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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파이어로, 루비로'…오색찬란 청라지구 도로명은 어떻게 만들어졌나

    입력 : 2023.03.09 07:36

    [땅집고] 이색 도로명에 대한 반응. /온라인 커뮤니티

    [땅집고] “청라지구를 국제도시로 조성한다니, 만국에서 통하는 이미지와 이름이 좋겠다 싶었어요. 그래서 떠올린 게 에메랄드와 루비, 사파이어 같은 보석이었습니다. 이렇게 도로명까지 쓰이게 될 줄은 몰랐죠.” (정경상 도시건축소도 대표)

    '청라루비로' '청라사파이어로' 등은 인천 청라신도시에서 사용되는 도로명이다. 이처럼 화려한 도로명이 지어진 이유는 청라지구가 ‘한국판 두바이’를 표방했기 때문으로 확인됐다. 그런데 정작 청라지구 개발사업의 핵심이자 보석 이름에서 착안한 도로명이 등장한 계기인 국제업무단지는 20년 간 2번이나 무산됐다. 결국 20여년이 흐른 현재, 도로명만 범세계적인 이름을 갖춘 아이러니한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땅집고] 도시건축소도

    그렇다면 이처럼 오색찬란한 도로명은 대체 어디서 온 걸까. 바로 2000년대 초반 ‘인천청라경제자유구역 개발사업 경관계획’ 설계를 맡았던 설계회사 직원들의 아이디어다. 이들이 머리를 맞대고 짜낸 개발안이 ‘서해의 푸른 보석’인데, LH와 인천 서구청이 그대로 활용하면서 현 상황까지 오게 된 것. 당시 설계안을 지휘했던 도시건축소도 정경상 대표는 청라지구가 바다와 인접한 데다, 국제화도시로 조성된다는 점을 고려해 ‘세계의 푸른 보석 청라’라는 주제를 적용했다고 전했다.

    당시 이 설계회사는 청라가 국제도시가 되면 전 세계인이 이곳을 찾는 만큼, 누구나 부르기 쉽고 공통적인 이미지를 가질 수 있도록 ‘보석’을 콘셉트로 한 계획안을 내놓았다. 에메랄드와 루비, 사파이어 등 화려한 보석이 등장하게 된 이유다. 특히 보석은 고유한 색을 가졌다는 점에서 구역 별로 활용하기도 좋았다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정 대표는 “누구나 같은 느낌을 공유할 수 있는 대상을 경관의 기준으로 삼고 싶었다”며 “보석이 적합하다고 생각해, 당시에 6~7개 보석으로 구역 설정을 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이 안을 주도한 정 대표 역시 도로명까지 활용될 줄은 몰랐다고 한다. 그는 “계획안에 나온 구역명이 실제 도로명이 되는 경우는 흔치 않다”며 “스토리와 주제를 넣은 청라지구 계획안 같은 안이 그때만 하더라도 보편화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땅집고] 청라지구 내 보석명을 활용한 도로명. /김서경 기자

    계획안에서 청라지구는 에메랄드과 루비, 사파이어존 등으로 나눠진다. 순서대로 파란색, 빨간색, 초록색을 띈다. 이러한 고유 색은 당시 청라지구 내 건축물 등 경관을 구성하는 데 반영됐다. 이 구역경계인 ‘존(zone)’은 현재 법정동을 지정하는 데도 영향을 줬다. 에메랄드존은 현재 청라3동, 루비존은 청라2동이 됐다. 사파이어존은 청라 1동이다. 화제가 된 도로명 역시 형형색색 보석들의 흔적인 셈. 2011년 인천서구청이 보석이 들어간 도로명을 공식적으로 확정하면서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서구청이 보석 도로명을 한국어로 바꾸려다 주민들이 반발했다는 소문이 돌기도 했다. 이에 대해 서구청 관계자는 “도로명을 바꿔달라는 민원이 제기된 적이 없다”며 “서면으로 주민 1/5이상이 동의하는 등 여러 과정을 거치면 도로명을 바꿀 수는 있다”고 전했다.

    한편, 이러한 도로명을 들은 누리꾼들은 "저 세상 이름이다" "영어 무지하게 좋아한다" "외국사람이 볼까봐 겁난다" 등의 다양한 반응을 보였다. /김서경 땅집고 기자 westseoul@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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