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3.04.01 11:33 | 수정 : 2023.04.02 18:08
[땅집고] “보행자 도로 한가운데에 이렇게 커다란 쇳덩이를 설치한 이유가 대체 뭔가요? 주민들이 매번 이거 피해다니느라 불편할 뿐더러, 보기에도 너무 별로입니다.”
경기 남양주 별내신도시에 개통한 지하철 4호선 연장선. 이른바 진접선으로 통하는 전철을 타고 별내별가람역에 내려 1번 출구로부터 몇 걸음 걷다보면 희한한 광경이 눈에 들어온다. 역 출구부터 이어지는 보행자 도로 한복판을 커다란 쇳덩이 박스 2개가 떡하니 가로막고 있어서다.
해당 시설물은 한국전력이 2021년 2월 설치한 ‘지상 개폐기’다. 지상 개폐기란 지중 구간 분기선이나 전력이 필요한 곳, 혹은 선로 운용상 필요한 위치에 설치하는 설비를 말한다. 높이가 1m를 넘어 웬만한 초등학생 키와 비슷하다.
이처럼 상당한 면적을 차지하는 철제 시설물이 보행자 도로 중앙을 떡하니 차지하고 있는 바람에 주민들 불편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지하철역 출구 바로 앞이라 유동인구가 많은데다, 이 길을 지나는 동안은 이 커다란 방해물을 피하느라 걷는 속도를 잠시 늦춰야해 정체 현상을 빚기도 한다. 특히 휠체어나 유모차, 자전거, 전동 킥보드 등이 지나갈 때면 정체현상은 더 두드러진다. 이에 주민들은 “어떻게 보행로를 이렇게 생각없이 만들 수 있느냐”며 남양주시에 개폐기를 다른 곳으로 옮겨달라는 민원을 제기하고 있다.
남양주시는 지상 개폐기 이전 책임은 한국전력과 국가철도공단에 있다고 한다. 두 기관이 지하철역 출구 인근 도로 모양과 개폐기 위치를 협의해 설치했다는 것이다. 남양주시는 지난해 12월과 올해 3월 두 차례에 걸쳐 개폐기를 옮겨달라고 요구했지만, 아직까지 별다른 조치가 없다.
한국전력과 국가철도공단은 지상 개폐기 이설을 두고 책임 공방을 벌이고 있다. 책임 소재에 따라 이설 비용을 부담해야 하기 때문이다.
한국전력은 국가철도공단이 잘못했다고 주장한다. 당초 계획에 따라 ‘보행로와 차도 경계부’에 개폐기를 설치했는데 이후 국가철도공단이 보행로를 확장하는 바람에 개폐기 위치가 엉뚱하게 변했다는 것. 한국전력 관계자는 “만약 국가철도공단이 개폐기 철거 비용 부담을 거부하면 남양주시 요구에 따라 일단 한국전력이 개폐기를 옮긴 뒤 국가철도공단을 상대로 비용청구 소송을 제기할 예정”이라고 했다.
국가철도공단 입장은 다르다. 당초 한국전력과 지상 개폐기를 설치하기로 약속한 지점은 보행로와 차도 경계부가 아닌 ‘식수대 및 조경 화단과 보행로 경계부’라는 것. 국가철도공단은 협의 사항을 지켜 도로와 보행로를 만든 것 뿐이며, 마음대로 보행로를 확장한 적이 없다고 주장한다.
피해를 입는 건 결국 별내신도시 주민들이다. 남양주시는 “오는 4월 15일까지 두 기관에 개폐기 이설을 강력하게 요구한 상태”라며 “불응한다면 사법기관에 고발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이지은 땅집고 기자 leejin05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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