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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박 호재' 물거품…삼성 업고 훨훨 날던 평택의 좌절

    입력 : 2023.02.22 08:32 | 수정 : 2023.02.22 15:30

    [땅집고] 경기 평택에 있는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초대형 반도체 생산라인 총 6개가 들어선다. /삼성전자

    [땅집고] “지금 평택 집값이 뚝뚝 떨어지는데, 삼성전자가 평택캠퍼스에 짓겠다던 53층 랜드마크 건물이 무산되고 핵심 인력까지 인근 동탄에 뺏기다니…. 평택에 악재가 줄줄이 쏟아지네요.”(경기 평택 고덕신도시 주민 A씨)

    경기 평택시에 악재가 잇따르고 있다. 평택시 굵직한 아파트 단지마다 수억원 하락거래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인데, 지역 부동산에서 초대형 개발호재로 통했던 ‘삼성전자 53층 컨트롤타워’ 신축이 무산된 데 이어 반도체 관련 인력 1000여명이 평택을 떠난다는 소식까지 퍼지면서다.

    ☞관련기사: [단독]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내 '53층 컨트롤타워' 결국 포기

    이에 평택 지역 주민들 사이에선 앞으로 집값 하락이 더 가속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쏟아지고 있다. 일부 온라인 부동산 커뮤니티에선 “평택 탈출은 지능순”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삼성 업고 ‘10억 클럽’ 넘보던 평택 고덕신도시, 올해 집값 반토막 신세

    [땅집고] 수도권 지하철 1호선 서정리역 2번 출구로 나오자마자 보이는 경기 평택시 고덕신도시 간판. /이지은 기자

    평택시 집값은 지난해 하반기 들어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다. 한국부동산원 통계에 따르면 2022년 6월 첫째 주부터 올해 2월 셋째 주까지 평택시 아파트 매매가격은 -8.83%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전세가격 역시 -9.26%로 주춤하는 모양새다.

    그동안 평택시 집값을 견인하던 곳은 고덕신도시다. 수도권 2기 신도시로 조성된 고덕신도시는 2017년 첫 아파트 분양을 시작했다. 현재 평택시에서 새아파트 밀집도가 가장 높은 지역이면서, 부지 남쪽에 총 289만㎡ 규모 반도체 생산기지인 삼성전자 평택캠퍼스가 들어서면서 수도권 핵심 주거지로 자리잡았다.

    [땅집고] 올해 경기 평택시 고덕신도시 34평 아파트 실거래가 추이. /이지은 기자

    신축 아파트 공급과 ‘삼성효과’로 승승장구하던 평택시 집값이 잇단 악재에 몸살을 앓고 있다, 1차적으로는 부동산 경기 침체가 원인이지만, 2차적으로는 고덕신도시 아파트 가격을 뒷받침하던 ‘삼성 효과’가 거의 소멸되다시피 하면서다. 삼성전자 평택캠퍼스에서 직선 1.5km 거리에 초등학교를 끼고 있는 ‘고덕국제신도시파라곤’ 전용 84㎡는 2021년 9월까지만 해도 9억8000만원에 팔리면서 ‘10억 클럽’ 진입을 코 앞에 뒀다. 하지만 올해 2월 5억9500만원 실거래가 등록됐다. 집값이 거의 반토막 난 셈이다.

    인근 아파트 단지에서도 최고 실거래가 대비 수억원 낮은 거래가 쏟아지고 있다. 수요자 선호도가 가장 높은 국민평형인 84㎡를 기준으로 ‘호반써밋 고덕국제신도시 에듀파크’는 지난해 12월 7억1000만원에서 이달 4억8000만원, ‘고덕국제신도시 풍경채 더퍼스트’는 2021년 9월 9억2700만원에서 이달 6억1000만원으로 집값이 수직 하락했다.

    ■삼성전자 53층 랜드마크 백지화, 동탄에 인력까지 뺏겨…겹악재 입는 평택

    최근에는 평택 부동산 시장에서 ‘대박 호재’로 통하던 사업이 무산되면서 집값 하방 압력이 커졌다는 분석까지 나온다. 삼성전자가 평택캠퍼스에 임직원 업무 공간 확충 목적으로 지상 53층 높이의 컨트롤타워 건물을 짓기로 했다가 이를 포기하기로 한 것.

    ‘삼성표 초고층 건물’이 들어서면 단번에 지역 랜드마크로 자리잡을 것이란 평택 주민들의 기대감은 한순간 물거품이 된 셈이다.

    [땅집고]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P5~P6라인 사이에 짓는다고 알려졌던 지상 53층 컨트롤타워 위치. 삼성 측은 내부 검토 결과 백지화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온라인 부동산 커뮤니티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삼성전자가 평택캠퍼스 메모리사업부 공정설계 직원 1000여명을 올해 하반기 동탄2신도시의 신축 오피스 빌딩인 ‘에이스큐브’로 옮긴다는 소식까지 전해졌다. 집값이 고꾸라진 상황에서 핵심 인력까지 지역을 떠나면 평택 지역 부동산 시장이 적지 않은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실제로 지역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그렇지 않아도 지금 집값이 뚝뚝 떨어지고 있는 상황인데, 시기상 너무 큰 악재처럼 느껴진다”, “‘평택 탈출은 지능순’이라던 부동산 스터디 카페의 글이 생각난다”는 등 의견이 적지 않게 보인다.

    이 같은 우려에 삼성전자는 53층 사무동 계획은 백지화했지만, 향후 2개의 대형 통합사무동을 지을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각각 10여층 규모의 통합사무동 건축비는 1조원에 달하며, KCC건설·코오롱 건설과 계약을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장기적으로는 평택에 근무하는 삼성 인력이 더 확충될 수 있다는 얘기다.

    전문가들은 2025년까지 평택시 새아파트 입주 물량이 적정 수요를 초과하기 때문에, 적어도 향후 2~3년 동안은 집값이 반등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다만 장기적으로 보면 삼성전자 등 산업단지 근무인력을 배후수요로 갖기 때문에 자족도시 기능을 하면서 아파트 가격이 안정화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김학렬 스마트튜브부동산연구소장은 “평택시 인구가 현재 56만명 정도지만 앞으로는 일자리가 늘어나면서 100만명 정도로 증가할 것”이라며 “현재 부동산 시장이 불황이라 평택시에 ‘무피’ 매물이 적지 않게 나와있기 때문에, 투자자 입장에선 지금이 오히려 진입 기회가 될 수 있다”고 했다. /이지은 땅집고 기자 leejin05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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