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3.03.29 11:28
[땅집고] “이렇게 싸게 다양한 옷을 살 수 있다니 놀라워요!” (20대 일본인 방문객 카에데씨)
지난 28일 오후 2시께 찾은 지하철 고속터미널역 지하상가 쇼핑센터 ‘고투몰(GOTOMALL)’에는 평일임에도 쇼핑객들로 북적이고 있었다. 내국인과 외국인 비율은 50대 50정도. 곳곳에서 일본어를 비롯한 외국어로 대화하는 소리가 들렸다. 손에 ‘고투몰’이라고 적힌 흰색 봉투를 몇 개씩 쥔 이들은 지하상가에 있는 의류, 액세서리 매장을 둘러보며 맘에 드는 물건을 고르며 쇼핑 삼매경에 빠져있었다.
대규모 화훼상가가 있는 곳으로도 잘 알려진 고속터미널역 지하상가 ‘고투몰’은 2호선 잠실역, 1호선 영등포역 지하상가와 함께 매출 기준 ‘3대 지하상가’ 중 하나로 꼽힌다. 고투몰은 의류, 신발, 가방, 인테리어 소품들을 총망라한 쇼핑센터로 지하철 3·7·9호선이 만나는 고속터미널역에 있다. 2012년 기존 상가를 전면 개보수하면서 고투몰로 이름을 바꿔 재개장했고, 현재는 총 627개의 점포가 입점해 있다.
■코로나 충격에서 벗어나는 고투몰…평일에도 외국인 쇼핑관광객들로 ‘북적’
코로나 사태가 터지기 직전까지 고투몰은 모여든 관광객들로 인해 ‘어깨를 부딪치며’ 쇼핑하는 곳으로 유명했다. 고투몰 관리인 A씨는 “한창 관광객이 많았을 때인 2019년 만큼은 아니지만 그래도 최근 방문객이 많이 늘었다”면서 “일본 여성들이 제일 많이 오고 요즘에는 중국인들도 눈에 띄기 시작했다. 다시 활기를 찾는 것 같다”고 했다.
고투몰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 비중이 얼마인지는 정확한 통계가 아직 없다. 다만 이곳 상인들에 따르면 일본 여성 다음으로 태국, 싱가포르 관광객들이 즐겨 찾는다고 했다. 코로나로 뚝 끊겼던 중국인들도 최국 중국 정부의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으로 다시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고 했다. 관광객이 많이 늘었다고는 하지만 코로나 사태가 터지기 전인 2019년과 비교해 아직 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라고 고투몰 관계자가 전했다.
실제로 지난해 말에도 서울은 일본인들이 가장 가고 싶어하는 해외 여행지 1위에 선정됐다. 일본 대형 여행사 HIS 조사로는 서울을 찾는 일본 여행객 상당수는 한국 문화에 반한 젊은 여성인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 결과에 의하면 서울 여행객 70%가 여성이고, 그 중 40%가 10~20대였다. 인기 배경으로는 K-드라마, K 팝, 저가 항공 증편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SNS타고 방문한 관광객들…“인스타·틱톡 보고 왔어요”
고투몰에 온 외국인 방문객은 대부분이 젊은 여성들이었다. 쇼핑을 마친 방문객들에게 소감을 묻자 “싸고 종류가 다양해서 만족스러웠다”는 답변이 공통적으로 돌아왔다.
앳된 얼굴의 일본인 관광객 카호(18)씨와 아야카(18)씨는 “4월에 대학교에 입학하는데 새 학기에 입을 옷을 마련하고 싶어 여행 일정에 고투몰 쇼핑을 넣었다”고 했다. 한국에서 유행하는 버킷햇 스타일의 모자를 쓴 아야카씨는 “이 모자는 홍대에서 샀고, 한국에서 유행하는 크롭티(짧은 기장의 티셔츠)를 사려고 이곳에 왔다”면서 “일본에는 이렇게 다양하게 쇼핑을 즐길 수 있는 상점이 모여 있는 상가가 없다. 이렇게 저렴한 가격으로 다양한 옷을 살 수 있다니 놀랍다”고 했다.
카에데(20)씨와 마리(50)씨 모녀는 쇼핑하기 위해 고투몰을 찾았다고 했다. 이들에게 고투몰을 어떻게 알게 됐냐고 묻자 인스타그램에 ‘고속터미널(高速ターミナル)’이라는 해시태그를 직접 검색해 보여줬다. 해당 키워드로 검색해보면 나오는 게시물 수는 무려 6만5000개에 달했다. 게시물에는 추천 상점, 상가 내 음식점 정보, 찾아가는 방법 등 다양한 정보들이 담겼다.
카에데씨는 서울 방문 여행객들이 인스타그램에 올린 후기를 통해 고투몰을 알게 됐고, 호기심이 생겨 방문하게 됐다고 했다. 쇼핑을 마친 그는 “실제로 와보니 옷과 악세서리 종류가 매우 많은데다 가격이 싸서 만족스러웠다”면서 “다음 쇼핑 장소인 압구정으로 이동하고 나서 일정을 마무리할 예정”이라고 했다.
브루나이에서 교환학생으로 한국에 왔다는 수하일라(20)씨와 위나(20)씨는 “틱톡에서 고투몰을 소개하는 영상을 보고 오게 됐다”면서 “질에 비해 가격이 적당한 게 인상적”이라고 소감을 말했다.
■고터 지하상가 매력?…“싸고 다양하니까”
고투몰에서 판매하는 의류 가격은 다른 지하 상가에 비해서도 상당히 저렴한 편이다. 1만원대가 대부분이고, 아무리 비싸도 5만원을 넘기지 않는다. 동대문 같은 대형 상가의 경우 개별 소비자가 가면 소매 가격을 받지만, 고투몰은 도매가로 물건을 떼와 이윤을 최소화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판매가 가능하다.
고투몰에서 의류 상점을 운영하는 B씨는 “여기 오는 외국인들 연령대가 어린 편이다. 그래서 그런지 비싼 물건엔 지갑을 잘 안 열고, 1~3만원대 저렴한 물건에 관심이 많다”고 했다.
선종필 상가뉴스레이다 대표는 “최근 몇 년간 강남 상권 전반이 MZ 세대를 중심으로 업종을 바꾸는 등 세대교체를 실시했다. 고투몰도 이런 변화에 따라 젊은 외국인 관광객이 방문하는 후방 효과를 누렸다고 본다”면서 “또한 외국인들이 움직일 때 교통 편의를 빼놓을 수 없는데, 고속터미널역 접근성이 좋은 점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했다. /배민주 땅집고 기자 mjba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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