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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 돈 벌 데 없나' 주택경기 적신호에 신사업 찾는 건설업계

입력 : 2023.03.27 08:29

[땅집고] 토목, 주택건설 사업에 주력해 온 건설업계가 새로운 성장 동력 발굴에 나서고 있다. 부동산 경기 침체로 주택 수주와 시공 중심의 기존 사업 방식에서 탈피해 지속 성장이 가능한 미래 먹거리 확보에 눈을 돌리고 있는 것이다.
[땅집고] IS동서

■ 환경·에너지 분야에 눈 돌리는 중대형 건설사들

중견, 대형 건설사를 막론하고 주목하고 있는 신사업 분야는 환경과 에너지다. 현대건설은 지난 23일 열린 주주총회에서 '재생에너지전기공급사업 및 소규모전력중개사업'을 신설하는 정관 변경의 건을 통과시켰다. 변경 목적은 재생에너지 전력구매계약(PPA) 사업 등 신사업 추진이다. 이는 지난 2017년 사업 목적에 '태양광발전사업과 환경관리대행업'을 추가한 이후 약 6년 만이다.

현대건설의 재생에너지전기공급사업은 그간 한국전력이 독점해 온 송배전망 구축에 민간기업이 참여의사를 밝혔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업계에서는 현대건설이 소규모 분산형 에너지로 분류되는 재생에너지 활성화에 물꼬를 틀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아직 사업이 너무 초기라서 안건 상정 외에는 구체화된 게 없다”면서도 “해당 분야 진출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정관을 변경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견 건설사인 아이에스(IS)동서는 지난달 폐배터리 리사이클링 사업 추진 계획을 밝혔다. 아이에스동서는 앞서 국내 최초 2자전지 재활용 기업인 ‘타운마이팅캄파니(TMC)’ 지분 100%를 취득하고, 아이에스티엠씨(ISTMC)로 사명을 바꿨다. 2024년 4공장을 착공하는 등 생산 라인을 늘리고, 차세대 재활용 기술 개발을 선도한다는 계획이다.

친환경이나 에너지 사업에 집중하겠다는 의지를 부각시키고자 사명을 바꾸는 기업도 있다. SK건설은 2021년 5월 사명을 ‘SK에코플랜트’로 바꾸고 비즈니스 모델을 기존 건설산업에서 환경·에너지 기업으로 변신을 꾀하고 있다. 포스코건설도 ‘포스코이앤씨(E&C)’로 이름을 바꿨다. 포스코이앤씨의 E와 C는 각 환경(eco)과 도전(challenge)을 의미한다.

이외에도 계룡건설은 최근 수요가 늘고 있는 데이터센터를 짓고, 임대할 계획을 세웠다. 이들은 정관 내 사업 목적에 ‘데이터센터의 구축ㆍ운영 등 관련 사업’ ‘벤처사업 발굴ㆍ육성 관련 사업’을 추가할 예정이다. 한신공영은 이번 주총에서 '통신 및 방송장비 제조업', '전자상거래업' 등을 추가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그야말로 전방위로 사업다각화에 나선다는 말까지 나온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아무래도 원자재, 인건비 등 건설비용이 올라가다 보니, 조금 더 이익을 낼 수 있는 분야를 물색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사업비만 9조’…1군 건설사들 울산에 군침

현대건설과 현대엔지니어링, 롯데건설, DL이앤씨 등 4개 회사는 울산광역시 울주근 온산읍에서 진행되는 ‘샤힌(Shaheen) 프로젝트’에 참여한다고 최근 공시했다. 서울 알짜배기 정비사업장마저 시공사 찾기에 어려움을 겪는데, 내로라하는 기업들이 수도권에서도 멀리 떨어진 온산읍에 주목한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샤힌 프로젝트의 사업비가 무려 9조에 달하기 때문.

샤힌 프로젝트는 울산 온산국가산업단지 내에 석유화학 공정의 핵심 설비인 스팀 크래커를 비롯한 대단위 석유화학 생산 설비를 건설하는 사업이다.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석유회사이자 에스오일의 대주주인 아람코가 투자하는 대형 프로젝트다. 샤힌은 아랍어로 '매'를 뜻한다. DL이앤씨는 이달 초 1조4120억원 상당의 ‘샤힌 프로젝트’ 공사 수주 소식을 알렸다. 현대건설 역시 이 사업을 통해 총 매출액의 13%가 넘는 2조3891억원치 일감을 확보했다고 공시했다. 2개 회사의 수주금액만 해도 3조5000억원이 훌쩍 넘는다.

주택시장으로 인한 리스크가 점점 커지는 가운데 초대형 프로젝트가 진행되자 이곳으로 눈을 돌린 것이다. 반면 주택사업으로 인한 건설사의 금전적 부담은 늘고 있다. 현대건설의 분양 미수금은 지난해 말 1336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직전 년도(181억원)에서 654% 늘어난 수치다.

[땅집고] 전국 미분양 주택 현황. /국토교통부

건설업계가 주택 외 사업에 집중하는 가장 큰 이유로는 ‘국내 주택 시장 침체’가 꼽힌다. 부동산 규제를 대폭 완화한 1·3대책 이후 조금씩 매수심리도 살아나고 거래량도 늘고 있지만 이를 시장 회복이나 반등의 신호로 보는 전문가는 없다.

올 1월 전국 주택 미분양 물량은 7만 가구를 넘어섰다. 이는 지난 2012년 12월(7만5000가구) 이후 10년 1개월 만에 최고치다. ‘10만 가구 미분양’도 멀지 않아 보인다. 미분양은 시공사들이 주택 건설에 투입한 자금 회수를 어렵게 한다. 자금이 넉넉하지 못한 중소 건설사들부터 도산 위험에 처할 수 있다.

이러한 분위기는 건설산업 관련 지표에도 드러난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2월 CBSI는 78.4를 기록했다. CBSI가 기준선인 100을 밑돌면 현재의 건설경기 상황을 비관적으로 보는 기업이 낙관적으로 보는 기업보다 많다는 말이다. 이 지수는 지난해 11월 52.5까지 떨어졌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주택 수요가 급격히 줄어든 가장 큰 이유는 예측하기 어려운 시장 상황”이라며 “대출 금리 상한선이 어디까지 오를지 불확실한 상황에서 수요자들은 내 집 마련을, 기업들은 사업 전개를 위한 자금 계획을 세울 수 없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사실상 금리가 안정화될 때 까지는 건설사들이 국내 주택 시장에 집중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김서경 땅집고 기자 westseoul@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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