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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짓게 해주면 200억 뱉어낼게"…통 큰 기부?

    입력 : 2023.03.06 13:42

    [땅집고] “개발 업체가 병원 자리에 아파트를 짓게 해주면 김해시에 200억원을 낸다는데, 이 정도 금액이면 많은 편인가요?”(김해동 삼계동 주민 A씨)

    한 부동산 개발업체가 경남 김해 인제대학교 병원 부지를 매입한 후 아파트를 짓기 위해 땅의 용도를 바꾸는 과정에서 ‘땅값 상승분 전액(분양수익 제외)을 기부채납하겠다’는 조건을 제시했다. '기부채납'이란 개발 사업자가 재건축, 재개발 등 정비사업을 할 때 일정부분의 땅에 공공시설을 지어 국가나 지자체에 무상으로 제공하는 것이다. 김해시는 공동주택 건립으로 인한 이 땅의 가치 상승분이 200억원에 달한다고 보고 있다.

    이 땅은 김해시 삼계동 1518번지 일대 총 면적 3만4140㎡ 부지다. 인제대가 대학병원을 짓겠다며 1996년 북부지구 택지조성사업 당시 141억원에 사들였으며, 이후 2021년 12월 A업체가 아파트 건립을 위해 385억원에 매입했다.

    [땅집고] 경남 김해시 삼계동 1518번지 일대. 1996년부터 인제대 백병원이 예정됐던 곳이나, 2021년 한 부동산 개발업체에 팔렸다. /카카오로드뷰

    기부채납 기준이 법으로 정해진 것도 없고 강제하는 것도 아니어서, 땅값 상승분 전액을 기부채납 하는 경우는 업계에서도 매우 이례적으로 보고 있다. 어차피 부과될 개발부담금을 자진해서 내는 경우가 흔치 않다는 것.

    이화감정평가법인의 김강산 평가사는 “A업체가 내건 금액이 결코 적지 않다”면서 “김해시가 토지비 상승분을 200억원으로 추산했지만, 이 보다 더 클 가능성도 있다”고 전했다. 이어 “병원 대신 아파트를 지으면 땅의 가치가 훨씬 올라간다”며 “지자체는 방치된 땅을 개발하면 공공기여금도 받고, 세수 확보도 할 수 있어 일석이조인 셈”이라고 덧붙였다.

    개발부담금은 각 개발 사업의 입지나 주변 환경 등에 따라 크게 좌우되며, 학교나 도로, 공원 등을 만드는 데 쓰인다. 업계에서 보는 개발 부담금 비율은 서울 정비사업의 경우 30% 내외다. 신도시는 공공시설을 짓고 도로를 내야 해서 이 비율이 40%까지 올라간다.

    이 부지의 남측과 동측은 삼계로와 맞닿아 있다. 동쪽에는 김해시민체육공원이 있고, 북쪽과 서쪽으로는 상업시설이 들어섰다. 또한 400m거리에는 초중고가 한 데 모여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개발부담금 비율은 신도시보다 낮을 가능성이 크다.

    [땅집고] 경남 김해시 삼계동 1518번지 일대 위치. /네이버 지도

    이 땅에 아파트를 지으려면 병원으로 지정된 용도를 바꿔야 한다. 실제 병원이 들어설 것이라고 믿고 비싸게 땅을 구매했다는 이들은 아파트 건립에 반대 의견을 보이고 있다. 삼계동 한 상가를 중개하는 B씨는 “병원에 대한 주민들의 기대감이 굉장히 컸고, 이를 믿고 투자한 사람들도 있다”고 귀띔했다.

    김해에 대형 병원이 없다는 점도 A업체의 용도변경 시도를 곱지 않게 본다. 김해는 인구가 50만명에 달하지만, 대학 병원이 전무해 ‘의료시설 사각지대’로 꼽힌다. 삼계동 주민 김모씨는 “아이들이 아플 때 부산이나 양산까지 차를 타고 가느라 애를 먹은 적이 부지기수다”며 “지금도 아파트가 남는데, 아파트만 자꾸 지어서 뭘 하겠나”라고 전했다.

    A업체의 통 큰 기부채납 소식이 알려지면서 아파트 건립 반대 여론에 균열이 생기는 분위기다. B씨는 “아파트 건립이 반갑지는 않다”면서도 “20년 넘게 방치된 땅이 이제라도 개발된다니 그저 다행이다”고 전했다.

    현실적으로 병원 건립은 어려울 전망이다. 인제대가 땅을 매물로 내놓은 이유 중 하나가 인구감소와 저출산에 따른 ‘의료 수요 부족’에 따른 채산성 악화를 우려했기 때문으로 알려진다.

    김해시 역시 이러한 까닭에 반대파 주민들을 설득하고 있다. 김해시 관계자는 “해당 부지에 병원을 건립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면서도 “아파트 건립을 반대하는 주민들이 있어 공청회를 추가로 진행해야 할 것 같으나, 시기는 정해지지 않았다”고 전했다.

    다만 개발업자들이 지자체로부터 사업 인허가권을 수월하게 따내거나 용적률 및 건물 높이 제한 완화를 목적으로 기부채납을 하는 경우도 있다. 아파트를 짓는 경우 기부채납에 든 비용이 아파트 분양가에 반영돼 사실상 계약자들에게 전가될 수 있다는 점도 간과해선 안된다.

    한편 인제대 측이 이 부지를 매입한 1996년부터 A업체로 소유권이 바뀐 2022년 2월까지, 약 25년간 일대 땅값은 2배 이상 뛰었다. 경남도에 따르면 삼계동 1518번지 공시지가는 2001년 3.3㎡당 44만7000원에서 2014년 80만원을 넘은 뒤, 지난해 106만원까지 올랐다. /김서경 땅집고 기자 westseoul@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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