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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 피땀 흘려 일궜는데…내 회사 제값 받고 잘 파는 법

    입력 : 2023.03.08 09:14 | 수정 : 2023.03.08 11:01

    [땅집고] 부산시 사하구의 한 중소기업 전경. 사진과 본문은 관계 없음. /김동환 기자

    [땅집고] 대한민국 고도 성장기인 1970~1980년대 회사를 차렸던 1세대 창업주들이 은퇴를 코앞에 두고 기업 승계와 매각을 저울질하는 사례가 부쩍 늘었다.

    중소기업의 경우 창업주가 가업을 승계하고 싶어도 후계자가 없거나, 자녀가 경영권을 물려받고 싶지 않다고 하면 사실상 매각밖에 선택지가 없다. 이 경우 창업주 스스로 기업 매각 정보와 지식을 어느 정도 갖춰야 평생 일궈온 회사를 제값 받고 팔 수 있다. 기업을 승계받을 후계자가 있다면 회사를 넘기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세금을 최대한 줄이는 전략을 짜야 한다.

    조선일보와 땅집고, NH투자증권이 공동 주관하는 ‘기업인을 위한 성공적인 가업 승계와 명예로운 매각 실전 전략’ 과정이 3월14일 개설한다. 가업 승계 또는 기업 매각을 준비 중인 중견·중소기업 오너 경영자와 2세 경영자, 재무·회계책임자에게 필요한 강의다.

    이번 교육과정에 매각·승계 전문강사로 참여하는 NH투자증권의 왕태식 이사와 김정남 세무사에게 기업 승계·매각 성공 사례를 들어봤다.

    ■ “매각가 높이려면 내 회사 탐낼 만한 ‘시너지 인수자’를 찾아라”

    일단 회사를 매각하기로 결정했다면, 창업주 입장에서 중요한 것은 최대한 높은 가격을 받는 것이다. 이때 적합한 인수자를 찾아야 매각가를 극대화할 수 있다. 내 회사와 만났을 때 업종상 시너지가 발생하는 기업을 찾아 인수를 제안한다면 제값을 받을 확률이 높아진다는 얘기다.

    대표적인 사례가 건강기능식품 제조업체인 ‘극동에이치팜’이다. 2019년 기준으로 매출 270억원, 영업이익 14억원 정도 되는 회사다. 노년기에 접어든 최대주주가 기업을 물려줄 만한 후계자를 구하지 못해 기업 매각을 결정했다. 제약회사마다 사업 다각화를 위해 건강기능식품 사업을 병행하고 있는 추세를 감안해, 당시 관련 사업부를 강화하고 싶어했던 ‘대원제약’에 인수를 제안했다. 그 결과 2020년 5월 창업주가 보유하던 전체 지분인 83.5%를 만족할 만한 금액인 170억원을 받고 넘길 수 있었다.

    [땅집고] 건강기능식품 제조업체였던 극동에이치팜은 사업 다각화를 꾀하던 대원제약에 지분 83.5%를 170억원에 매각했다. /극동에이치팜, 대원제약

    창업주가 지분 전체가 아니라 일부만을 넘기는 것도 매각 전략이 될 수 있다. ‘인터파크’의 경우 대중들에게 여행·항공·공연 티켓 판매처로 잘 알려져 있는 회사다. 하지만 관련 업계 경쟁이 치열해지자, 창업주가 해당 사업 부문을 매각하고 나머지 산업용자재 쇼핑몰인 아이마켓코리아와 헬스케어·바이오 사업에만 집중하기로 결정했다. 인수자는 숙박업소 예약 플랫폼인 ‘야놀자’다. 야놀자는 2021년 인터파크의 여행·항공·공연 사업부문을 2940억원에 인수하면서, 단순 숙박플랫폼에서 여행플랫폼으로 재탄생했다.

    왕태식 NH투자증권 SME사업부 이사는 “창업주가 기업을 어떤 방식으로 매각할지 분명히 정하고, 전문 매각 주관사를 통해 적합한 인수자를 찾아야 최대한 만족할 만한 매각가를 받을 수 있다”고 했다.

    승계 핵심 전략은 ‘절세’…“업무 무관 자산 줄이고, IPO 계획도 따져봐야”

    인맥을 기반으로 입지를 다져온 무역상사나 서비스업체 등 업종이라면 가업 승계를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이때 핵심은 ‘절세’다. 승계 과정에서 발생하는 증여·상속세 등 세금을 최대한 줄이는 전략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땅집고] 후계자에게 기업을 승계한다면 '가업승계 과세특례'를 최대한 활용해 증여세를 줄이는 것이 좋다. /NH투자증권

    가업을 승계하는 경우 증여세 과세특례를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 일반 증여세율이 최고 50%로 높은데, 특례를 적용받으면 부모가 기업을 경영한 기간에 따라 10~20%의 낮은 세율로 최대 600억원까지 사전 증여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 때 회사 영업과 관계 없는 부동산·주식·현금은 ‘업무 무관 자산’으로 분류돼 증여 특례를 적용받을 수 없기 때문에, 사전에 이 비중을 미리 낮춰두는 것이 좋다.

    실제로 NH투자증권 택스센터의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증여세 특례를 적용받을 수 있는 S사의 경우, 법인이 영업활용자금을 3~6개월 만기 단기예금상품에 예치하는 바람에 전체 현금·금융자산 중 45%가 증여특례대상에서 제외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S사 창업주는 증여 특례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증여 시점을 3년 이후로 미루기로 했다.

    추후 IPO(기업공개)를 통한 상장을 원한다면 승계 시점을 앞당겨야 세금을 최소화할 수 있다. 상장 이후 기업 가치가 확 뛰면서 지분 이전에 따른 세금이 큰 폭으로 불어나기 때문이다. 증여 이후 5년 이내에 IPO를 추진한다면 기업 가치 상승분에 따른 증여세가 추가로 발생하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일례로 K사 창업주는 해외 영업판로를 개척하기 위해 IPO를 거쳐 투자자금을 확보할 계획이다. 창업주는 올해로 80대인데, 후계자인 아들은 40대로 아직 지분율이 낮았다. 그런데 IPO 이후 상속을 개시하는 경우, 일반적인 증여 특례를 활용할 때 보다 21배 많은 세금을 내야 한다는 시뮬레이션 결과가 나왔다.

    김정남 NH투자증권 택스센터장(회계사)은 “사전에 전문가 도움을 받아 과세특례 적용 대상 자산인지 아닌지, 혹은 상장 계획이 있는지 없는지를 꼼꼼하게 따져봐야 한다”며 “이후 업무 무관 자산 비중을 미리 낮춰두는 등 조치를 취해둬야 세금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했다. /이지은 땅집고 기자 leejin05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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