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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견 건설사들도 돈줄 말랐다…건설업계 자금난 공포 확산

    입력 : 2023.03.06 05:43 | 수정 : 2023.03.06 05:46

    [땅집고] 최근 중견건설사인 신세계건설, 태영건설, KCC건설이 신용보증기금의 도움으로 채권담보부증권 발행을 통한 수백억원대 자금을 마련할 수 있게 됐다. /조선DB

    [땅집고] 부동산 경기가 꺾이면서 아파트 분양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견건설사들이 정부에 구조요청을 하고 나섰다. 분양시장이 꽁꽁 얼어붙으면서 자금난을 겪고있는 건설사들이 신용보증기금의 도움을 통해 자금 확보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6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신세계건설과 KCC건설은 지난달 28일 신용보증기금의 지원을 받아 각각 200억원 규모 채권담보부증권(P-CBO)을 발행했다. 같은 날 태영건설 역시 300억원을 조달했다. 비교적 신용도가 탄탄하다는 평가를 받았던 중견건설사마저 자금난 궁지에 몰렸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앞으로 재무 건전성이 악화해 신용등급 하향을 겪는 건설사들이 속출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신세계건설 등 유동성 위기…회사채 발행 엄두 못내고 정부에 SOS

    P-CBO란, 신용등급이 낮아 채권시장에서 회사채를 직접 발행하기 어려운 기업의 회사채를 기초자산으로 삼아 발행하는 자산담보부증권(ABS)을 말한다. 신용보증기금이 비우량 기업의 채권에 보증을 서서 신용도를 보강한 뒤, 해당 기업의 회사채 등급을 최우량(AAA)으로 높여 ABS를 발행하고 시장에 매각해 자금을 지원해주는 구조다.

    [땅집고] 채권담보부증권(P-CBO) 발행 구조도. /이지은 기자

    그동안은 주로 신용도가 BB+ 이하로 낮은 기업이 신용보증기금 문을 두드리곤 했다. 하지만 이번에 신용보증기금을 통해 P-CBO를 발행한 3개 건설사 신용등급은 ▲신세계건설 A ▲태영건설 A ▲KCC건설 A- 등, 모두 A등급대다.

    이들 건설사는 당초 회사채를 통해 자체적으로 운영자금을 확보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이어진 부동산 불경기로 건설사 회사채에 대한 투자 심리가 꽁꽁 얼어붙은 것이 문제가 됐다. 실제로 지난달 중견건설사인 한신공영(BBB)이 1년물 500억원 규모 회사채 수요예측에서 450억원 미매각을 기록했던 영향이 컸다. 이에 신세계건설·태영건설·KCC건설이 회사채 발행 계획을 철회하고 신용보증기금 도움을 받기로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분양, PF보증액 과다에 발목잡힌 건설사들

    기업 입장에서 신용보증기금을 통해 P-CBO를 발행하는 것은 양날의 검이나 다름 없다. 정부 지원을 받아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것은 이득이다. 반면 업계에서 ‘자기 신용으로 자금 조달이 어려운 기업’이라는 큰 불명예를 감수해야 한다.

    하지만 자금난을 코앞에 두고 있는 건설사 입장에선 체면을 차릴 여유조차 없다. 아파트 등 주택상품을 분양해 공사비와 사업비를 회수하는 구조인데, 지난해부터 전국 곳곳 미분양이 늘면서 돈줄이 마르고 있어서다.

    [땅집고] 전국 미분양 주택 및 주택 매매량 추이. /조선DB

    실제로 신세계건설은 공급 과다로 미분양이 집중되고 있는 대구에 벌인 사업장이 많아 큰 타격을 입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대구 빌리브 라디체’, ‘빌리브 헤리티지’, ‘빌리브 루센트’ 등 단지가 줄줄이 미분양 사태를 겪고 있다. 또 지난해 서울 마포구 노고산동에 공급한 ‘빌리브 디 에이블’도 총 256가구 중 95% 이상(작년 12월 서울시 통계)이 미분양 상태다.

    아파트 브랜드 ‘데시앙’을 주력으로 하는 태영건설은 공사 착공을 위해 조달하는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에 선 보증액이 너무 커 신용보증기금에 손을 벌린 것으로 분석된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태영건설의 PF 보증 규모는 3조2000억원 정도로, 자기자본(7080억원) 대비 과한 수준이라는 평가다. 특히 올해 5월 PF만기가 돌아오는 구미 꽃동산민간공원특례사업(1400억원)과, 6월 만기인 김해 삼계지구개발사업(724억원)의 경우 태영건설이 시공 뿐만 아니라 시행 지분까지 보유하고 있어 사업 흥행에 실패할 경우 큰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시공능력 50위권 내 업체도 휘청…앞으로가 더 문제

    전문가들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부동산 경기가 회복할 기미를 보이지 않는 데다 고금리까지 유지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당분간 분양 경기가 반등하기가 어려울 것이라고 본다. 특히 이번에 P-CBO를 발행한 건설사 3곳은 지난해 기준 시공능력평가 순위에서 50위권 안에 드는 탄탄한 기업에 속한다. 태영건설이 17위, KCC건설 27위, 신세계건설 34위에 올라 있다. 시공능력과 경역실적, 기술력 등에서 인정받고 있는 이들 업체마저 유동성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중소·중견 건설업체를 중심으로 자금난 공포는 더욱 확산되고 우리 경제에 적지 않은 부담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신용보증기금 관계자는 언론을 통해 “최근 금리 상승세가 다소 둔화되면서 채권시장이 다소 안정세를 보이고 있지만, 건설업은 여전히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유동성 위기에 닥친 기업들에 신속하게 자금을 지원하기 위해 계획대로 P-CBO를 발행할 것”라고 밝혔다. /이지은 땅집고 기자 leejin05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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