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3.03.30 11:50
[땅집고] ‘대우건설, 울산 아파트 사업 440억원에 손절’, ‘울산 중견건설사 대표 극단 선택’.
전국에서 집값 낙폭이 가장 큰 지역을 꼽으라면 대구·세종·인천시 등을 떠올린다. 하지만 울산시도 이들 지역 못지 않게 시장 침체가 심각한 수준이다. 최근 울산시 일대에서 부동산과 관련한 사건사고도 잇따르고 있어 지역 사회 우려가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울산 집값, 42주 연속 하락세…미분양 쌓이고 마피 분양권 속출
울산 아파트 가격이 하락세로 돌아선 것은 지난해 하반기부터다. 집값 꼭지론이 확산하고 금리가 치솟으면서 전국 부동산 시장이 대세 하락기에 진입했는데, 울산 역시 이 영향을 받은 것이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울산시 아파트 매매가격은 지난해 6월부터 지금까지 42주 연속 내리막길을 걷는 중이다. 그 사이 집값은 10.91% 하락했다. 이에 올해 아파트 공시가격이 지난해 대비 14.27% 낮아졌다. 전국에서 하락률 6위다.
실제로 울산시 일대 아파트마다 수억원 하락 거래가 포착된다. 전용 84㎡(34평)를 기준으로 남구 신정동 ‘문수로2차아이파크2단지’가 이달 7억8000만원에 팔렸다. 최고 실거래가인 11억9000만원 대비 34%(4억1000만원) 하락한 금액이다. 집값 상승기인 2020년까지만 해도 9억원 돌파가 코 앞이던 남구 야음동 ‘울산번영로두산위브’ 역시 이달 5억3000만원으로 내려앉았다.
온라인 부동산 중개사이트에는 입주를 앞둔 단지 곳곳에서 소위 ‘마이너스 프리미엄’이 붙은 분양권이 속출하고 있다. 지난해 웃돈이 1억원 가까이 붙었던 동구 전하동 ‘KCC스위첸웰츠타워 2단지’에선 분양가보다 최대 3500만원 정도 낮은 매물이 수두룩하다.
■울산 분양 예정 현재까지 ‘0’…건설사 연쇄부도설 등 악재 겹쳐
미분양 아파트도 늘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1월 기준 울산시 미분양 주택은 총 4253가구로 11년만에 최대치다. 미분양이 쌓이다보니 올해 분양하는 물량이 자취를 감췄다. 실제 울산에선 올해 들어 분양 일정을 확정한 사업장이 한 군데도 없다.
불미스러운 사건사고도 잇따르고 있다. 올해 초 대우건설은 울산 푸르지오 주상복합 아파트 시공권을 포기했다. 대우건설은 총 480가구 규모인 이 아파트 개발사업에서 손을 떼기 위해 440억원의 브릿지론을 자체 자금으로 변제하는 초강수를 뒀다. 즉 분양에 착수해 추후 미분양 리스크를 지는 것보다 수백억 손실을 보더라도 사업에서 발을 빼는 게 더 낫다고 판단한 셈이다.
이미 사업에 착수한 현장도 녹록치 않기는 마찬가지다. 현재 울산시 일대 아파트 등 공동주택 20여곳이 공사를 중단한 상태다. 포스코건설이 남구 야음동에 시공한 ‘울산 더샵번영센트로’는 2020년 분양 당시 중도금 대출 이자 후불제 혜택을 내세웠는데, 최근 사업비 부담을 이유로 대출이자를 계약자가 직접 내라고 통보하는 바람에 6월 입주를 압둔 수분양자들이 동요하고 있다.
이달에는 울산지역 도급순위 8위인 한 중견 건설사 대표 A씨가 극단적 선택을 하기도 했다. A씨는 울산시를 비롯해 인근 경주·진주 등 지역에서 분양사업 및 택지개발에 나섰다가 막바지 공사대금을 확보하지 못해 자금 압박에 시달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 인해 이 업체와 거래하던 울산시 일대 전문 건설사들의 연쇄 부도설 등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올해 1만가구 입주폭탄까지…울산 부동산시장 당분간 회복 어려울 듯
전문가들은 앞으로 최소 1년 동안은 울산시 부동산 시장이 회복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진단한다. 울산시의 경우 조선업 등 일자리가 탄탄해 다른 지방에 비해서는 집값이 반등할 수 있는 조건을 그나마 갖췄지만, 고금리가 이어지고 있는 지금은 실수요와 투자수요 모두 울산 주택 시장에 진입하기 어려운 상황이라서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올해부터 울산시 일대에 입주하는 새아파트가 적정 수요를 초과하는 것도 집값에 악영향을 끼치는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올해 울산시에는 12개 단지 9042가구, 내년 8개 단지 4574가구가 줄줄이 입주할 계획이다.
고준석 제이에듀투자자문 대표는 “현재 부동산 불경기에 고금리 여파까지 겹친 데다 울산시도 집값 하락세가 커진 지역이다보니 진입 매력도가 매우 낮아진 상황”이라며 “추후 금리가 낮아지더라도 수도권 집값이 먼저 오른 뒤, 몇 달 정도 시간차를 두고 나서야 울산 집값 상승을 그나마 기대해볼 만할 것”이라고 했다. /이지은 땅집고 기자 leejin05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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