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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도 상가도 텅텅…'쇠락의 늪'에 빠진 일본 신도시

    입력 : 2023.03.26 08:02 | 수정 : 2023.03.26 08:04

    [땅집고] 일본 도쿄도 외곽지역 아다치구의 한 편의점은 일주일에 두 번 차량에 2400여개의 식료품을 싣고 아파트 단지를 방문한다. 거동이 어려워 생필품을 사거나 장보기가 어려운 고령인구를 뜻하는 이른바 ‘쇼핑 난민’을 위해서다.

    [땅집고] 일본 도쿄도 외곽지역 아다치구 편의점은 거동이 불편한 노인을 위해 차량에 2400여개의 식료품을 싣고 일주일에 두번 아파트 단지를 방문한다. /KBS 세계는 지금

    아다치구 주민 다나카씨는 “올해 나이가 90이 넘어서 거동이 불편하다”며 “단지 내 상가 식료품점이 문을 닫아 쇼핑을 하려면 차를 타고 이동해야 하는데 집 앞까지 식료품점이 찾아와 편리하다”고 했다.

    최근 국내 지상파 방송이 일본 도쿄 외곽지역 신도시 아파트가 슬럼화하고 있다는 내용을 소개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일본 도쿄 이타바시구 ‘다카시마다이라’이다. 다카시마다이라는 1972년 일본 정부가 도쿄 외곽에 베드타운으로 조성한 신도시다. 임대 8287가구, 분양 1883가구로 전체 1만 가구가 넘는 대규모 아파트 단지로 조성해 당시 3만 여명이 입주했다.

    [땅집고] 입주 후 50여년이 지난 현재 단지 내 고령화율이 60%에 육박한다./KBS 세계는 지금

    하지만 50여년이 지난 현재 도시는 고령화와 인구 감소로 쇠락의 길로 가고 있다. 입주 당시 20~30대였던 입주민들은 현재 70~80대 노인이 되면서 고령화율이 60%에 육박한다. 자녀들 대다수가 다카시마다이를 떠나면서 인구는 약 1만5000명으로 줄어들었다. 인구가 줄자 상업시설이 쇠퇴하고 주택 단지 앞 상가 3분의1이 문을 닫았다. 학령인구도 감소해 초·중·고등학교는 통폐합하는 사례가 늘었다.

    [땅집고] 인구가 줄자 상업시설이 쇠퇴하고 주택 단지 앞 상가 3분의1이 문을 닫았다. /KBS 세계는 지금

    현지 전문가들은 낡은 아파트를 재건축하거나 리모델링해 인구를 유입하는 방법으로 도시 쇠락을 저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히노 키미히로 도쿄대 도시공학부 교수는 “현재 다카시마다이라 지역의 임대주택은 젊은층이 선호하는 주택시설이 아니다”며 “재건축을 해서 새로운 세대가 들어오게 하지 않는다면 지방 소도시처럼 주택단지 자체가 쇠퇴해 아무도 들어와서 살고 싶어하지 않는 마을이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재건축도 해결책이 아니다. 대부분의 주민들 연령대가 높아 재건축 의지가 크지 않은데다 행정기관이 재건축 등 지원에 소극적이라 노후 아파트가 새 아파트로 탈바꿈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토다 토시유키 다카시마다이라 2단지 자치회 회장은 “재건축해서 새롭게 집을 짓게 되면 월세가 오르고 분담금을 내야하는 등의 부담이 있다”며 “노령인구의 소득이 늘어날 가능성이 낮아 재건축이 쉽게 진행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다가올 한국의 미래로 보인다”며 “지금은 정부가 집값을 잡으려고 공급 정책에만 힘을 쏟는데 결국 교통 여건이 상대적으로 열악한 베드타운은 텅빈 도시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아보인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전현희 땅집고 기자 imhe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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