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 댈 데 없네" 아파트 출입구에 주차한 1톤 트럭의 사연

[땅집고] “119를 불렀는데, 탑차 때문에 구급차가 소방차 전용도로에 못온다네요? 결국 대원들이 탑차 옆에 구급차를 주차시키고 이동 침대를 5분 넘게 끌고 와서야 병원에 갈 수 있었어요. 만약 뇌출혈이나 심장마비가 왔다면 탑차 때문에 골든타임을 놓쳤을 겁니다. 이런 일이 다신 없어야 해요!!”(인천 부평구 더샵부평센트럴시티 입주민)

인천 부평구 ‘십정2구역인천더샵부평센트럴시티’ 아파트에서 탑차 주차를 둘러싸고 논란이 불거졌다. 이 논란은 최근 한 탑차 소유주가 ‘차를 댈 곳이 없다’며 한 출입구에 주차한 뒤 밤새 차량 진입을 봉쇄(?)하면서 더욱 거세졌다.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글에 따르면 최근 이 단지 주민이자 탑차 소유주 A씨는 아파트 출입구 차단기 앞에 자신의 1t(톤) 트럭을 세워놓고 자리를 떴다. 그는 관리사무소 측이 아파트 지상 도로 주차를 금지하며, 차단기를 열어주지 않자 불만을 품고 그 자리에 탑차를 두고 떠난 것으로 알려졌다.

주민 신고로 경찰까지 출동했으나, 탑차를 견인할 순 없었다. 주차 장소가 아파트 단지 내 도로라서, 사유지에 속하기 때문이다. 사유지에서는 도로교통법에 따라 견인 조치를 할 수 없다. 결국 이 탑차는 다음 날 오전까지 자리를 지키다 차주에 의해 다른 장소로 옮겨졌다. 이날 이후 아파트 관리단 측은 입주민 중 탑차 소유주를 대상으로 '단지 내 탑차 주차 불가’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다면 탑차 소유주들은 왜 주차장이 아닌 단지 내 도로에 차를 세우겠다는 걸까. 바로 이 단지에는 차고가 높은 탑차를 주차할 수 있는 공식적인 공간이 없기 때문. 이 아파트는 공원형 아파트로 설계돼 지상 주차장이 없고, 지하주차장만 있다. 그러나 지하주차장에 출입하려면 차고의 높이가 2.3m 이하여야 해 탑차는 출입이 불가능하다.

지하주차장 높이 제한은 ‘주택건설기준 등에 관한 규정’을 따른 것이다. 2019년 국토교통부가 경기도 남양주시 다산신도시에서 불거진 일명 ‘택배 대란’을 계기로 기존 ‘2.3m 이상’이던 지상공원형아파트 지하주차장 높이 기준을 ‘2.7 m 이상’으로 상향했지만, 이 단지는 2018년 11월 이전에 사업 승인을 받아 종전 기준이 적용됐다.

‘택배 대란’은 2018년 4월 다산신도시 한 아파트 단지에서 발생한 사건으로, 국토부가 지하주차장 높이 기준을 바꾼 결정적 계기다. 당시 아파트 측은 단지 내에서 후진하던 택배차량과 어린아이가 충돌할 뻔한 사고가 발생하자, 택배 회사에 ‘지하주차장을 이용해 달라’고 요청했다. 그런데 이 단지 지하주차장의 높이는 2.3m로 설계돼, 일반 택배 차량이 이용할 수 없었던 것. 이에 택배회사는 단지 정문까지만 물건을 배달하겠다고 대응했고, 입주민들은 카트에 실어 현관문까지 배달해줄 것을 요구하면서 갈등을 빚었다.

한편, 현재 주민 대다수는 아파트가 ‘공원형 아파트’로 지어진 만큼, 지상 주차를 금지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아파트 관리사무소측은 탑차 소유주들에게 단지 정문에서 약 730m 떨어진 인근 공용 주차장을 활용하는 방안을 제안 중이다. 반면 탑차 소유주들은 아파트 단지에서 멀리 떨어진 주차장 사용이 불편하다며 단지 내 도로 주차를 고수하고 있다.

이 사실이 알려지면서 누리꾼들 의견은 분분하다. “탑차를 운전하면 내 집앞에 차를 못세우는 거냐” “주차장이 너무 멀면 곤란하다” 등 탑차 소유주를 두둔다는 의견이 있는 반면, “계약서에 주차장 관련 규정 내용이 있을 것” “탑차가 지하 주차장에 들어가면 배관이 파손된다” 등 입주자를 옹호하는 댓글도 있다. /김서경 땅집고 기자 westseoul@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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