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3.02.26 09:48 | 수정 : 2023.02.26 23:20
[땅집고] “아파트 사유지를 외부인이 출입하는 공공보행로로 사용하도록 구청이 강제해도 되나요? 구청의 편파 조치에 입주민 피해가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더 이상은 못 참겠습니다!” (서울 서대문구 북아현동 ‘신촌푸르지오’ 주민 A씨)
서울 서대문구청이 신촌푸르지오 아파트 단지 내 사유지 일부를 법원 결정에도 불구하고 인근 주민을 위한 ‘공공보행로’로 개방하자, 입주민들이 “말도 안된다”고 반발하고 있다.
논란이 되고 있는 사유지는 신촌푸르지오 단지 내 103동과 104동 사잇길. 2020년 7월부터 인근 힐스테이트신촌 아파트 입주민을 비롯한 외부인들이 지하철 2호선 아현역으로 갈 때 주로 이용한다. 신촌푸르지오 인근 단지에 거주하는 북성초등학교 재학생들은 통학로로 사용 중이다.
그런데 신촌푸르지오 입주민들은 “시간이 갈수록 보행로 주변에 담배꽁초와 쓰레기를 버리는 외부인 늘어나면서 주거환경이 나빠지고 있다”고 주장한다. 더구나 어린이집이 바로 옆에 있어 외부인이 맘대로 드나들면 안전도 걱정된다는 입장이다.
이 때문에 신촌푸르지오 입주민들은 최근 서대문구청을 상대로 이 사잇길에 외부인 출입을 막기 위해 입주민 전용 출입문을 설치하겠다는 내용의 행위처분 소송을 제기해 이겼다. 하지만 서대문구청은 법원 결정에도 불구하고 출입문 설치 허가를 내주지 않고 있다.
이유는 두 가지다. 신촌푸르지오가 아닌 다른 곳에서 이 사잇길을 가로질러 통학해야 하는 북성초등학교 학생들이 안전사고에 노출될 수 있고, 힐스테이트신촌 등 이웃 단지 주민들이 2호선 아현역으로 가기 위해 이용하는 길이므로 통행권을 보호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신촌푸르지오 입주민들은 어불성설이라고 주장한다. 입주민 A씨는 “구청 측이 주민동의서를 다시 받아오라며 허가를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면서 “어떻게든 행위처분을 무효로 하려는 처사라는 생각 밖에 들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는 “힐스테이트신촌 정문에서 아현역까지 도보로 12분 걸리고, 신촌푸르지오를 거쳐 가로지르면 10분 정도 소요된다”면서 “고작 2분 차이로 주민 통행권이 더 중요하다는 논리는 타당하지 않다”고 했다.
반면 서대문구청은 신촌푸르지오 아파트가 사업 인허가 과정에서 ‘일반시민과 보행자들이 자유로이 접근할 수 있도록 대지 및 보행로 등을 확보하는 조치 계획을 제출했다’고 주장한다. 또 학교보건법에 따라 북성초등학교와 신촌푸르지오 재개발 조합 간의 협의로 ‘새로운 통학로가 기존 통학로보다 접근성이 저하되지 않도록 조치하겠다’는 교육환경보호계획을 수립해 준공인가를 받았다’는 점도 제시했다.
서대문구청 관계자는 “신촌푸르지오 측이 통행로를 폐쇄하면 힐스테이트신촌 주민을 비롯한 구민은 물론이고 초등학생 피해가 막심하다”면서 “어린 학생들이 우회해야 하는 북아현로1나길은 인도가 매우 협소하고 차도와 간격이 없다. 경사가 심해 통학로로 이용하기 어려운 도로여서 학생 안전을 도모하기 위해 행위허가 처분 반려가 불가피했다”고 했다.
그럼에도 신촌푸르지오 측의 피해 호소 민원이 이어지자 서대문구청은 구 예산으로 보안 방범용 CCTV를 구유지에 설치했고, 옥외보안 등에 대한 공동주택 전기요금도 일부 지원했다.
힐스테이트신촌과 신촌푸르지오를 잇는 과선교(철도 선로를 가로질러 놓은 공중다리)를 완공하면 보행자 이동성과 접근성이 개선돼 분쟁이 해결될 여지가 있다. 다만, 이 다리는 공사비 문제로 아직 첫삽도 뜨지 못한 상태다. 서대문구청 측은 “이달 안에 착공해 2024년 준공할 예정”이라고 했다.
아파트 단지 내 외부인 출입으로 인해 통행권과 재산권을 둘러싼 분쟁 사례는 끊이지 않고 있다. 서울 은평구 응암동의 한 아파트에서도 단지 내 산책로와 도로를 학생들이 등하굣길에 이용하는 상황을 두고 인근 주민과 갈등을 빚기도 했다. /배민주 땅집고 기자 mjba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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