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3.03.23 08:07
[땅집고] “헐, 도심 한복판에 범죄자가 우글거리는 교도소 건물을 짓다니…”
미국에서 세 번째로 큰 도시인 시카고(Chicago). 고층 건물이 빼곡히 들어선 도심 속, 유독 길고 좁다랗게 창문을 낸 건물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통상 고층 건물에선 채광을 높이고 환기·통풍 기능을 극대화하기 위해 창문을 최대한 크고 널찍하게 만드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이 건물 창문은 창 밖으로 한 쪽 팔을 뻗기도 힘들 만큼 좁다.
이 건물이 왜 이렇게 지어졌는지는 건물의 용도를 아는 순간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해당 건물은 ‘시카고 메트로폴리탄 교정센터’(Metropolitan Correctional Center·MCC). 우리나라로 치면 교도소 건물이다. 통상 교도소는 인적이 드문 외곽지역에 짓기 마련인데, 시카고 도심 한복판에 들어선 이 교도소 입지가 꽤나 독특하다.
시카고 메트로폴리탄 교정센터는 최고 88.1m에 28층 높이다. 직각삼각 기둥 모양의 형태도 이 건물 특징이다. 현재 약 680명에 달하는 범죄자가 수감돼 있다. 미국의 유명 건축가 해리 위즈가 1971년 미국 연방 교도소 의뢰를 받아 설계했고, 1975년 준공했다.
미국 연방 교도소가 이 건물을 고안하던 1960~1970년대는 ‘교정시설 붐’이 일었던 시기다. 범죄자들을 단순히 감옥에 가둔 뒤 가혹한 형벌을 내리는 데서 나아가, 이들을 교정·교화하는 시설과 서비스가 필요하다는 논의가 한창이었다.
이에 ‘시카고 메트로폴리탄 교정센터’는 건물 전체를 높고 두꺼운 콘크리트 벽으로 둘러싸거나 쇠창살을 달아두는 전형적인 교도소에서 벗어나, 다소 색다른 설계를 적용해보기로 했다. 먼저 건물 외벽에 폭 15츠, 높이 1.8m의 창문을 냈다. 재소자들이 창 밖으로 시카고 시내의 자유로운 풍경을 바라보면서 감옥을 벗어나 일상으로 돌아가고자 하는 의지를 갖게하려는 목적이었다. 멀리서 보면 창문이라기 보다는 실선과 다름 없지만, 틈으로 재소자들이 햇빛을 받고 도심 풍경을 바라보기에는 충분한 크기다.
건물 곳곳에는 재소자들이 이용할 수 있는 각종 커뮤니티 시설을 배치했다. 옥상에는 수감자들을 위한 운동장을 배치했다. 이 운동장은 9.1m 높이 콘크리트벽과 울타리로 둘러 싸여있고, 천장에는 철조망이 설치돼있다. 지하 공간에는 레크리에이션 센터를 비롯해 헬스장, 보드게임장 등을 조성했다.
설계 의도는 좋았지만, 그동안 부작용으로 범죄자들이 교도소 건물을 탈출하려고 시도하거나 실제 탈출까지 성공한 사례가 적지 않았다. 2009년 유명 영화감독 크리스토퍼 놀란의 형인 매튜 놀란이 미국의 한 금융가를 실해한 혐의로 시카고 교도소에 수감됐는데, 그가 침대 시트를 묶어 창문으로 탈출할 계획을 짠 것이 발각됐다. 이에 매튜 놀란은 탈옥 혐의를 인정한 법원으로부터 14개월 형을 추가로 선고받았다.
2012년 12월에는 재소자 두 명이 교도소 탈출에 성공했다. 이들은 건물에 난 길쭉한 창문 밑부분을 날카로운 물체로 파내 간신히 몸만 빠져나갈 수 있는 구멍을 냈다. 이후 침대 시트를 뜯어서 만든 30m 길이 로프를 타고 탈옥했다. 그러나 탈옥 2주 뒤에 다시 붙잡혀, 악질 범죄자들을 수용하는 ‘콜로라도 수퍼맥스 교도소’로 이감되는 비참한 결말을 맞이했다. /이지은 땅집고 기자 leejin05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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