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3.03.31 07:25 | 수정 : 2023.03.31 07:35
[땅집고] “코로나19 끝나고 상권이 살아나나 싶었는데, 그날 이후로 완전 손님이 끊겼죠. 지금은 몇 달이 흐른 만큼, 시민들 발길이 사고 직후보다는 늘었어요. 시간이 제법 걸리겠지만, 지자체와 상인들도 예전의 이태원으로 돌아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쉽지는 않겠지만요.” (이태원역 인근 부동산 중개업소 ‘지우리얼티’ 박갑현 대표)
29일 오후 6시 퇴근 무렵 서울 용산구 이태원역 1번 출구로 나가자 이국적인 향이 코를 찔렀다. 해밀튼 호텔 앞에는 누군가를 기다리는 듯 2030세대가 여럿 보였다. 잠시 후 신호등에 초록불이 들어오자 횡단보도에는 어디론가 향하는 사람들로 가득했다.
이날은 핼러윈 참사(작년 10월29일)가 발생한 지 딱 5개월째 되는 날이다. 거리는 예상보다 많은 사람들로 붐볐다. 참사 발생 이후 한동안 침체된 상권도 조금씩 회복세를 띠고 있었다. 다만 이태원역이 있는 대로변은 봄 기운이 제법 만연했지만, 골목 상권은 아직도 그날의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듯했다. 상인들은 사고 여파에서 벗어나려면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면서도 조심스레 회복 기대감을 드러냈다.
이태원 상권은 6호선 이태원역 1~4번 출구를 중심으로 이국 음식점이 줄줄이 들어서면서 발달했다. 1ㆍ2번 출구 인근에는 세계음식 특화거리가, 3번 출구 쪽으로는 이슬람 거리가 형성돼 있다. 골목에만 들어서도 특유의 향신료 냄새가 풍기면서 고국의 맛이 그리운 외국인 방문객과 이국 음식을 맛보려는 내국인들을 끌어들였다.
하지만, 지난해 10월 참사 이후 모든 것이 변했다. 자유분방하고 활기로 넘쳤던 이태원 거리는 사고 현장으로 각인됐다. 시민 발길이 줄면서 일대 상권은 무너지기 일보 직전이었다. 지난 겨울은 혹독했다. 임대료를 내지 못한 상인들이 부지기수였고, 그 흔적은 현재 곳곳에 내걸린 ‘임대’ 현수막에 남아 있다.
다행히 봄소식과 함께 이곳 상권에도 조금씩 훈풍이 불고 있다. 커피 프랜차이즈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최모씨는 “주말 매출이나 좌석 회전 속도를 보면 코로나19 초기 상황을 방불케한다”면서도 “날이 따뜻해진 덕분에 지난해 겨울보다 유동인구가 확실히 늘었다”고 했다.
서울시상권분석서비스에 따르면 지난해 2·3분기 이태원역 일대 호프점 등 주점 매출은 서울시 평균보다 3배 가량 많았지만, 지난해 4분기에는 격차가 줄었다. 제과점 평균 월 매출도 지난해 2분기 4573만원에서 4분기에는 3642만원으로 20% 이상 줄었다. 같은 기간 서울시 평균은 1954만원에서 1915만원으로 불과 2% 감소했다. 코로나19 이후 증가하던 매출이 참사 이후 뚝 떨어진 것이다.
상인들은 상권 회복을 위해 팔을 걷어붙였다. 우선 참사 이후 발길을 돌린 2030 세대를 다시 불러들이기 위해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통한 소통의 장을 넓히고 있다. 양식집을 운영하는 A씨는 “이태원역은 인근에 벚꽃길이나 한강, 공원이 없어 자연스레 손님이 오기 어려운 곳”이라며 “일부러 우리 가게를 찾아오는 경우가 대다수였던 만큼, SNS에 광고 글을 올리고 있다”고 했다. 실제로 인스타그램에 ‘이태원맛집’을 검색하면, 사고 직후와 달리 최근 글이 여럿 보인다.
중소벤처기업부와 지자체, 공공기관, 지역 상인회 등은 이태원 상권 회복을 위한 다양한 콘텐츠 개발과 마케팅, 문화예술공연 활동 등을 지원하는 ‘헤이, 이태원’ 프로젝트에 나서고 있다. 서울시는 올해 1~2월 100억원 규모의 ‘이태원상권회복상품권’을 발행한 데 이어 이번 달에는 규모를 300억원으로 늘렸다. 할인율도 10%에서 20%로 상향 조정했다. 50만원어치 상품권을 20% 할인가격인 40만원에 구입할 수 있는 셈이다. 이 상품권은 티머니페이나 신한SOL 같은 앱(APP)을 통해 구매할 수 있다.
상인들은 이태원 상권이 완전히 회복하려면 대로변에 이어 골목상권도 활기가 돌아야 한다고 했다. 참사가 발생한 해밀턴호텔 옆 골목길은 기억의 길이다. 골목 입구엔 시민들이 붙여놓은 포스트잇이 남아 있을 뿐 한산했다.
일부 상인들은 이곳이 추모의 공간으로 기억되길 원치 않는다고도 했다. 4번 출구 인근에서 가게를 운영하는 B씨는 “이 일대가 모두 슬픔에 잠겨 거대한 추모 공간으로 남으면, 그야말로 슬럼가가 될 게 뻔하다”며 “그 누구도 원치 않는 결과”라고 말했다. 이어 “어떤 방법을 써서라도, 하루 빨리 이태원이 활기 넘치는 동네로 돌아갔으면 좋겠다”고 했다. /김서경 땅집고 기자 westseoul@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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