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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억 너무 비싸" 미분양 폭탄 맞은 LH아파트, 지금은 무려 43억?

    입력 : 2023.03.17 11:51

    [땅집고] LH가 2010년 경기 성남시 분당구 운중동 일대에 지은 '월든힐스' 아파트는 분양가가 최고 14억원대로 고가라, 공급 당시 미분양이 대거 발생했다. /조선DB

    [땅집고] “이 아파트, LH가 초고가에 분양했다가 ‘미분양 폭탄’ 맞았던 곳인데…. 그동안 집값이 엄청 올랐네요?”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일반인들이 알고 있는 것처럼 임대주택 뿐만 아니라 분양주택 사업도 벌인다. 임대주택의 경우 주변 아파트 임대료 시세보다 60~80% 정도 낮은 가격에 공급하고, 분양주택 역시 민간아파트 대비 분양가가 저렴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과거 LH가 14억원의 분양가에 공급한 아파트가 있다. 2010년 경기 성남시 분당구 운중동에 분양한 ‘월든힐스’다. 당시 이 분양가면 웬만한 서울 아파트 가격보다 비싼 초고가 아파트였다.

    [땅집고] LH가 2010년 경기 성남시 분당구 운중동 일대에 분양한 '월든힐스' 타운하우스 위치. /이지은 기자

    ‘월든힐스’는 LH가 사업비 3396억원을 투입해 청계산 자락에 지은 타운하우스다. 총 3개 단지로 구성한다. 1단지 98가구, 2단지 100가구, 3단지 102가구다. 세 곳을 합해 총 300가구 규모다. 주택형은 전용 109~231㎡ 중대형 위주로 구성했다. 당시 분양가는 7억2620만~14억3440만원으로 책정했다.

    LH는 ‘월든힐스’ 각 단지별로 다른 설계자를 고용했다. 국제현상설계 공모를 거쳐 설계자를 선정했는데, 한 명당 설계비로 평균 9억원을 지불했다. 고급 타운하우스인 만큼 설계와 디자인을 차별화하려는 목적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먼저 1단지는 핀란드 건축가 페카 헬린이 설계했다. 총 8개동을 청계산 등고선을 따라 배치했다. 각 가구마다 테라스를 설치해 조망권을 극대화했다. 2단지 설계는 일본의 야마모토 리켄이 맡았다. 한 가구당 3~4층을 쓰는 복층 구조로 중정을 배치하며, 외관을 통유리로 마감한 점이 특징이다. 3단지는 미국 건축가 마크 맥이 설계했는데 외관을 각기 다른 색깔로 마감해 멀리서 보면 형형색색 모자이크처럼 보인다.

    [땅집고] LH는 '월든힐스' 1~3단지 설계에 각각 다른 건축가를 써서 설계와 외관 디자인을 차별화했다. /조선DB

    LH가 ‘월든힐스’를 짓는데 공을 꽤나 들였지만, 정작 분양 성적은 ‘참패’ 수준이었다. 이 아파트를 처음으로 분양한 2010년 부동산 시장이 나빠 대거 미분양이 발생하고 말았던 것.

    3개 단지 중에서도 2단지가 최악이었다. 2011년 기준으로 2단지 총 100가구 중 94가구가 미분양이었을 정도다. 이 단지를 설계한 일본 건축가 야마모토 리켄이 단지 내 입주민들 간 소통을 이끌어내겠다며 각 가구를 이루는 사방 벽을 유리로 마감하는 바람에 사생활 침해 문제가 불거졌기 때문이다.

    당시 국정감사에서도 LH가 ‘월든힐스’ 타운하우스 사업을 무리하게 진행하는 바람에 미분양이 터져 엄청난 손실만 발생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더군다나 서민 주거를 책임지는 LH가 상류층을 겨냥한 고가 주택을 공급하는 것은 기관 본연의 역할과 어긋난다는 비난도 나왔다.

    이에 대해 LH는 2006년 사업 계획을 확정할 때만 해도 228억원의 수익을 기대했지만, 주택 분양시장이 침체하면서 분양가를 선정한 2010년에는 되레 215억원 손실로 예측이 바뀌었다고 했다.

    [땅집고]'월든힐스' 1단지 63평 아파트 집값 추이. /이지은 기자

    LH는 2014년에서야 ‘월든힐스’ 미분양 물량을 전부 털어냈다. 첫 분양한 지 무려 5년 만이다. 분양 13년이 지난 현재, 이 아파트 집값은 어떻게 움직였을까.

    땅집고가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시스템을 조회한 결과, ‘월든힐스’는 중대형 타운하우스라는 특성 때문에 일반 아파트와 비교하면 거래량이 많지는 않았다. 다만 집값은 꾸준히 올랐다. 가장 최근 거래는 올해 2월 1단지 전용 180㎡(63평) 1층이 43억원에 팔렸다. 이 주택 가격은 ▲2010년 14억4110만원 ▲2013년 19억원 ▲2014년 24억4000만원에 거래되다가 올해 43억원 최고가를 찍었다.

    온라인 부동산 커뮤니티에는 “자금 여유 있는 분들이라면 집값 신경 안쓰고 실거주 목적으로 살기 좋다”, “대중교통은 좀 불편하지만, 테라스 형식의 특이한 구조가 아주 매력적이다. 이 곳을 개인 정원으로 쓰거나 바베큐 파티를 하면서 삶의 질이 매우 높아졌다”, “한적한 부촌 느낌이 나고, 단지 앞뒤로 청계산이 보여 뷰가 아주 끝내준다”는 등 입주자들이 쓴 것으로 보이는 글들이 올라와 있다. /이지은 땅집고 기자 leejin05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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