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3.03.08 12:04 | 수정 : 2023.03.08 14:58
[땅집고] 부산에서 대심도(大深度) 터널 붕괴 사고가 발생하면서 지하 40m 이상 대심도로 짓는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는 안전에 문제없을지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GTX가 위험하다는 주장은 근거가 없다”고 수차례 강조했지만, 대심도 공사 과정이나 완공 이후 크고 작은 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지난달 25일 부산 북구 만덕~해운대구 센텀을 잇는 대심도 지하도로 공사 현장에서 토사 유출 사고가 났다. 동래구 미남교차로 인근 지하 60m 지점에서 25톤 덤프트럭 40여대 분량인 토사 750㎥가 쏟아져 나온 것. 토목학회는 이번 붕괴 사고 원인으로 연약한 지반을 지목했다. 붕괴 지점 일대는 아파트와 주유소, 초등학교가 밀집했다. 게다가 사고 현장 구간 30m 위로는 부산 지하철 3호선이 지난다. 동래구 온천천 일대 주민들은 대심도 공사가 시작한 이후 지반 침하 현상이 곳곳에 나타나면서 불안감이 커졌고 이런 우려는 현실이 됐다. 부산시는 사고 발생 후 뒤늦게 지하 40m 이상으로 뚫는 대심도 터널 공사 사고에 대비한 대응 매뉴얼을 만들겠다고 지난 5일 밝혔다.
인천에서는 2017년 3월 ‘인천북항터널’이 개통한 뒤 지속적으로 사고가 발생하고 있다. 터널 내부 도로에 침수 현상이 자주 나타나고 있는 것. 개통 후 북항터널 유지·보수를 위해 차량 통제만 100여 차례 이상 이뤄졌다. 배수로 펌프 고장이 주된 원인이다. 북항터널은 총 길이 5.46㎞로, 가운데 지점은 해수면으로부터 59m까지 내려간다. 해저터널인 만큼 바닷물이나 지하수 유입 가능성이 높다.
대심도 터널 사고가 잇따르면서 GTX 공사는 안전한지 걱정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GTX는 최소 지하 40m에 터널을 뚫어 최대 시속 180㎞로 달릴 수 있는 국내 최초 대심도 고속전철이다. 대심도는 토지 보상 비용이 들지 않고, 도로를 내기 어려운 대도시 교통난을 해결할 대안으로 주목받는다.
그러나 우리나라엔 대심도 철도 공사와 운영 선례가 없다. 안전 여부를 검증하기 어려운 셈이다. 서울, 수도권 도심과 주거지역을 관통하는 GTX 터널 위로는 지하철과 아파트, 도로 등이 빼곡하다. 대심도 터널 공사 중 인근 지역에서 땅 꺼짐(지반 침하) 사고가 발생하면 대형 참사로 이어질 수 있는 구조다. 서울 대치동 은마아파트 추진위원회는 단지 지하로 GTX 차량이 지날 경우 안전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이유로 우회 노선 설계를 요구하며 국토부와 마찰을 빚고 있다.
국내 최초로 시도하는 대심도 공사는 정부는 물론 건설사도 쉽지 않은 도전이다. 전문가들은 국내에서 대심도 철도 공사 사례가 없어 예상치 못한 일이 생길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특히, 대심도 공사 특성상 지하수 유입, 지표면 구조물 진동·침하·균열 등을 철저히 모니터링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임종철 부산대 토목공학과 명예교수는 “지표면으로부터 깊이 내려갈수록 수압은 커지기 때문에 대심도에서 지하수가 한번 터지면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큰 사고가 날 수 있다”며 “GTX 공사도 한강이나 하천 주변, 지대가 낮은 곳에서 침수 위험, 지반 침하가 발생할 수 있어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선진 시추’ 기술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선진 시추는 지층에 아주 작은 구멍을 뚫어 지층 성질을 분석하는 방식이다. 사전 조사에서 지층 성질을 면밀히 파악하는 것이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선진 시추 방식을 도입하면 안전성을 높일 수 있지만 업체 입장에서는 비용 부담이 커 쉽지 않다”고 했다. /박기홍 땅집고 기자 hongg@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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