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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대 금지" "이제 와서?"…인천 지하상가가 발칵 뒤집힌 이유

    입력 : 2023.02.27 13:46


    [땅집고] 이달 21일 인천지하도상가 임차인 600여명이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 모여 상가 양도, 양수, 전대를 허용해달라는 시위를 벌였다. /인천지하도상가 비상대책위원회

    [땅집고] “애초에 인천시가 인천 지하상가를 전대해 월세장사하는 걸 허락해줬으니까 노후대비로 투자했던거죠. 그런데 7월부터 갑자기 전대 그만두고 나가라니까 다들 생판 알거지가 되게 생겼다고요.” (인천지하도상가 임차인 A씨)

    “인천시 소유 공유재산인 지하상가를 개인이 전대해서 월세를 받는 행위가 상위법 위반이라 어쩔 수 없이 전대금지 조치하는 거고요. 지난 2020년부터 유예기간도 2년 정도 드렸기 때문에 더 이상은 미룰 수 없는 상황입니다.” (인천시 소상공인정책과 관계자)

    1970년대부터 인천시 일대 주요 지하철 역세권 곳곳에 조성된 ‘인천 지하도상가’의 전대(轉貸) 행위를 두고 인천시와 기존 임차인들이 충돌하고 있다.

    인천시는 공유재산인 지하상가 점포를 시로부터 빌린 뒤 다른 사람에게 다시 세를 놓아 임대료를 받는 전대를 오는 7월부터 전면 금지하기로 했다. 그간 지하상가를 전대해 생계를 유지하거나 노후대비 계획을 세웠던 임차인들은 인천시 조치를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며 맞서고 있다. 쫓아내려는 자와 목숨을 걸고 쫓겨나지 않으려는 양측 입장이 견고해 접점을 찾기가 쉽지 않다.

    ■인천시 “지하상가 전대 이젠 안돼” VS 임차인 “우린 뭘 먹고 살라고”

    [땅집고] 1970년대 인천시 핵심 역세권 곳곳에 조성된 인천지하도상가는 그동안 인천 경제의 한 주축을 담당해왔다. /주안시민지하도상가 블로그

    부평·주안·석바위역 등에 조성된 인천지하도상가는 인천시 소유 공유재산이지만, 실질적인 관리 주체는 상가 임차인들이라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그동안 인천시는 임차인들에게 지하상가를 빌려주기만 했을 뿐, 상가 활성화는 물론이고 리모델링 등 유지·보수 비용까지 모두 임차인들 몫이었다.

    인천지하도상가 임차인 중 전대로 월세를 받는 임차인이 공식 집계로만 무려 절반에 달한다. 수천만원에서 수억원에 달하는 권리금을 붙여 새 임차인에게 상가를 넘기는 양도양수 행위도 빈번하다.

    인천시시설공단에 따르면 인천지하도상가는 총 15곳에, 점포 수는 3474개다. 이 중 48.9%인 1700여개 점포가 전대 방식으로 운영 중이다. 그런데 실질적인 전대 비율은 80~85%에 달한다는 것이 상인들 얘기다.

    임차인들이 전대를 통해 받는 임대료는 자신들이 인천시에 지불하는 공식 임대료보다 3~12배 높다. 일례로 인천 주안역지하도상가의 한 점포를 연 300만원(월세 전환시 25만원)에 빌린 A씨는, 이 가게를 의류매장으로 전대하면서 월세 50만원을 받고 있다. 단순계산으로 두 배 정도 이득을 보는 셈이다.

    A씨는 “20년 전에 지하상가 전대를 시작했다. 퇴직 후 노후대비용으로 미리 진입한 것”이라며 “예전에는 월세로 100만원을 받던 때도 있었다. 하지만 온라인 의류판매가 대세가 된 데다 코로나도 터지고, 이후 경기 상황까지 안좋아지면서 월세가 계속 하락세”라고 했다.

    [땅집고] 인천지하도상가 사건 일지. /이지은 기자

    이 같은 전대가 가능했던 이유는 인천시가 2002년 15개 지하도상가에 대한 운영 조례를 제정하면서 상가 전대를 허용하는 조항을 넣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2005년 상위법이 생기면서 공유재산 전대행위 자체가 불법이 됐다. 공유재산 및 물품관리법이 지하도상가의 양도·양수와 재임차를 전면 금지한 것. 그런데도 인천시 일대 지하상가 전대 관습이 사라지지 않자, 2019년 감사원이 나섰다. 당시 감사자료에 따르면 임차인이 시에 내는 연간 임대료는 평균 198만원인데, 전대행위로 받는 임대료 수입은 2424만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전대 행위로 연간 발생하는 부당이득이 총 460억원에 달해 상황 개선이 시급하다는 것이 감사원 지적이다.

    결국 인천시는 2019년 12월 지하도상가 조례를 법에 맞게 개정하고, 점포의 전대·양도·양수를 모두 금지하기로 정했다. 인천시는 올해 7월 1일부터 지하도상가에서 전대를 유지하는 모든 임차인들에 대해 점포 사용허가 취소, 계약 해지, 강제 퇴거 등 행정절차를 강행할 계획이다.

    ■인천시 “7월부터 나가라” VS 임차인 “사용수익허가 기간까지는 약속 지켜야”

    [땅집고] 인천지하도상가 임차인들은 오는 7월 인천시가 상가 전대를 금지할 경우 생계에 큰 타격을 입는다고 호소한다. /인천지하도상가 비상대책위원회

    지하도상가 임차인들은 애초에 인천시 조례를 믿고 지하상가에 전재산을 투입한 사람들이 적지 않은데, 이제와서 전대를 금지하면 재산 피해가 막심하다며 반발하고 있다.

    임차인들은 특히 2005년 공유재산 양도양수전대를 금지하는 상위법이 생겼는데도 이후 15년여 동안 전대를 허용했던 인천시 책임이 크다고 꼬집는다. 그동안 지하상가 점포를 기존 임차인으로부터 인수하려면 상가관리업체와 ‘점포대부계약서’를 작성한 뒤, 인천시로부터 점포점유증서까지 받아야 했던 구조를 감안하면 인천시가 이 같은 관습을 최근까지도 암묵적으로 용인해준 것이나 다름 없다는 주장이다.

    인천시 소상공인정책과 관계자는 이 같은 지적에 “너무 오래 전 내용이라 (양도·양수·전대 금지 조치가 곧바로 취해지지 않았던 이유를) 정확히 알 수 없다”고 했다. 하지만 과거 인천시가 임차인들에게 지하상가 리모델링 비용을 걷은 대신 점포 사용수익허가 계약일을 늘려줬던 적이 있어, 임차인들 밥줄을 끊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란 주장이 제기된다.

    [땅집고] 인천지하도상가 내 한 점포 사용수익허가 기간이 2033년까지로 적혀 있다. /인천지하도상가 비상대책위원회

    황민규 인천지하도상가 비상대책위원장은 “20여년 전 지하도상가가 노후해 개보수 작업이 필요했는데, 인천시가 IMF 영향으로 파산 직전이라 임차임들에게 대출까지 알선해가며 리모델링 비용을 부담시켰다”며 “그 대가로 임대차계약 기간을 최대 20년까지 늘려줬다. 그러니까 임차인들이 지하상가를 내 재산이라고 생각하고 관리해온 것”이라고 했다.

    강경미 주안역지하도상가 비상대책위원장은 “주안역에 3개 점포를 임차하고 있었는데, 20년 전 상가 리모델링 비용으로 인천시에 1억원 정도를 냈다. 당시 물가를 생각하면 엄청 큰돈”이라며 “심지어 2016년에도 부평대아상가 임차인들이 리모델링 비용을 지불하고 2037년까지 (점포 사용수익을) 허락받았다. 만약 오는 7월 인천시가 우리를 내쫓는다면 지하상가에 일제히 드러누워서라도 막을 각오가 돼 있다”고 했다.

    인천지하도상가 임차인 600여명은 이달 21일 용산 대통령 집무실 앞에서 인천지하도상가 생존권 투쟁 총 집회를 열었다. 이날 집회에선 ‘같이 죽자’라는 문구가 적힌 머리띠와 ‘살인자 인천시’라고 적힌 피켓 등이 등장했다. 적어도 인천시가 상가 리모델링 비용을 걷으면서 늘려줬던 사용수익허가 기간까지는 양수양도전대 등 행위를 허락해달라는 것이 임차인들의 주장이다.

    하지만 인천시는 법과 어긋난 전대 행위를 더 이상 허용하기 어렵다며 선을 긋는다. 인천시 소상공인정책과 관계자는 “2019년 말 조례를 상위법에 맞게 변경한 뒤, 2022년까지 임차인들에게 전대 허용 유예기간을 줬다. 그럼에도 반발이 심해 2025년까지 더 유예하려고 했으나 더 이상은 안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났다”며 “법적으로 오는 7월 지하상가를 전대하는 임차인들을 반드시 퇴거시켜야만 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이지은 땅집고 기자 leejin05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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