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3.03.22 07:33
[땅집고] 공동주택 공시가격이 역대 최대치로 하락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아파트 소유주와 빌라 소유주의 희비가 엇갈릴 것으로 보인다. 공시가격이 내려가면 아파트 소유주는 과세표준이 내려가 세금이 줄어드는 혜택을 보지만, 빌라 소유주는 집값이 낮게 책정되면서 보증보험 가입 요건을 맞추기 어려워져 새 임차인을 구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16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공동주택 공시가격은 이번 주 중 공개된다. 지난 17일 공시가격 열람이 시작될 예정이었지만, 공시가격에 반영되는 실거래 가격이 올해 크게 하락하면서 추가 검증 시간이 필요해 당초 계획보다 늦어졌다.
■공동주택 공시가격 발표 임박…큰 폭 ‘하락’ 전망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해 아파트 실거래가지수는 서울이 22.09%, 전국적으로는 16.84% 떨어졌다. 이는 2006년 실거래가 조사를 시작한 이래 가장 크게 떨어진 수치다. 이와 더불어 올해 공동주택 공시가격 현실화율도 2020년 수준으로 회귀한다. 지난해 공동주택 공시가격 현실화율은 71.5%였고, 2.5%포인트 떨어진 69% 수준이 될 전망이다.
이를 모두 반영하면 공시가격은 평균 10~20% 하락할 것으로 보인다. 공시가격은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와 같은 보유세를 매기는 과표기준이 되는데, 공시가격이 낮아지면 보유세 부담도 크게 줄어든다.
올해 공시가격 하락률을 10%로 가정해 부동산 세금 계산 서비스 셀리몬으로 보유세를 계산한 결과, 공시가격 7억원인 아파트의 경우 전년 대비 14만6700원의 보유세가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시가격이 10억원이면 52만2000원, 15억원이면 63만7200원의 보유세가 각각 줄어드는 것으로 추산됐다.
공시가격 하락률이 10%라고 가정했을 때 서울 마포구 ‘마포래미안푸르지오’ 전용 84㎡의 공시가격은 지난해 13억1700만원에서 올해 11억8530만원이 된다. 이 집 한 채 뿐인 해당 단지 아파트 소유주(1가구 1주택자)는 지난해 재산세 291만8430만원에 종부세 65만6208만원을 더해 총 357만4638만원을 보유세로 내야 했다. 하지만 올해는 종부세 대상에서 제외(공시가격 12억원까지 공제)돼 재산세 255만987만원만 내면 된다. 총 102만3651만원이 떨어져 작년과 비교해 28%의 세금이 줄게 된 것이다.
■아파트 보유세 ‘뚝’…빌라시장은 위축 우려
공시가격이 떨어지면서 아파트 소유주는 세금을 줄일 수 있게 됐지만, 반대로 빌라 소유주는 더 딱한 사정에 놓이게 된다.
앞서 정부는 전세사기 예방 대책의 일환으로 오는 5월부터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전세보증금 반환보증보험 가입 기준을 전세가율(집값 대비 전셋값 비율) 100%에서 90%로 강화했다. 이렇게되면 전세보증금 반환보증보험에 가입할 수 있는 전세 보증금 상한선은 대폭 낮아진다. 특히 빌라는 공시가격과 실거래가의 괴리가 큰 데다 이번 주 발표하는 공시가격이 더 내려갈 전망이어서 전세값은 더 낮게 책정될 수 밖에 없다.
문제는 새 임차인을 들일 때 발생한다. 빌라 임대인이 전세가율 90%를 맞추려면 기존 계약보다 낮은 보증금으로 새 임차인을 들여야 한다. 통상 기존 임차인의 전세보증금은 새 임차인이 지불하는 전세보증금으로 갈음하게 되는데 이 경우 보증금 차액이 발생한다. 결국 부족한 금액은 임대인이 마련해야 하는데, 임대인에게는 그럴만한 경제적 여력이 없다. 주택을 구입하면서 이미 무리하게 대출을 일으켜 추가 대출 여력도 없는 상황. 돈을 끌어올 곳도 없고, 보증보험 가입 기준을 맞출 수 없게 되면서 다음 세입자를 구할 수 없는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
빌라왕 전세사기 사건을 계기로 빌라시장이 혹독한 한파를 겪고 있다. 이 와중에 공시지가 하락은 전세사기 피해 안전장치라고 할 수 있는 HUG의 전세보증금 반환보증보험 가입 문턱을 더욱 높이는 결과를 가져온다. 빌라 소유주들이 공시지가 하락을 반기지 못하는 이유다.
부동산 중개업체 집토스 분석에 따르면, 전세가율이 90%로 하향함에 따라 보증보험에 가입할 수 있는 빌라는 3 가구 중 1 가구 밖에 안된다. 해당 조사는 공동주택 공시가격이 현재보다 10% 하락할 것을 전제로 예측한 결과다. 전세가율 산정 시 집값은 공시가격의 140%를 기준으로 계산했다. 기존에는 수도권 빌라 73%가 보증보험에 가입이 가능했지만, 공시가격 하락과 전세가율 하락이 맞물리면서 보증보험 가입율이 33% 수준으로 뚝 떨어지게 되는 것이다.
이번 주 발표되는 공시가격이 작년보다 낮아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보증보험 가입이 불가능한 주택은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진태인 집토스 팀장은 “집값이 떨어진데다 공시가격까지 하락하면서 앞으로 몇 년간은 역전세난이 심각해질 전망”이라면서 “이로 인해 기존 임차인이 임대인으로부터 전세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거나, 임대인이 임차인에게 보증금 부담을 전가하는 악순환이 연쇄적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배민주 땅집고 기자 mjba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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