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3.02.27 14:19
[땅집고] 익선다다트렌드랩 박지현 대표는 연간 방문객 1만 명이던 서울 종로구 익선동 일대를 300만명에 가까운 국내외 관광객이 찾는 ‘핫플레이스’로 탈바꿈시킨 장본인이다. 그뿐만 아니라 연간 방문객 300명에 불과했던 대전 동구 소제동을 연간 60만명이 방문하는 지역 명소로 만들었다. 어렵사리 활성화한 지역이 난개발 되지 않길 바라는 마음으로 지역의 특징을 최대한 살려내면서 거리를 개발하다보니 창업 5년차가 넘어갈 무렵부터는 ‘도시 재생 스타트업’이라는 별칭도 붙게 됐다.
박 대표가 지역 개발 프로젝트를 처음으로 시작한 지역은 ‘한옥거리’로 잘 알려진 익선동이다. 그는 익선동을 첫 시작점으로 찍은 이유에 대해 철저히 지역 분석에 기반을 둔 결정이었다고 설명했다.
박 대표는 “2014년 서울권에서 카페 ‘익동다방’ 창업을 준비하던 중 월세가 저렴한 지역을 찾다 익선동을 발견했다”면서 “아침 출근길에 보면 길거리에 노숙자들이 자고 있을 정도로 슬럼화가 심각한 지역이었지만 발전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고 했다. 지하철 1·3·5호선이 지나는 종로3가역이 익선동과 도보 1분 거리에 있어 초역세권인데다 다수의 사무실, 종로 귀금속거리가 인접해있어 방문 수요가 충분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익선동이 가진 고유한 특징을 살리고 싶었다고 했다. 익선동은 재개발이 여러 차례 무산되고 세입자가 바뀌는 과정에서 벽지를 여러 번 덧바르는 등 과거의 건축 자재가 그대로 남은 오래된 한옥들이 많았다. 가령 생산이 중단돼 더는 찾아볼 수 없는 독특한 무늬의 일본식 타일도 있었는데, 이를 철거하지 않고 전략적으로 남겨 1920년대의 시대상을 담는 디자인 요소로 활용했다.
지역의 고유한 역사를 보전해 만든 거리에 세계가 반응했다. 서울 도심 한복판에 한옥의 고유한 느낌을 살려 둔 카페가 있다는 소식이 알음알음 전해지면서 보그(Vogue)를 비롯한 각종 매거진이 앞다퉈 화보 촬영을 왔다.
이후 기사를 통해 카페의 모습이 전해지면서 익선동을 찾는 사람들이 기하급수로 늘기 시작했다. 6개월간 커피 한 잔 팔기도 어려웠던 공간이었지만 방문객 대기 순서 알림 서비스인 ‘나우웨이팅’이 일반 음식점으로는 최초로 입점 제의를 할 만큼 대기 손님이 넘치는 명소로 자리 잡게 된 것이다.
이렇게 지역이 가진 고유한 특성을 재해석해 브랜드화하는 게 박지현 대표의 특기다. ‘제2의 익선동’을 만들기 위해 2018년 시작한 소제동 프로젝트도 그 연장선상에 있다.
일제강점기 폭격을 받아 소실된 소제동 건물 40여채와 관사촌을 만들기 위해 메워진 호수 ‘소제호’의 역사가 눈에 들어왔다. 일본인들에 의해 생명력을 잃은 소제동이 사막이라면 새롭게 지어올리는 공간은 사막 속 샘, 즉 오아시스가 되도록 하자는데 생각이 미쳤다. 소제동 카페 ‘오아시스’는 그렇게 탄생했다.
최근 박 대표는 그간의 성공 경험으로 축적한 데이터를 활용한 브랜딩에 집중하고 있다고 했다. 단순히 외관이나 실내 디자인에만 초점을 맞춰 추상적으로 창업하게 되면 실패 확률이 높기 때문에 데이터를 근거 삼아 창업의 틀을 잡아야 한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박 대표는 “그동안 50개가 넘는 브랜드를 창업하면서 어떤 성별의 어느 연령층의 고객이 왔는지, 이들의 점유 시간은 얼마나 되는지, 결제자가 누구인지의 데이터를 오프라인상에서 모두 취합해왔다”면서 “이렇게 데이터를 갖고 있게 되면 소비자 패턴을 예측할 수 있어 어느 지역에 어느 브랜드를 창업할지 판단하는 기준이 아주 명확해진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흔히 소셜미디어에서 화제가 된다고 하면 20대 초반의 어린 연령층만 방문할 거라고 생각하지만, 실제 데이터를 취합해보면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이 더 많이 방문하고, 아이를 가진 기혼자가 가족 단위로 와서 결제하는 경우가 많다는 결과가 나온다. 이를 통해 내 가게를 방문하는 소비자의 연령대가 예상보다 높고, 개인이 아닌 가족 단위로 더 많이 방문한다는 사실을 도출해낼 수 있다”고 말했다.
인터뷰를 마치면서 박 대표에게 창업을 준비하는 이들을 위한 조언을 부탁했다. 그는 “은퇴 후 창업을 준비하면서 자신이 ‘하고 싶은’ 업종을 고르는 경우가 가장 안타깝다”고 했다. 그러면서 “창업을 할 때는 자신이 하고 싶은 업종이 아니라 사람들이 원하는 업종을 선택해야 한다”면서 “창업을 할 때 그 시작과 끝에는 언제나 소비자가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배민주 땅집고 기자 mjba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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