 2023.04.03 07:55

    [땅집고] 시중은행의 대출·예금금리가 1년여 만에 모두 3%대로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시민들이 한 시장 내 식당가 앞에 설치된 은행 현금인출기(ATM)를 이용하고 있다/ 연합뉴스

    [땅집고] 시장 금리가 떨어지고 은행 간 가산금리 인하 경쟁까지 겹치면서 시중은행의 대출·예금금리 하단이 모두 3%대로 내렸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우리·하나은행의 지난달 31일 기준 주택담보대출 혼합형(고정) 금리(은행채 5년물 기준)는 연 3.660∼5.856% 수준이다. 같은 달 3일과 비교하면 상당수 대출자에게 적용되는 하단 금리가 0.750%포인트(p)나 하락했다.

    지표금리인 은행채 5년물의 금리가 같은 기간 0.525%포인트(4.478%→3.953%) 하락한 데 가장 큰 영향을 받았다. 특히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부도 사태 이후 국내외 긴축 종료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면서 시장 금리 하락 속도가 빨라졌다.

    지표금리 낙폭(0.525%포인트)보다 실제 대출금리가 더 많이(0.750%포인트) 내린 이유로 지난달 은행들이 앞다퉈 '상생금융'을 강조하며 0.3%포인트 안팎 가산금리까지 스스로 낮춘 점이 지목된다. 시중은행의 3%대 주택담보대출 혼합형 금리는 지난해 2월 이후 처음이다.

    신용대출 금리(은행채 1년물 기준·연 4.750∼6.120%)는 한 달 사이 하단이 0.670%포인트, 상단이 0.330%포인트 내려왔다. 이는 은행채 1년물 금리 하락(-0.339%포인트)과 관계가 있다.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신규 취급액 코픽스 연동) 역시 현재 연 4.190∼6.706%로 하단이 0.730%포인트 떨어졌다. 지표금리 코픽스(COFIX)의 0.290%포인트(3.820%→3.530%) 하락에 가산금리 인하가 겹친 결과다.

    최근 시중은행 정기예금 금리는 아예 기준금리(3.50%)를 하회하고 있다.

    은행연합회 소비자 포털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대표 정기예금 상품 금리는 현재 연 3.40∼3.80% 수준이다. 공시된 각 은행 상품별 1년 만기 최고우대금리는 ▲농협은행 NH고향사랑기부예금 3.80% ▲우리은행 원(WON)플러스 예금 3.54% ▲농협은행 NH내가그린(Green)초록세상예금 3.50% ▲하나은행 하나의정기예금 3.50% ▲KB국민은행 KB스타(star)정기예금 3.50% ▲농협은행 NH왈츠회전예금Ⅱ 3.43% ▲신한은행 쏠편한정기예금 3.40% 순이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대출·예금 금리가 기준금리와 비슷하거나 오히려 낮은 현상에 대해 “국내외 통화정책이 긴축에서 완화로 돌아서기 직전의 변곡점에 이르렀기 때문에 기준금리를 통한 통화정책이 최근 시장에 예전처럼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나 한은의 기준금리가 곧 떨어질 것이라는 기대로 시장금리도 하락하고 있고, 중앙은행은 앞으로 기준금리를 결정할 때 이런 시장금리 동향을 고려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은 관계자는 “그린스펀의 수수께끼 사례도 있듯이 정책금리와 시장금리의 방향이 맞지 않는 경우가 드문 일은 아니다”라며 “시장금리 동향을 면밀히 살펴보고 있다”고 했다. 그린스펀의 수수께끼는 2004년부터 2006년까지 연준이 기준금리를 큰 폭으로 올렸지만, 미국 국채 금리가 거의 반응하지 않아 당시 연준 의장이었던 앨런 그린스펀이 “이유를 모르겠다”고 말한 데서 비롯됐다. 이후 중국 등 경상수지 흑자국이 막대한 외환보유액을 바탕으로 미국 국채를 매입했기 때문이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아울러 대출금리의 급락은 정책금융상품 활용을 고려하는 금융소비자들에게도 혼란을 주고 있다. 기존 보금자리론, 안심전환대출, 전격 대출 등 정책 모기지(주택담보대출)를 통합한 고정금리 상품 '특례보금자리론'의 이달 금리는 일반형에 연 4.15∼4.45%, 우대형에 연 4.05∼4.35%를 적용한다.

    사회적배려층, 저소득층 청년, 신혼가구 등이 우대금리를 최대한 받으면 연 3.25∼3.55%도 가능하지만 신청자 상당수는 4%대 금리에 해당하기 때문에 3%대 중반까지 떨어진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금리와 비교해 경쟁력이 없다는 평가가 나온다. /서지영 땅집고 기자 sjy3811@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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