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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시세는 호가에 불과"…HUG 전세보증 사고 터지는 진짜 이유

    입력 : 2023.03.16 07:00 | 수정 : 2023.03.16 14:57


    [땅집고] 작년 하반기 부동산 시장을 가장 뜨겁게 달군 화제는 단연 깡통전세와 전세사기다. 초대형 전세 사고가 터지면서 세입자들이 마지막 보루로 여겼던 전세보증금 반환보증 제도에도 여파가 미치기 시작했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따르면 작년 1~9월 누적 보증사고와 대위변제 금액은 이미 전년도 1년 치를 넘어선 사상 최대로 집계됐을 정도다.

    전세사고 충격파가 사회 전반으로 퍼지면서 전세사기를 주도한 집주인을 비롯해 조력자들을 향한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조력자로는 전세사기 매물을 중개한 공인중개사와 이른바 ‘업(up) 감정’ 의혹을 받는 감정평가사 등이 있다.

    업 감정이란 신축 빌라는 시세를 알기 어렵다는 점을 악용해 감정평가사와 전세사기범이 짜고 평가액을 부풀리는 수법을 일컫는다. 많은 언론에서 전세사기범이 업 감정을 통해 전세금을 올려받고, 보증보험에 가입했다고 지적했다. 그런데 실제 통계 등을 따져봤을 때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나타난다.


    감정평가사를 통한 감정평가액은 보증기관이 보증보험 가입대상 주택가격을 판단할 때 공식적으로 인정하는 자료 중 하나다. 가입대상 주택가격 판단 기준은 KB국민은행 KB시세, 한국부동산원 부동산테크시세, 국세청 기준시가, 매매가격, 분양가격, 공동주택 공시가격 등이 있다.

    HUG 내부 자료를 확인한 결과, 2017년부터 작년까지 최근 5년간 감정평가를 통한 가입건수는 2만2807건이었다. 전체 가입건수 89만4767건 중 약 2.5% 수준이다. 감정평가를 통한 가입건수 비율이 매우 낮은데도 감정평가를 HUG 보증사고 주된 원인처럼 오도하고 있는 셈이다.

    최근 5년간 전세보증 가입 현황을 살펴보면 KB시세와 공시가격 바탕으로 주택가격을 산정한 것이 전체의 86.9%에 달한다. 사고 비중도 전체의 59.3%를 차지한다. 반면 실거래가와 감정평가는 가입 건수 비중이 각각 2.9%, 2.5%에 불과하다. 사고 건수 비중도 각각 8.0%, 9.9% 수준이다.

    업 감정 때문에 전세사기 사고가 발생한다는 주장이 틀렸다고 보는 이유다. 한국감정평가협회가 자체적으로 감정평가 보증사고 대상을 검토한 결과, 국토교통부가 타당성 조사를 진행 중인 15건을 제외하면 나머지는 적정하게 평가한 것으로 나왔다.

    작년 7월부터 올 2월까지 경찰청이 파악한 전세사기 가담자 현황에 따르면 검거 건수는 총 618건이고 검거 인원은 1941명이다. 이 중 168명이 구속됐고 1588명은 수사 중이다. 사기에 가담해 형사 입건된 감정평가사는 현재까지 없다.

    그렇다면 HUG 보증사고가 터진 가장 큰 원인은 뭘까. 대부분 부적정한 주택가격 산정과 임대인 재산상태 조사 미흡 등 부실한 제도운영 탓이라고 볼 수 있다. KB시세와 공시가격은 사고 비율은 낮지만 사고 건수에서는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KB시세는 매도희망자 호가를 중심으로 조사한 것에 불과하고, 공시가격은 시세보다 낮지만 150%까지 상향 조정이 가능했기 때문에 경우에 따라 적정시세보다 높게 보증했을 가능성도 있다. 임대인들이 전세가격을 최대한 높이기 위해 주택가격을 높게 책정하는 것을 막기 위해 전세금 보증 비율을 주택가격의 60~80% 수준으로 낮출 수 있다.

    공시가격은 개별 물건별로 현실화율 편차가 크기 때문에 상향 조정률을 최대 120% 이내로 낮추고 상향 조정하더라도 조정 결과에 대한 적정성을 따져볼 필요가 있다. 부실한 제도 운영으로 HUG가 입은 손실은 결국 국민 부담으로 돌아온다. 부실을 조장하는 제도에 대한 손질이 필요한 이유다. /글=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 정리=박기람 땅집고 기자 pkram@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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