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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불처럼 번지는 미입주 공포…"큰일났다" 건설사들 초긴장

    입력 : 2023.02.16 13:36

    [땅집고] “모델하우스가 관람객들로 ‘인산인해’ 이뤘다더니…. 막상 새아파트 분양받겠다는 사람은 얼마 없네요. 수도권 대단지인데도 전부 다 청약 미달됐다니 충격입니다.”

    부동산 경기 침체로 분양시장에 불어닥친 한파가 매섭다. 그동안 예비청약자들 관심이 뜨거웠던 ‘역세권’·‘초품아’·‘직주근접’ 등 요소를 갖춘 수도권 대단지 아파트마저 청약자를 끌어들이지 못하면서 줄줄이 ‘참패’ 수준의 성적표를 내놓고 있다.

    이런 가운데 과거 청약 과열기 때 분양해 입주를 앞둔 단지에서는 분양권이 분양가보다 더 싼 값에 팔리는 ‘마이너스 프리미엄’(마피) 거래가 속출하고 있다. 최근의 미분양·미계약·마피 현상이 미입주로 연결될 경우, 건설사와 시행사가 자금경색으로 경영난에 빠지고, 도산 가능성마저 우려되는 상황이다.

    ■수도권 청약 불패는 옛말…대형 건설사 브랜드도 ‘청약미달’ 초라한 성적표

    [땅집고] 이달 포스코건설이 인천시 미추홀구에 분양한 '더샵아르테'는 모델하우스에 인파가 몰렸다고 알려졌으나 정작 1순위 청약 경쟁률은 0.39대 1에 그쳤다. /포스코건설

    이달 14일 포스코건설이 인천시 미추홀구 주안동에 분양한 ‘더샵아르테’ 견본주택에 수많은 인파가 몰려 시장의 관심이 모아졌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고 보니 평균 청약경쟁률은 0.39대 1. 총 1146가구 중 687가구를 모집하는 1순위 청약에 265명이 접수하는데 그쳤던 것.

    이 단지는 인천 2호선 석바위시장역까지 걸어서 3분 정도 걸리는 초역세권인 데다, 향후 서울 여의도·용산·서울역·청량리 등과 직결하는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B노선이 지나는 인천시청역까지 한 정거장 거리다. 교통 호재를 끼고 있으면서 대형건설사인 포스코건설의 더샵 브랜드를 적용했는데도 청약자 수가 모집가구 수를 크게 밑돌아, 그야말로 ‘분양 참패’ 수준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같은 날 중흥토건이 수원시 팔달구에 분양한 ‘수원성 중흥S클래스’ 역시 청약 경쟁률 1대 1을 못 채웠다.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수원 화성과 가까워 ‘궁궐뷰’를 내세웠던 총 1153가구 대단지인데, 516가구 모집에 358명이 신청했다. 평균 경쟁률을 계산하면 0.69 대 1이다.

    지난달 인천에서는 ‘송도역경남아너스빌’이 0.65대 1, ‘인천석정한신더휴’가 0.25대 1로 청약 미달됐다. 경기 양주시에 분양한 ‘대광로제비앙센트럴’도 경쟁률이 0.8대 1에 그치면서 미분양 단지 목록에 이름을 올렸다.

    ■“집값 더 떨어진다”…입주 앞두고 분양권 ‘마피 거래’ 속출

    [땅집고] 수도권에서 분양가보다 싸게 팔린 '마이너스 프리미엄' 분양권 거래 사례. /이지은 기자

    과거 집값 상승기 때 청약자가 몰리면서 분양 완판을 기록했던 단지들 상황도 반전됐다. 입주 전 매물로 나온 분양권이 2~3년 전 분양가보다 되레 더 싸게 팔리는 ‘마이너스 프리미엄 거래’가 속출하고 있는 것.

    올해 6월 입주를 앞둔 인천시 미추홀구 주안동 ‘힐스테이트 푸르지오 주안’이 대표적인 사례다. 총 2958가구 규모 대단지로, 인천2호선 시민공원역 역세권이면서 대형건설사인 현대건설·대우건설의 브랜드를 적용해 2019년 분양 당시 청약경쟁률이 최고 27대 1에 달했다. 그런데 이 아파트 84㎡ A타입(15층)이 지난달 4억6809만원에 팔리면서, 당초 분양가(4억8790만원) 대비 2000만원 정도 낮은 금액에 거래됐다.

    용인시 처인구 모현읍 ‘힐스테이트 몬테로이 3블록’은 2024년 11월 입주 예정이다. 아직 집들이를 시작하지 않았는데도 온라인 중개사이트에 ‘무피’를 넘어 ‘마피’ 문구가 붙은 분양권 매물이 줄줄이 등록돼있다. 전용 84㎡ 매물은 4억2130만원에 나와 있는데, 분양가 대비 1500만원 낮은 금액인데도 추가 가격 조정이 가능하다고 적혀 있다.

    ■ “앞으로가 더 문제”…미입주 공포에 떠는 건설업계

    전문가들은 최근 수도권 곳곳에서 관측되는 청약 미달 및 미분양, 마피 거래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고 분석한다.

    최근의 청약 미달과 미분양의 주된 원인은 높게 책정된 분양가 영향이 크다. 2017~2021년 집값이 큰 폭으로 오르면서, 새아파트 분양가도 시세에 맞춰 상승 조정됐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부동산 경기 침체로 집값이 뚝뚝 떨어지면서, 신축 아파트의 분양가가 시세와 비슷해지거나 되레 비싼 역전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시세보다 높은 분양가에 수요자들의 관심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여기에 고금리까지 겹치면서 수도권에서도 청약 미달 및 미분양 사태가 심화하고 있는 것이다.

    분양권 마피 거래의 경우 고금리 직격탄을 맞은 집주인이 잔금을 마련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거나, 앞으로 집값이 계속 떨어질 것이라고 판단한 집주인들이 입주 전에 ‘손절’을 선택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땅집고] 과거 수도권의 한 새아파트에 불 꺼진 집이 적지 않다. 사진은 본문 내용과 관계 없음. /조선DB

    주택건설업계 관계자들은 최근의 청약 미달, 미분양, 마피 거래 현상이 미입주까지 이어질 경우 부동산 경기가 더 고꾸라질 수 있다고 말한다. 입주는 분양 마무리 단계로, 통상 분양대금의 30~40%에 달하는 잔금이 들어오는 만큼 시행사·건설사의 현금 유동성과 직결된다. 따라서 수분양자들이 잔금을 제때 내지 않고 미입주를 선택하면 아파트 공급자가 금전적인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실제로 전국적으로 ‘미입주 공포’는 확산되고 있다. 주택산업연구원이 주택사업자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올해 1월 전국 아파트 입주율이 66.6%에 그쳤다. 전달 대비 5.1%포인트 하락한 수치다. 미입주 원인으로는 ▲세입자 미확보 39.6% ▲기존 주택매각 지연 41.7% ▲잔금대출 미확보 14.6% 등 순으로 집계됐다.

    A건설사 관계자는 “최근 수도권과 지방을 가리지 않고 분양 아파트마다 청약 미달, 미분양이 속출하고 있다. 시행사와 건설사 입장에선 분양대금 회수가 제때 안되고 아파트를 다 팔 때까지 추가적인 홍보 등에 비용을 더 들여야 해서 매우 부담스럽다”며 “미입주까지 잔금 회수를 못하면 상황이 더 심각해진다. 해외 수주 등으로 손해를 메꿀 수 있는 대형건설사는 그나마 괜찮겠지만 중소건설사의 경우 한 사업장만 무너져도 타격이 커 도산 위기까지 맞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이지은 땅집고 기자 leejin05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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