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3.03.15 15:27
[땅집고] 한참 분주해야 할 입주지원센터 문은 자물쇠와 케이블타이에 묶여 굳게 닫혀있었다. 지난달 말부터 입주가 시작됐지만, 이사 차량은 서너대만 오갔다. ‘입주 중단’이라는 사상초유의 사태를 마주한 ‘개포자이프레지던스’ 아파트 현재 모습이다.
현재 조합은 모든 입주 절차를 중단했다. 강남구청이 지난 10일 개포주공4단지 재건축조합에 ‘준공인가처분 효력 정지 결정 이행명령’을 내렸기 때문이다. 구청의 결정은 서울행정법원이 이 단지의 부분준공인가 처분 효력을 오는 24일까지 정지한 데 따른 것이다.
이로 인해 총 3375가구 중 아직 입주를 못한 2400여 가구의 이사 여부가 불투명해졌다. 전체의 75%나 된다. 입주를 완료한 가구는 800여 가구로 알려졌다.
준공인가처분 효력이 정지되는 10~24일에 400여 가구의 입주가 예정돼 있었다. 새 집 입주가 막힌 이들은 하루아침에 ‘입주난민’ 신세가 돼 임시 거처에 머물러야 하는 처지가 되고 말았다.
입주중단 사태 원인을 알기 위해서는 개포주공4단지조합과 단지 내 경기유치원(사립) 사이에 6년 전부터 벌어진 3개 소송을 살펴봐야 한다. 조합은 2015년 11월 강남구청으로부터 최초 사업시행계획인가를 받고 2016년 12월 관리처분계획인가를 받았다.
그런데 유치원 측이 2019년 사업시행계획취소소송을 낸 뒤 2020년 1월 조합과 강남구청을 상대로 관리계획처분 취소소송을 제기했다. 유치원을 운영하려면 독립필지로 남아 있어야 하는데, 조합이 재건축과정에서 공유필지로 바꿔 재산권을 침해당했다는게 유치원측의 주장이다. 1심에서 법원은 유치원 승소 결정을 내렸다. 유치원 측이 재건축 사업 전체에 제동을 거는 가운데 구청은 2월 말 부분준공인가 처분을 내줬고, 입주가 시작됐다. 이에 유치원 측은 강력히 반발했다. 구청을 상대로 서울행정법원에 준공인가처분무효확인소송과 함께 효력정지신청을 냈고 법원이 이를 인용하면서 입주 중단 사태를 맞게 된 것이다.
문제는 유치원과 조합 갈등의 유탄이 입주 예정자들 피해로 전가되고 있다는 점이다. 집주인이든 세입자든 이삿짐을 옮기는 날짜와 정수기나 인터넷 등 설치일을 다시 정해야 한다. 이전 집을 비워야 하거나 당장 오갈데가 없는 주민들이라면 짐을 맡길 곳과 당분간 지낼 곳부터 찾아야 한다. 실제로 현장에서 만난 이사업체 관계자는 최근 이삿짐 보관 문의가 많아졌다고 전했다.
A 이사업체에 따르면 짐을 보관하려면 비용을 최소 2번 내야 한다. 사람을 2번 써야 하기 때문. 살던 집에서 보관 장소까지 짐을 옮긴 뒤, 다시 날을 잡고 보관 장소에서 짐을 새 집까지 차로 실어와야 해서다. 이 업체에 따르면 전용 84㎡ 이삿짐을 싣기에 적합한 7.5톤(T) 트럭을 하루 빌리는 데는 약 150만원이 든다. 보관비용은 1일 1만원 수준이다.
현재 이 단지 입주를 완료한 800가구를 제외하고는 미리 열쇠를 받았더라도, 당분간 입주를 할 수 없다. 업계에서는 이들의 피해 금액이 수억원에 달한다는 전망이 나왔다. 400가구가 이삿짐을 맡긴다고 했을 때 어림잡아도 6억원이 훌쩍 넘는다. 여기에 임시 거처에 드는 비용까지 감안하면 경제적 손실은 더 늘어난다.
서울행정법원은 유치원 측이 강남구청장을 상대로 제기한 ‘준공인가처분 효력정지신청’ 심문 기일을 당초 17일에서 15일로 이틀 앞당겼다. 법원도 이번 사태의 심각성을 엄중하게 보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날 심문 결과에 따라 입주 중단 조치가 해제될 수 있지만, 만약 법원이 유치원측 손을 들어준다면 사태는 걷잡을 수 없게 커진다.
강남구청은 법원 결정에 따라 입주중단을 통보하긴 했으나 달리 뾰족한 방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구청은 13일 유치원과 조합, 양측과 협의를 진행했으나, 구체적인 해결책은 나오지 않았다고 전했다. 구청 관계자는 “저희도 15일 심문기일 결과를 지켜봐야 하는 입장”이라며 “두 당사자의 금전적 보상에 대한 의견 차이가 큰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한편, 서울행정법원은 15일 오후 3시 심문을 진행한다. 이날 효력정지 결정 취소 판결이 나면 곧바로 입주가 재개된다. 만약 이날 결론이 안 나면, 늦어도 24일까지는 최종 결정을 내릴 예정이다. /김서경 땅집고 기자 westseoul@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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