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3.03.13 07:59
[땅집고] 국내 대표적인 대학가 상권 중 하나인 이화여대 상권이 최악의 위기 상황을 맞고 있다. 위드 코로나가 본격화한 지난해부터 전면 대면 수업이 재개됐지만, 이대 앞 거리는 인적이 드물어 여전히 썰렁했다. 이대 정문 앞에서 신촌기차역 방면까지 약 200m 거리. 직접 걸어보니 1층 상가 35곳 중 25곳이 공실이다. 연달아 임대문의 현수막이 붙어있는 광경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작년 4분기 기준 신촌·이대 소규모 상가의 공실률은 9.0%로 서울 평균(6.2%)보다 높았다.
이화여대 상권에서 오랜 기간 터를 잡은 상인들의 한숨은 깊어지고 있다. 20년 넘게 같은 자리에서 식당을 운영 중인 이모씨는 "정말 가게를 접으려고 했다. 한 4개월 문을 닫고 부동산에 내놨었다"며 "원래 서울에서 아파트에 거주했었는데 다 처분하고 울며 겨자 먹기로 운영 중이다"고 말했다. 현재 1층 소규모 상가의 임대료는 전용 16㎡(5평) 기준 200만~250만원 수준. 코로나19 이전만 해도 350만원까지 육박했으나 공실이 늘면서 임대료가 낮아졌다. 하지만 인건비와 물가가 크게 오르면서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하고 상권을 떠나는 상인들이 계속 나오고 있다. 26년째 운영 중인 이대 명물 분식집도 결국 올해 5월 문을 닫기로 했다.
이대 앞은 2000년대 이전까지만 해도 의류 매장과 유명 미용실, 화장품 매장 등이 즐비했다. 대학생들 뿐 아니라 중국인 관광객들이 자주 찾는 상권이었다. 하지만 7년 전 사드 사태에 이어 코로나19까지 덮치면서 상권은 직격탄을 맞았다. 중국인 관광객이 급격히 줄었고 옷, 신발 등 쇼핑 수요가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옮겨가면서 상권은 쪼그라들었다.
상인들은 이대 상권이 무너진 이유가 중국인 관광객 감소와 코로나 확산 때문만은 아니라고 주장한다. 오히려 서울시 규제가 이대 상권의 부활에 발목을 잡고 있다고 했다.
서울시는 2013년 이대 상권 일대를 '쇼핑·관광권역'으로 지정했다. 당시 옷가게와 미용실 등의 업종이 성행했던 분위기를 반영해 이를 특화해 지역 상권을 발전시키겠다는 취지였다. 해당 구역의 권장 업종은 의류 및 잡화 그리고 이·미용원으로 제한됐다. 다른 업종이 들어서려면 주차장을 필수로 설치해야 했다.
당시 보행 상권의 대표 주자격이었던 이대 앞에서는 상인들이 주차장 확보에 큰 필요성을 인식하지 못했다. 결국 이대 상권은 천편일률적으로 의류 및 잡화 등의 업종으로 집중되면서 상권의 다양성을 확보하지 못했다. 서울시의 상권 활성화 정책이 되려 수요자들에게 외면을 받는 결과를 낳게 됐다. 이선용 이화여대 3·5·7길 상점가 상인회장은 "이대 앞이 전통적인 쇼핑타운이었기 때문에 살려주려고 했던 건데 지금은 전혀 실효성이 없다"며 "쇼핑 수요가 없으니 업종을 바꾸고 싶어도 못하고 공실로 두는 상황이다. 오히려 상권을 악화시키는 정책이 됐다"고 말했다.
상인들은 서울시에 권장 업종 확대를 지속적으로 요청했다. 하지만 쇼핑·관광권역으로 지정되고 10년 동안 변화는 없었다. 한편, 서대문구는 이대·신촌 일대 상권 활성화를 위해 최근 지구단위계획 변경을 추진하고 있다. 연세로 차량통행 정상화를 시작으로 △주차공간 확보 △이대 일대 지구단위계획 변경(권장용도 확대) △경의선 철도 지하화를 통한 신대학로 조성 등을 통해 상권을 활성화하겠다는 계획이다.
전문가들은 코로나 이후 이대 상권의 재편 필요성을 강조한다. 대학생 수요와 신축 오피스텔의 거주자를 아우르는 새로운 성격의 상권이 형성돼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상권 활성화를 위해선 높은 임대료에 대한 조정이 불가피하다고 조언한다. 권강수 상가의신 대표는 "상가 공실도 늘고 상가 수익이 불안정하다 보니, 상대적으로 오피스텔이 부각됐다"며 "대학생 수요와 오피스텔 수요가 합쳐지게 되면 이전과는 다른 성격의 상권이 형성될 것이다"고 말했다.
이대 상권이 되살아나기 위해서는 학생들 수요에만 의존하는 상권에서 탈피해 다양한 고객층을 확대할 수 있는 콘텐츠와 특색을 갖춰야 할 것으로 보인다. / 김혜주 땅집고 기자 0629aa@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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