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3.03.23 14:35
[땅집고] 서울시가 국내 최초로 건설현장에서 모든 시공 과정을 동영상으로 촬영해 관리한다고 23일 밝혔다.
우선 공사비 100억원 이상의 공공 공사 현장 74곳에 대해 1년 간 시범 시행한다. 이후 효과를 분석해 100억원 미만의 공공 공사와 민간 건축 공사장에도 확대 적용할 방침이다.
시는 이달 6일 동영상 기록관리를 의무화한 공사계약 특수조건 개정을 완료했다.
촬영은 ▲현장 전경 촬영 ▲핵심(중요공종·위험공종) 촬영 ▲근접(상시) 촬영으로 나뉜다.
먼저 현장 전경 촬영은 고정식 폐쇄회로(CC)TV와 드론을 활용해 전체 구조물이 완성되는 과정을 기록한다. 이어 핵심 촬영은 자재반입부터 설계 도면에 따른 시공순서, 작업 방법, 검측까지 모든 과정을 다각도로 담는다. 시공 후 확인이 어려운 작업과 공종상 주요 구조재 작업과 위험도가 큰 작업이 촬영 대상이다. 마지막으로 근접촬영은 몸 부착 카메라(바디캠), 이동식 CCTV로 세부적인 작업 과정과 근로자의 작은 움직임까지 상시 촬영한다. 이 영상은 안전사고가 발생했을 때 증빙자료로 활용할 수 있는 블랙박스 역할을 할 전망이다.
산업재해 통계에 따르면 건설업 재해 사망자 수는 제조업, 서비스업, 운수창고통신업보다 2~3배 이상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지난해에는 건설업 전체 산업재해자 수가 3만1 200명에 달했다.
그동안 건설공사 과정은 주로 도면과 사진으로만 관리됐다. 이 때문에 현장에서 안전이나 품질 관련 사고가 발생해도 원인을 파악하기가 어려웠다. 특히 건설공사장 안전점검은 대부분 관리감독자가 직접 현장에 가서 확인하는 방식이라, 현장감독이 소홀하면 부실시공과 안전사고로 이어질 우려가 컸다.
실제로 2019년 7월 서울 서초구 잠원동 철거 현장 붕괴 사고와 2021년 6월 광주 학동참사의 경우 사고 후 원인을 찾는 데 상당한 시간이 걸렸다. 잠원동에선 지나가는 차에 찍힌 영상으로 건물이 전도돼 무너지는 것을 확인했고, 학동참사는 작업자가 붕괴 직전 휴대전화로 찍은 사진으로 시공 품질 관리가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음을 파악했다.
김성보 서울시 도시기반시설본부장은 “건설현장이 사진, 일지, 극히 일부의 동영상으로 기록되는 데다가 영상 수준도 낮고 기준도 없어서 사고가 일어났을 때 원인을 파악하기에는 한계가 있었다”고 했다.
앞으로 시공간 제약 없이 건설 현장을 실시간으로 상시 모니터링하는 관리체계를 구축하려면 현장 상황실, 서울시 상황실, 감독관 사무실 등에서 시공 전 과정을 동영상으로 기록해야 한다는 것이 서울시의 판단이다. 동영상으로 기록해두면 안전·품질 사고를 예방할 수 있고, 예기치 않은 사고가 발생할 경우 원인을 규명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하자 문제가 불거졌을 때도 시설물을 뜯거나 땅을 파지 않고 원인을 파악해볼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작업자의 인권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에 김 본부장은 “근로자에게 본인의 안전과 공사장 품질 향상을 위해서는 협조해야 하는 부분이 있다는 점을 설명하고 촬영동의서를 받고 촬영하는 것으로 방향을 잡았다”고 해명했다.
서울시는 누구나 손쉽게 동영상을 촬영·관리할 수 있도록 촬영 절차, 기준 등을 담은 설명서를 건설 현장에 배포할 예정이다. 주요 공종이 누락되거나 영상 품질이 저하되지 않도록 촬영 방법, 장비, 관리 방법 등 세부적인 기준도 마련했다. 건축법상 다중이용 건축물, 특수구조 건축물, 3층 이상 필로티(건축물 하단부를 텅 빈 구조로 만들기 위해 세운 기둥) 형식 건축물로 제한된 사진·동영상 촬영 대상을 모든 건축물로 확대할 수 있도록 국토교통부에 개정을 건의한 상태다.
김 본부장은 “제도가 조속히 정착해 시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킬 수 있는 안전한 도시 인프라를 구축하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했다. /이지은 땅집고 기자 leejin05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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