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3.03.16 07:10
[땅집고]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 한복판에 올해로 5년째 문을 닫은 폐빌딩이 있다. 바로 대종빌딩이다. 지난 14일 찾은 이 건물은 바리케이트와 펜스로 둘러싸여 있었다. 겉보기에는 주변 빌딩과 별다른 차이점을 찾기 어려웠다. 건물 출입문에는 강남구청장 직인이 찍힌 ‘건물 출입금지 안내문’이 붙어있었다.
■9개월만에 안전진단 ‘A등급’이 ‘E등급’으로
대종빌딩은 남광토건이 1991년 10월 완공했다. 지하 7층, 지상 15층 규모로 문을 닫기 전까지 중소기업, 법률사무소 등 77개 업체가 입주해 있었다.
그런데 2018년12월12일 입주 업체들에게 날벼락이 떨어졌다. 갑작스런 퇴거 조치가 내려진 것. 건물 2층 내부 인테리어 공사를 하던 중 2층 원형 기둥이 부풀어오르고 기둥을 감싼 콘크리트가 부서져 내리면서 철골이 드러난 게 발견되면서다. 뿐만 아니라 건물이 흔들리고 굉음이 나는 등 균열이 커져 위험을 감지한 입주 업체가 강남구청에 신고했다.
서울시와 강남구청은 긴급 안전진단을 진행한 결과, 최하등급인 ‘E등급’이 나왔다. 건물 사용을 즉시 중지하고 철거해야 하는 등급이다. 불과 9개월 전 강남구청이 시행한 안전점검에서는 최상 등급인 A등급을 받았다는 사실이 밝혀져 충격은 더욱 컸다.
당시 강남구청 관계자가 “대종빌딩은 ‘15층 이하 소규모 시설물’로 분류돼 정밀진단 대상이 아니었고 2년에 한 번씩 육안 점검을 했지만 특이 사항이 없었다”고 밝혀 ‘눈가림 점검’이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이후 서울시와 강남구청이 입주민 퇴거를 명령하면서 공식적으로 건물 사용이 불가능해졌다.
■5년째 철거도 안하는 이유는?
당장에라도 무너질 것처럼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이 건물은 여전히 강남 테헤란로 한복판에 있다. 방치된 지 5년여가 흘렀지만 인근 상인과 직장인은 안전 문제에 둔감해진지 오래다.
대종빌딩 바로 옆에서 노점상을 운영하는 A씨는 “2018년엔 무너져서 큰일 날 것 마냥 떠들었는데 지금 와보니 별일 아니었지 싶다. 당장 장사가 안 돼서 죽을 것 같은데 건물이 무너져 내려 죽는 게 무섭겠냐. 그럴 일은 일어나지도 않을 것 같다”고 했다. 대종빌딩 바로 옆에 붙어 있는 ‘저스트코 타워’를 비롯한 인근 빌딩과 가게 직원들도 붕괴나 안전사고에 대한 우려없이 평온한 일상을 보내고 있다.
대종빌딩이 아직도 철거 여부를 결정하지 못한 이유는 70명이 넘는 지분 소유주들의 이해관계가 대립하고 있기 때문이다.
강남구청 관계자는 “2019년 5월 구청과 건물 소유주가 모여 재건축과 철거 방안을 논의했지만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면서 “건물 소유주가 의견 합치를 보지 못한 이상 공공이 나서 민간 재산을 철거하거나 보수를 진행하기는 어렵다”고 했다. 그는 또 “위험을 예방하기 위해 1년에 세 번 안전점검을 진행하고 있고, 이달 2일에도 점검한 결과 특이 사항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했다.
조성일 서울시립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대종빌딩이 E등급을 받았다고 당장 무너진다고 볼 수는 없지만, 지진 같은 자연재해나 외부 충격이 발생하면 다른 빌딩보다 무너질 가능성이 훨씬 크다”면서 “아무리 사유 재산이라고 해도 예상 가능한 위험이 있다는 걸 알면 시나 구청 차원에서 좀 더 적극적인 선제 조치를 취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배민주 땅집고 기자 mjba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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